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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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2006년 09월 22일 00시 00분  조회:5946  추천:115  작성자: 정신철


도시화물결과 “한국바람”은 우리사회에 아주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예전에 생각하면 곧 무너질 것 같기도 한 우리의 전통 집거지인 농촌마을도 많이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에게 희망의 불꽃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흑룡강성 목단강지역 조선족농촌들을 약간 돌아보았다. 여기의 조선족농촌도 기타 지역과 같이 인구, 교육 등 방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마을도 스산한 감이 없지 않으나 농촌을 지켜가고 있는 우리겨레들이 장하게 보였다.
이 자리를 빌어 녕안시 와룡조선족향 영산촌의 일을 좀 적어볼 까 한다.
영산촌은 녕안시에서 41키로, 와룡향소재지에서 15키로 떨어진 아담한 산촌으로 400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촌 이름은 마을의 한 열사의 이름으로 명명한 혁명전통이 있는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 와서 제일 인상깊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마을발전을 위하여 뛰고있는 촌지도부 성원들의 어엿한 모습이었다.
촌장 겸 촌당지부서기의 경우 현재 마흔을 갓 넘은 걸걸한 사나이로 19살 때부터 장사를 하기 시작하였는데 썩 크게는 하지 않았지만 생활하는데는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었다. 2000년부터 촌장직을 맡아 마을일에 관심을 돌리고 어째든 마을을 잘 꾸려보려고 노력하였다. 하여 원래 촌의 채무 20여만원을 모두 갚고 현재는 20여만원의 축적까지 있게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촌장은 이전부터 하든 장사를 현재도 하고있으며 일정한 수입이 있어 농사를 짓지 않아도 얼마든지 여유가 있지만 현재 논을 2.5헥타르나 경영하고 있다. 촌장의 말을 빌리면 “마을에서 장가 못 가고 흥정망정 세월만 보내고 있는 총각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고 그들에게 부지런히 일하고 노력하면 장가도 가고 가정생활도 윤활하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신심을 불러 일르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고향건설을 위하여 촌장은 도시와 해외 진출한 영산촌 출신인사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그들이 고향건설에 힘을 이바지할 수 있는 길도 구상하고 있다.
영산촌의 회계 또한 젊은이의 본보기로 될 수 있다. 올해 역시 마흔을 갓 넘은 회계는 2001년에 30만원을 대부하여 논 9헥타르를 마련하고 농사짓기에 집념하였으며 현재는 15헥타르의 논을 경영하고 있다. 이외 회계는 촌의 일에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촌 지도부의 헌신적 노력과 촌민들의 협력으로 호적인구 1400명이나 실제 800명밖에 되지 않은 영산촌은 지금도 조선족마을의 순수성을 지키고 조상들이 개간한 땅을 자기 힘으로 경영하고 있다. 영산촌이 우리에게 주는 계시를 귀납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촌지도부 성원들이 조선족마을에 대한 명확한 의식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전통마을들은 보통 몇 세대를 유유히 이어서 지금까지 건설하여 온 우리의 근거지였다. 촌지도부 성원들이 먼저 마을은 선조들이 개척한 땅에 세운 마을로 우리세대에 와서 무너지면 안 된다라는 명확한 의식이 있어야 마을을 지키려는 마음과 실제적 노력이 있을 것이다.
둘째, 마을인구가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 우리 땅을 지킬 수 있는 길은 오직 규모경영의 길밖에 없다. 소수 사람이 마을의 논을 모두 경영할 수 있다면 마을이외의 사람들이 들어 설 곳이 없고 땅이 그들에게 넘어갈 리가 없을 것이다.
셋째, 고향마을을 지키는데 마을의 남은 사람뿐만 아니라 마을을 떠난 사람들도 항상 관심과 심혈을 기우려야 한다. 어디가나 잊지 못하는 것이 고향의 정다움과 그리움일 것이다. 고향을 떠난 사람은 단지 고향의 정다움, 그리움에만 집착하지 말고 고향을 위하여 힘을 기여하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남아서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어떻게 하면 고향건설에 힘을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등 문제에 대하여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도시화는 시대흐름의 거세 찬 물결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농경위주인 우리민족도 이제는 농경민족의 탈을 벗고 도시민족으로 발돋움해야 하며 현재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 후방”인 농촌집거지 건설에도 등한하여서는 안 된다.왜냐하면 땅은 영원한 것이고 조상들이 개척한 땅인 전통집거지는 우리민족의 대물림 보배이며 우리민족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혹시 “세계가 지구촌”이라고 운운하고 있을 때 민족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도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항상 “민족이란 인간공동체가 있음으로 국가가 있고 세계가 있는 것이며 세계인으로 되려면 먼저 훌륭한 애국자와 애족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중국조선족의 도시진출과 해외진출로 일부 학자들은 더 큰 안목으로 중국조선족을 “세계 조선족”, “동아시아 조선족”으로 구상하고 있는데 이것은 앞으로의 발전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보다 더 먼저 중국조선족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바 그것이 날로 축소돼 가는 우리농촌을 국가의 새농촌 건설구상과 더불어 사람은 적어도 원래의 땅을 지킬 수 있고 살기 좋은 마을로 건설하는데 우리 모두 힘을 기울려야 한다. 따라서 우리농촌마을에 영산촌처럼 부지런하고 앞을 내다보면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농촌이 왜 피폐화해 지겠는가? 그리고 밖에 나간 사람들이 고향을 위하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우리 전통집거지가 더욱 훌륭히 발전하지 않겠는가?
우리에게는 그래도 희망이 있고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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