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대병’아저씨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8월28일 12시57분    조회:155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글 허송절(도문)

그해 여름, 어린 소녀였던 나는 집에서 학질이라는 모진 병을 앓고 있었다. 시간을 맞추듯이 주기적으로 덜덜덜 떨며 앓는 그병은 진짜 사람의 진을 다 빼게 하였다.

아버지가 교장이다 보니 우리 집은 학교 바로 뒤에 있었다. 집 마당이자 학교 뒤마당이고 학교 마당 전체가 눈안에 다 들어오는 그런 집이였다.

그해따라 여름 내내 내리는 장마비는 멈출 줄 모르고 줄창 내렸는데 어느새 강뚝과 논도랑을 밀어갔으며 푸르싱싱 벼파도 넘실거리던 논밭은 물바다로 변하고 말았다.

어느 날인가 홍수방지에 나선 해방군 아저씨들이 방학이여서 비여있는 학교에 류숙을 정했다. 해방군 아저씨들은 학교 뒤마당에 풍천을 쳐놓고 식당을 만들었다. 먹을 것이 귀하였던 그 시절 반찬을 볶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우리를 해방군 식당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단속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가만히 식당 옆을 지나다가 취사원 아저씨들이 하얀 밀가루를 밀어서 기름을 조금 두르고 설탕도 조금 넣고는 돌돌돌 말아서 또 다시 밀대로 밀고 하는 것을 보았다. 너무 신기해서 한참 보다가 그 떡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나왔다. 다만 저렇게 구운 떡은 얼마나 맛있을가 상상을 하면서...

그날도 한창 추위에 너털듯이 학질병을 하며 혼자서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너무나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사실 그때는 아파도 약도 별로 없었고 아버지 어머니는 일때문에 날 보살필 겨를이 전혀 없었다. 난 그저 혼자서 묵묵히 병마와 버티는 중이였다. 

눈을 떠보니 갸름한 얼굴에 하얀 피부를 가진 군대모자를 쓴 아저씨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눈을 떴구나. 괜찮으냐?”

웬걸 아저씨는 우리말로 묻는 것이였다. 아, 군대 아저씨들은 모두 한어로 말해서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조선족 군대 아저씨라니!

“이 대병을 좀 먹어봐라.”

“대병?”

처음 듣는 떡이름이였다. 둥그렇게 커다랗게 빚은 밀가루 떡이였다. 아저씨는 한겹한겹 벗겨서 내 입에 넣어주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어찌나 달콤하고 고소한지 세상 행복을 다 가진 그런 맛이였다. 대병을 먹고 기운을 차렸는지 기적같이 병이 나았다.

학교 마당 주위에는 커다란 백양나무들이 키높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 나무 주위에는 새하얀 버들버섯이 많이 돋았다. 비가 내린 이튿날 내가 소래를 들고 하얀 버섯을 가득 캐가지고 들어오면 엄마가 버섯을 넣고 보글보글 장국을 끓여주었다. 엄마는 버섯이 닭고기 맛이 난다고 하였고 난 우리 동네 그 누구한테도 내가 아는 그곳을 알려주지 않았다. 백양나무 밑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였으며 반찬이 맛없으면 나는 비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 비밀스러운 곳을 나는 대병을 가져다준 아저씨께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이제 비가 오면 한번 가서 따서 드시라고, 새하얀 버섯이 얼마나 곱고 맛있는지 모른다고 얘기드렸다. 며칠후 기다리던 비가 내렸지만 난 버섯 따러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튿날 가보았더니 새하얀 버들버섯이 시커멓게 물앉아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 아까운 걸 아저씨도 참.” 그렇게 난 대병아저씨로부터 대병을 얻어 먹은 은혜를 갚을 수가 없었다.

며칠후 아저씨들은 홍수방지 임무를 마치고 학교 뒤마당의 커다란 가마랑 다 빼가지고 가버렸다. 감칠맛 돌던 냄새랑 웃음소리랑 모든 걸 다 가지고 떠나갔다. 아무런 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대병아저씨는 떠나갔다. 어린 소녀였던 마음에도 대병아저씨의 모습이 늘 떠나지 않았고 한번 쯤 만났으면 하는 생각을 은근히 하고 있었다. 

우리 마음속에서 해방군 아저씨들이 최고였던 그 시절 해방군 아저씨를 만나면 우리는 “해방군 아저씨,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하군 하였다.

나한테는 더군나다 ‘대병’사건이란 흐뭇한 추억이 있으니 더 말해서 무엇 하랴. 그렇게 홍수도 물러가고 아저씨들도 돌아가고 가을이 다가왔다. 그날도 동생을 업고 길가에 서있는데 저 멀리서 해방군 아저씨들 대렬이 척척 오고 있었다.

<저 속에 대병 아저씨가 있었으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동생을 내려놓고 인사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꿈만 같았다.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전한 모습의 아저씨는 나를 보고 그냥 지나면서 손을 힘있게 흔들었다. 

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서서 ‘대병’아저씨만 쳐다보았다. “아저씨 반갑습니다.” 인사 한마디 못 올린 채 ‘대병’아저씨는 대오와 함께 점점 멀어져갔다.

세상에서 제일 멋있던 군대 아저씨들, 그중에서도 가장 생각나는 ‘대병’아저씨. 소녀의 ‘대병’아저씨는 지금도 나의 마음속 스타로 남아있다. 

编辑:김태국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251
  • —길림성조선족기업가협회, 장춘시조선족중학교, 장춘시록원구조선족소학교 길림성술문화박물관 참관9월 6일, 당의 20기 3차 전원회의 정신과 민족단결진보사업을 강화할데 관한 습근평 총서기의 중요 연설 정신을 참답게 학습, 관철하고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확고히 수립하기 위해 길림성조선족기업가협회, 장춘시조선족중...
  • 2024-09-09
  • 9월 8일 19시, 연변룡정팀은 연길시전민건강중심체육장에서 펼쳐진 중국축구 갑급리그 제22라운드 경기에서 강팀 대련영박팀(현재 2위)과 2대2로 빅으며 승점 1점을 챙겼다.대련영박팀 리국욱 감독경기후 있은 기자회견에서 대련영박팀 리국욱 감독은 “다채롭고 개방적인 경기였다.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3점을 챙겨가는 ...
  • 2024-09-09
  • 8일, 제40회 교사절 경축 및 전국 교육계통 선진집단, 선진개인 표창활동이 북경에서 개최된 가운데 전국 585개 단위와 1,790명이 표창을 받았다.중화인민공화국 성립 75돐과 제40회 교사절에 즈음하여 교육자 정신을 대대적으로 고양하고 전 사회에 교사를 존경하고 교육을 중시하는 짙은 분위기를 조성하며 덕을 쌓고 인재...
  • 2024-09-09
  • ‘강팀에 강’한 연변팀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9월 8일 19시에 연길시전민건강체육중심에서 진행된 중국축구 갑급리그 제22라운드 경기에서 연변룡정팀(이하 연변팀)은 대련영박팀(이하 대련팀)과 2대2로 빅으며 홈장에서 강팀을 상대로 승점을 챙겼다.이기형 감독 체제에서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한 연변팀은 이...
  • 2024-09-09
  • 최근, 길림성부녀련합회와 길림성부녀아동활동중심은 교사절을 맞아 교원 ‘애심어머니’ 련맹 설립식 및 ‘광명의 사자’ 주우동의 공익자선콘서트를 개최했다.활동은 따뜻하고 감동적인 단편 <광명의 사자>로 막을 올렸다. 동영상은 ‘애심어머니’ 가 결연을 맺고 결손가정아동과 곤경에 처한 아동을 돌보는 ...
  • 2024-09-09
  • 7일 저녁, 길림성정부에서 주최하고 길림성상무청과 길림성문화관광청, 길림성체육국에서 주관하는 2024년 길림 ‘9·8소비축제’ 가동식이 장춘에서 개최되면서 54일간의 전 성 대형 소비촉진 행사가 정식으로 막을 올렸다.이번 길림 ‘9·8소비축제’는‘소비 촉진(提振消费)을 중점으로 국내 수요를 확대’에 관한 당중앙의...
  • 2024-09-09
  • 메이퇀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연변의 커피숍 점포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했는바 연변의 중심도시 연길은 현역도시중 만명당 커피전문점 보유량이 가장 많았다.'현역 커피의 왕' 연길에는 만명당 커피전문점 점포수가 상해보다 4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집계되였는데 연길에 오면 '연길'이란 ...
  • 2024-09-09
  • 9월 6일, 천진조선족녀성협회가 주최한 2024년 전국애심녀성포럼 제14회 워크숍 및 제13회 차세대 녀성리더 양성프로그램이 천진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녀성의 지혜와 힘으로 문명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건설하자’에 취지를 두었다.행사는 2009년 북경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지금까지 청도, 심수, 상해, 연태, 장춘, 위...
  • 2024-09-08
  • —연길 서부 교육시설 증가로 사회봉사능력 제고연길시제4중학교 및 북산소학교 화성학구 지붕공사 마무리식 한장면9월 8일, 연길시 2024년 중점 건설대상인 연길시제4중학교 화성학구 및 북산소학교 화성학구 대상이 주체구조 시공을 원만히 마무리(顺利封顶)하고 지붕공사를 진행함으로써 2025년 9월 1일의 신입생 모집을...
  • 2024-09-08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