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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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군"
2008년 09월 30일 21시 12분  조회:5894  추천:74  작성자: 정인갑

"정치군"

정인갑



‘-군’이라 쓰고 ‘-꾼’으로 발음하는 접미사가 있다. ‘길군(꾼)’의 준말로 놀음 또는 어떤 일에 길이 익어 잘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도박군, 술군, 일군, 사냥군, 농사군, 나무군, 장사군, 사기군, 협잡군…’등이다. ‘정치군’이라는 단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냥군은 산속에 들어가 멧돼지나 노루나 산토끼 몇 마리쯤을 여사로 잡아온다. 같은 시간에 같은 산속에 들어가 하루종일 헤매도 짐승을 보지도 못하고 돌아오는 자도 있다. 사냥군이 아니기 때문이다. 술군은 술을 많이 마시고도 재미있게 수다를 떤다. 주량이 꽤 있지만 건배 몇잔에 녹아나 벌렁 자빠지거나 토하는자도 있다. 술군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이 되려면 우선 어릴 때부터 그 일에 종사해야 한다. 한국의 례로 병역필하고 대학, 대학원 나오고 업체의 종업원 몇년 한후 30대후반부터 개인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은데 성공하기 어렵다. 나이를 지긋이 먹고 시작하면 장사군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살 좌우에 개인사업을 시작한 향항사람에게 이기기 힘들다. 둘째는 그 일을 장기적으로 한 경험이 있어 길이 들어야 한다.

정치는 어떤 사람이 해야 하는가? 농예가, 농업가와 농사군간의 차별처럼 정치도 분공별 할 일이 제가끔이다. 리론적으로 연구하는 일은 정치학자가 하고 정치 리념과 주의(主義)를 내오고 정치주장을 고취하고 정치이벤트를 조직하는 일은 정치가나 정객이 한다. 정치리념이나 정치활동과 큰 관계 없이 정치단체나 행정기관의 간부직에서 실천적으로 복잡한 내외모순을 해결하며 특히 사람을 다루는 일은 정치군이 해야 한다. 이런 일을 정치학자, 정치가 또는 정객에게 시키면 잘 할수 없다. 물론 모택동과 같이 정치가와 정치군을 한몸에 지닌 사람도 있지만. 정치군도 어릴 때부터 장기적으로 해야 고수(高手)가 될수 있다.

중국국가주석 호금도를 살펴보자.1965년 대졸후 최말단 정치보도원으로부터 시작하여 한발자국 한발자국씩 올라가 2004년에 국가 1인자가 되였다. 장장 40년이 결렸다. 중국의 간부들은 거의 기층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하며 고위층까지 20~30년 걸리며 천에 한사람정도밖에 못 올라가고 중앙급까지 30~40년이 걸리며 만에 한사람정도 밖에 못 올라간다.

20~40년간 온갖 정치풍파를 겪었고 문혁때 심지어 군중의 투쟁도 받고 옥살이를 한자도 허다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음으로 양으로 그를 배격하거나 심지어 모해 했을 것이며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에게 아첨했겠는가! 금전과 미녀의 유혹도 여간했겠는가! 인맥에 잘못 서도 단번에 관로가 끊어지기 일쑤다. 이런 시련을 거치고 올라간자들은 실로 모두 9단급 고수 정치군들이다.

정당도 정치군급 정당과 정치군급이 안 되는 정당이 있다. 중국공산당을 례로 들면 1919년 공산주의소조로부터 1949년까지 30년에 거쳐 성숙된 반체제, 반정부의 야당정치군이 되였고 1978년까지 유치한 여당으로부터 정치군여당이 되는데 30년이 걸렸으며 2008년까지 나라의 건설과 현대화를 할줄 아는 정치군으로 되는데 30년이 걸린 셈이다. 야당의 반대를 허용하고 자기비판에 성숙된-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처럼 여당과 야당을 각각 수없이 한-고수 정치군급 정당이 되려면 아직 길이 멀다.

한국의 상황을 보자. 리승만은 정치가이고, 박정희, 전두환과 로태우는 군인이다. 모두 정치군이 아니므로 대권 운영에 실수를 너무 많이 하였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야당정치군으로서 여당노릇을 하려니 잘하기 만무하다. 리명박도 장사군으로부터 정치군이 되자면 아직 멀었다. 대권을 쥔지 반년이 넘었지만 실수를 거듭하는 원인이 장사군기질로 정치군이 할 일을 하는데서 생긴것도 많다.

한국은 쩍하면 대학교수나 대학총장을 국무총리나 장차관에 올려놓는다. 이번 리명박은 심지어 고수 정치군도 해내기 어려운 인수위 책임자도 대학총장에게 맡겼다. 또한 총리나 장차관은 임기도 없으며 심심하면 한번씩 바꾼다. 길어서 1년정도, 짧으면 몇달, 심지어 몇주안에 바꾼다. 그들이 얼굴마담에 불과하지 어디 국무총리, 장차관인가!

한국의 정당은 더 황당하다. 정치군급정당이 하나도 없다. 정당이 領袖(대권자)를 키우는것이 아니라 령수(대권자)를 만들기 위해 정당을 만들며 대권자가 하차하면 정당도 없어진다. 리승만/자유당, 전두환/민정당, 로태우/민자당, 김영삼/신한국당,   로무현/열우당 등 주마등식으로 하나하나 없어졌다.

한국은 정치군은 적지만 정치가와 정객이 많은것이 흠이고 중국은 정치군은 많지만 정치가나 정객이 거의 없는것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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