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에도 '3색 정신'은 꺼지지 않는다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조회:9184 ]

14일 프랑스 파리의 공화국 광장 조각상 주위엔 초와 꽃다발, 글귀가 자리했다. 전날 밤 9시20분부터 이날 0시20분까지 8곳에서 벌어진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129명(한국시간 15일 오후 11시 현재)이 숨진 걸 추모해서다. 프랑스로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테러였다.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경기장을 빼곤 모두 공화국 광장 인근에서 벌어졌다. 시민들이 광장을 찾는 이유다. ‘Innocent(무고하다)’ ‘Pray For Paris(파리를 위한 기도)’란 글귀가 보였다. “테러 이후 우린 더 강해질 것이다. 공포는 없다”는 손 글씨도 보였다. 평화를 상징하는 심벌의 안이 에펠탑으로 바뀌었다.

 ‘흔들릴지언정 침몰하지 않는다(Fluctuat nec Mergitur)’. 중세인 1358년부터 파리를 상징한 문장(紋章)으로 쓰였다. 중세 상인들의 이익집단인 한자동맹 소속 파리 상인들이 센강이 요동쳐도 파리라는 범선은 가라앉지 않고 꿋꿋이 항해할 것이라는 의지를 담아 이 문장을 썼다. 이게 자유·평등·박애란 근대 정신의 발상지인 공화국 광장 한쪽에 거대한 그라피티로 등장했다. 테러 후 그려진 것이라고 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 만큼 절박했던 것일까. 프랑스인들의 마음 풍경이 아렸다.

 파리의 밤을 밝히던 에펠탑은 이날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조명을 껐다. 하지만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 등 전 세계 주요 상징물들은 삼색기의 불빛을 밝히며 프랑스의 자유·평등·박애의 정신을 이어나갔다.

 10개월 전 샤를리 에브도 테러의 흔적은 여전했다. ‘즈 쉬 샤를리(Je Suis Charlie, 나는 샤를리다)’도 남아 있었다. 당시엔 “리베르테(Libert<00E9>·자유)”의 열띤 함성이 광장을 삼켰다. 추가 테러를 우려한 듯 광장에 모인 군중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보다 크게 줄었다. 경찰이 수시로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 방송을 했다. 광장을 찾은 한 여성은 “우린 어제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공포 속에 살긴 싫다. 함께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바타클랑 극장은 광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록 공연을 즐기던 8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근에 살던 르몽드 기자가 찍은 동영상엔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 위로 산 사람들이 달렸다. 생사는 이렇듯 절실했다.

 인근 본비에르 카페 주변엔 수십 개의 총탄 자국이 선연했다. 이곳에서 5명이 숨졌다. 열 살 남짓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선 초에 불이 꺼지면 곧바로 옆 초를 들어 불을 붙이길 반복하고 있었다. 뜨거울 텐데도 아랑곳없었다. 테러범의 살의와 아이의 사명감의 대비는 이질적이었으되 현실적이었다. 파리 시민 마리옹은 “내 도시를 보고, 내 거리를 보고, 내 사람들을 보며 살아 있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 우린 싸울 것이다. 우리나라도 싸울 것”이라고 했다.

 다시 걸음을 옮긴 지 5분 남짓 르카리옹 바에 도착했다. 15명이 숨진 곳이다. 총알 구멍엔 꽃이 꽂혀 있었다. 동네 주민 쥘리에트는 “여긴 정말 특별할 게 없는 동네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사는 데다. 아무런 상징성도 없다. 어디서나 일어났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누구든 테러 대상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쥘리에트는 “오늘 낮 누군가에게 담뱃불을 빌렸더니 ‘정말 미안합니다. 없어요. 미안해요’라고 하더라. 별일 아니었는데도 정말 미안해했다. ‘무슨 얘기냐 당신 잘못이 아니다’고 해줬다. 모두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상한 감정이다. 함께한다는 느낌이기도 하다”고 했다.

실제 공감과 연대를 체감할 순간들이 이어졌다. 당국의 헌혈 요청에 세 시간 줄을 서 피를 내어준 이가 많았다. 조한나 나자르는 “한 번도 헌혈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두 번 생각할 일도 아니었다”고 했다.

 IS는 14일 공식 인터넷 선전 매체에 올린 아랍어와 프랑스어로 된 성명에서 “8명의 형제가 십자군 프랑스의 수도를 공격했다”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테러 직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프랑스는 14일부터 사흘간을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국가 안보 태세를 최상위급으로 올렸다. 국경 검문을 강화했고 학교와 에펠탑 등 주요 관광시설 등의 문을 닫았으며 스포츠 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추가 테러 우려에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파리에 요원을 파견해 테러 정보 수집에 나섰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라로저 코언은 14일 칼럼에서 “파리를 구하려면 IS를 물리쳐라. 인류의 이름으로 IS를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파일 [ 12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631
  • 뉴호라이즌스 호가 명왕성의 푸른 하늘을 포착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8일(현지 시간) 명왕성 대기권 안개에 대한 첫 번째 컬러 색깔을 전송해 왔다. 푸른 색이었다. 알란 스턴 나사의 뉴호라이즌스 호 책임 연구원은 "누가 카이퍼벨트에서 푸른 하늘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아주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안...
  • 2015-10-09
  • 러시아 공군이 시리아 하마주의 이슬람국가(IS) 지휘본부와 무기저장고를 파괴했다고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이날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이 전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스1)  
  • 2015-10-03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28일 새로 건조한 대동강유람선에 올라타 시설을 점검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건조한 종합봉사선 무지개호를 돌아보셨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한번에 1230여명의 손님들이 조선민족음식과 세계적으로 이름난 요리들을 봉사 ...
  • 2015-09-29
  •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28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시리아 해법 등을 놓고 정면으로 부딛혔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찬장에서도 싸늘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데일리 메일 등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 총회가 끝난 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마련한...
  • 2015-09-29
  • 현지시간 2015년 9월 26일, 미국 뉴욕, "습근평주석의 강연이 긑난후 20~30명의 국가 정상,원수들이 랑하에서 그와 악수하려고 줄서 기다렸다.이는 유엔이 발전포럼을 개막한 하루반사이에 처음으로 국가원수들이 줄을 서서 다른 한 국가원수와 악수하려고 기다린것이다." 유엔 부비성장 오홍파(吴红波)의 소개이다.'사...
  • 2015-09-28
  • 이슬람 최대 연례행사인 '하지'를 맞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성지 순례에 나선 순례객들이 24일(현지시간) 미나 인근 도로에 한꺼번에 몰리며 120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우디 민방위는 이날 메카 동부 외곽 미나에서 순례자들이 부딪혀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나 최소 453명이 압사하고 719명이 다쳤다고...
  • 2015-09-24
  •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기 전 두려움에 떨며 울고 있는 10대 알카에다 연계 조직 대원의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알카에다는 이슬람교 급진파 국제 무장 세력 조직으로 최고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으로 더 유명하다.  23일(현지시간) 영국의 데일리메일 온라인은 2분 40초 가량의 영상을 공개...
  • 2015-09-24
  • 전쟁포화중의 시리아, 엄마 배속의 태아도 폭탄의 파편에 맞았다. 다행히 의사들이 성공적인 수술로 이 어린 생명을 구해냈다.사람들은 이 여자아이를 “탄편영아(弹片婴儿)”라고 불렀다. 환구넷
  • 2015-09-21
  • (아테네 AFP=연합뉴스) 그리스 해안에서 13일(현지시간) 난민선이 전복돼 최소 3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그리스 뉴스통신 ANA가 보도했다. 숨진 난민 중에는 갓난아이 4명과 어린이 11명도 포함돼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난민 130여명을 태운 선박이 그리스 에게해에 있는 파르마코니시 섬 인근 바다에서 전복...
  • 2015-09-15
  • "전쟁이 없었다면 난민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당하고 있는 고통은 모두 다 미국을 위수로 한 서방국가들이 조성한것이다!" 레바논 동부 베이카 지구로 피신해온 시리아 난민 하미더(哈米德)가 신화사 기자에게 한 말이다. 하미더는 시리아 북부의 이더리부성에 살고있었는데 그의 3명 자식은 3년전 고향의 전쟁불길에 목...
  • 2015-09-11
  • [헤럴드경제]무려 60살의 나이 차이를 이겨내고 결혼한 커플이 있어 화제다. 유명 배우와 배우 지망생의 만남으로 이들의 관계를 순수하게 보지 않는 비판적인 시선 또한 많다. 올해 84세의 할아버지가 무려 60세 연하인 24세 여성과 결혼식을 올려 화제와 동시에 비난도 일고있다. 최근 러시아 언론들은 전설적인 영화배우...
  • 2015-09-11
  • 9월 6일 소식에 의하면 9월 4일 하남 락양(河南洛阳)의 한 관광구에서는 일본군 침화전범들의 죄악사진전을 개최하면서 몇 명 괴수들의 모형을 바줄로 묶어 세워놓았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이들에게 "귀쌈"을 안겼다고 한다. 봉황넷
  • 2015-09-08
  • 2015년 9월 3일, 북경.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승리 70주년 열병식이 북경천안문광장에서 진행된후 펼쳐진 초대연회에서 나란히 앉은  중국 국모 팽려원과 한국 대통령 박근혜가 친절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봉황넷
  • 2015-09-08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터프가이’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흑해 연안의 휴양도시 소치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초대해 헬스장에서 함께 근력운동에 나선 것이다. 푸틴은 상의를 탈의한 채 시베리아 지역에서 동물을 사냥하거나 고대...
  • 2015-08-31
  • 일본 아베 정부가 추진하고있는 '안보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8월 30일, 일본 국회의사당(집회에 10만명 참여)  등 일본 전역에서 열렸다. 교수와 대학생 등 각계 시민 100만명이 참여한것으로 추산되는 이번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자위대의 활동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안보법안을 ...
  • 2015-08-31
  • 애인보는 앞에서 사망 충격…용의자 도주 중 스스로 총쏴 목숨 위험 총격 용의자 방송사 전 직원인 듯, 권총 조준 장면 소셜미디어에 올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김세진 특파원 = 미국에서 26일(현지시간) 2명의 방송기자가 생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 2015-08-27
  • 아시아투데이 고진아 기자 = 영국과 스위스에서 에어쇼를 펼치던 비행기에 연이어 사고가 발생하면서 최소 12명이 사망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남부 브라이턴에서 에어쇼를 펼치던 비행기가 간선도로에 추락하면서 차량과 충돌해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웨스트서식스에서...
  • 2015-08-24
‹처음  이전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다음  맨뒤›
포토뉴스 더보기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