(흑룡강신문=서울)나춘봉 기자= “우리는 같은 하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인연을 쌓아온 한 마을 사람들입니다. 고향을 떠나왔지만 이 기막힌 인연을 아끼고 주어진 인생을 함께 멋지게 살아봅시다”
재한 녕안시와룡향명천촌 향우회 김용수(39) 회장의 축사와 함께 ‘명천촌 한마음 운동회’가 25년 만에 고향마을이 아닌 한국에서 막을 올렸다.
와룡하를 끼고 수려한 산천과 비옥한 토지를 자랑하는 명천촌은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족 마을이다. 현재 호적인구 300여명 중 반이 되는 160여명이 한국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다.
“운동회는 고향에 있을 때 가장 큰 마을의 행사였죠. 한국바람이 불면서 마을사람들이 각지로 흩어져 저마다의 삶에 부대끼다 보니 운동회를 조직할 사람도 겨를도 없었습니다.”
김 회장은 마을 창립 80년을 맞는 특별한 시점이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의 공동의 소원이기도 하여 젊은이들이 앞장서 이번 운동회를 조직하게 되었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 백양초등학교에서 8월 18일 8시 18분에 시작한 운동회는 시종 그리움과 반가움을 나누는 환락의 장이었다.
“김회장과 조직위원회 젊은 친구들이 정말 고마워요. 마을운동회가 다시 열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이날 최연장자인박태권 노인(68세)은 “옛날에는 1년에 한번씩은 마을 운동회가 열렸죠. 그 시절이 참그리웠는데...”
태어나서 처음 마을운동회에 참가하는 어린이들.
박태권 노인과 같이 마을 사람들은 오랜만에 타지에서 열리는 마을운동회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장춘화(51세)씨 부부는 32개월 되는 외손녀와 함께 북경에서 날아왔다. 장씨는 “우리 마을 사람들은 정말 마음이 따뜻하고 순박해요. 고향에 있을 때는 가족처럼 잘 지냈죠.”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오랜만의 만남에 사진은 필수였다. 단체사진을 찍으면서 유독 눈물을 많이 흘린 강연옥(61세)씨. “한국에 온 지 23년이 됐어요. 고향에 못 간지도 15년이 넘어요. 식당일 등 여러 일을 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 고향사람들의 모임에 거의 참가하지 못했어요.” 강씨는 반가움의 눈물이라고 했다.
충북 음성군의 자동차부품 회사에서 전날 야근을 끝내고 밤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온 김문철(54세)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와야죠. 얼마만의 마을운동회인데요.”하며 농장일 땜에 오지 못한 친구들은아쉬워서 계속 전화가 온다고 전했다.
남자축구, 여자축구, 줄다리기, 달리기 등 옛추억을 소환한 종목들을 통해마을사람들은와룡하 강변 산간마을에 오붓하게 모여 살던아름다웠던 시절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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