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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버지의 리력서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2월20일 08시03분    조회: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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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림지역 문학코너]

추석에 아버지 산소를 찾아갔다. 먼 옛날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시면서 바로 이곳, 나무그늘밑에서 짐을 잔뜩 실은 지게를 내려놓고 저멀리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긴 세월이 흐른 요즘, 나도 아버지를 닮아 먼곳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차수가 많아졌다. 그때, 아버지도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가 싶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는 평생 ‘가난’이란 직장에서 뼈 빠지게 일만 해왔고 ‘가난’이란 굴레를 벗어버리려고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녹 쓴 운명은 아버지에게 행운을 주지 않았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지게에 빼곡히 걸린 가난과 굶주림을 버리지 못했다.

50년전 일이다. 그때 우리 집은 일곱남매이고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 아버지는 설날이 돌아오면 장손인 형님에게 새 신발을 사주고 나에게는 달랑 양말 한컬레만 사주었다. 그해도 아버지가 형님에게 새 신발을 사주었는데 나는 몰래 신발을 훔쳐 신발가게에 가서 내 발에 맞는 신발을 바꾼 다음 숨겨놓았다. 설날이 가까와올 때,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회초리에 종아리가 붓도록 맞았다. 그 일로 해서 나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표했고 속으로 미워까지 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보란 듯이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이 간절히 바라던 큰 도시의 대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았다. 동네사람들은 너도나도 우리 집에 와서 축하해주고, 아버지는 감격에 넘쳐 마을잔치를 크게 벌였다. 아마도 아버지에게는 그때가 당신의 일생에서 제일 행복하신 날이 아니였을까 싶다. 아버지는 그날 처음으로 나에게 구두 한컬레를 사주셨다.

“둘째야! 너 아버지 많이 원망했지? 아버지도 여태 새 신발을 신어보지 못했단다.”

나는 무심결에 아버지의 신발을 내려다보니 다닥다닥 기운 신발은 바로 내가 신다가 버린 헌 운동화였다. 순간, 아버지 대한 미안한 마음이 폭풍같이 가슴을 쳤다. 나는 와락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아버지 품속은 젖냄새 나고 안온한 어머니 품과는 달랐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체취는 땀냄새와 곡식 낟알의 구수한 향이였고, 그의 품속은 한없이 넓었다.

세월은 늙고 지쳐가는 아버지의 육체속에서 용해되어 아픔과 병밖에 준 것이 없었다. 나의 대학시절에 어머니는 지병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그 충격이 컸는지 건강은 갈수록 나빠졌다. 졸업이 가까워올 무렵, 어느날 시골 형님으로부터 아버지의 병세가 위급하다는 전보가 날아왔다. 나는 바삐 아버지가 사주신 구두를 찾아서 신으려고 하니 앞뒤가 뭉텅하고 구식이라서 도저히 신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구두를 바라보며 그저 펑펑 울기만 했다.

나는 고향으로 가는 뻐스에 몸을 실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벌써 차가운 바람이 부는 늦가을이었다. 세월앞에서 어쩔 수 없는 나무잎들이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수북이 쌓인 락엽, 물이 마른 개울, 그리고 로쇠하고 지칠 대로 지친 아버지, 3자의 공통적인 계시와 메시지는 나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했다.

병원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해볕은 침대에 조용히 누워 계시는 아버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버지는 눈을 번쩍 뜨셨다. 오래 기다림이 담긴 절절한 눈빛이였다.

“둘째 왔나? 너 공부 안하고 뭐로 왔노?”

눈가에서는 벌써 이슬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베개를 적시였다. 그날 밤, 아버지는 힘겹게 지고 오시던 한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으셨다. 고된 일로 닳고 닳아 나무껍질같이 갈라지고, 돌같이 굳어진 손등의 굳은 살 깊숙한 곳에는 검은 흙이 그대로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버지가 천국으로 가실 때 지참할 리력서처럼 느껴졌다. 아버지의 일생은 고생과 끝 없는 일의 련속이였다. 다만 아버지는 두메산골에서 나를 도시 대학교로 보낸 것이 가문의 영광으로, 당신의 고생한 보람으로 생각하고 그 속에서 안위와 행복을 찾았다.

지금도 때로는 꿈에 아버지의 그 나무껍질같이 갈라지고 돌같이 굳어진 손등 속에 있는 검은 흙이 보인다. 두려워도 했고 미워도 했던 아버지! 내가 아버지가 된 후에 왜 아버지가 더 그리워지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아버지가 사주신 낡은 구두를 꼭 껴안아본다.

남태일 작가 프로필:

1956년생, 길림시 출생.

2016년에 “문예감성”과 2021년에 <세계문학예술작가협회>에 소설로 등단. 2020년부터 소설 창작을 시작, "연변일보"에 미니소설 발표. "연변문학", "도라지", "장백산" 등 잡지에 중, 단편소설을 륙속 발표.

"바다는 말이 없다"는 첫 중단편소설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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