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http://www.zoglo.net/blog/zhengrenjia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鍾路’냐, 아니면 ‘鐘路’냐? (정인갑53)
2007년 05월 02일 10시 34분  조회:5359  추천:82  작성자: 정인갑

‘鍾路’냐, 아니면 ‘鐘路’냐?


 정인갑

 

몇 년 전 한국의 모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서울 시청에서 모 서예가에게 ‘鍾路’라는 두 글자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 서예가는 ‘鐘路’라야 써주지 틀린 표기 ‘鍾路’라고는 써주지 않겠다고 고집했다고 한다.

  그러면 ‘種路’인가, 아니면 ‘鐘路’인가? 지금 중국의 간체자는 ‘鐘’과 ‘鍾’을 모두 ‘钟’으로 통일시켰다. 그렇지만 옛날  문헌을 들춰보면 ‘鍾’과 ‘鐘’은 뜻이 완연히 다른 두 글자이다.   

‘鐘’은 두드리면 소리나는 일종의 금속 악기를 뜻한다. <說文解字(설문해자)>에 ‘鐘, 樂鐘也’라고 돼 있다. <訓蒙字會 (훈몽자회)>에도 ‘쇠붑죵’이라 기재돼 있다. 그러나 ‘鍾’은 술을 담는  금속항아리다. <說文解字>에 ‘鍾, 酒器也’ 라고 적혀있다. <訓蒙字會>에도 ‘量名(그릇 이름)’으로 해석하였다.

  鐘閣(종각)에 큰 鐘이 번연히 매달려 있고 그 종각에 붙은 길이므로 ‘종로’라고 이름지었으니까 물론 ‘鐘路’가 맞을 터이다. 이러고 보면 그 고명한 서예가에게 시청 관리가 실수한 것이 당연하겠다.

  그러나 이 시비는 몇  마디 말로 간단히 해명될 일이 아니다. 중국 문헌에는 또한 ‘鐘’과 ‘鍾’을 서로 엇갈려 썼으며 심지어 이 두 글자는 서로 통용할 수 있다고 까지 했다. 한국인들이 ‘鐘’자를 써야 할 곳에 ‘鍾’자를  쓴 것을 무조건 무리로 밀어 부칠 수는 없다. 

  하지만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들 두 글자의 음이 완전히 같기 때문에 임시 서로 빌러 쓴 것이지 이 두 자가 같은 것은 아니다. <설문해자>의 해석에 이 점이 명확히 밝혀져 있다: ‘경전에 “鐘”을 많이는 “鍾”으로 쓰지만 ‘술항아리’라는 뜻의 글을 빌러 쓴 것이다(經傳多作鍾, 假借酒器字)’.

  다시 말해 ‘鐘’으로 쓰면 ‘쇠북’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만 ‘鍾’으로 쓰면 ‘쇠북’인지, 아니면 ‘술항아리’인지 아리송하다. 결국은 서예가의 견해가 에누리가 없이 맞는 것으로 된다.

  孫成祐(손성우) 편저 <한국지명사전>(경인문화사, 1974년)에 ‘鍾路’로 돼 있으며 기타 책에도 거의 다 ‘鍾路’로 돼 있다. 사전에만은 ‘鐘路’라 표기하고 ‘”鍾路”라고도 씀’이라고 하던가, 아니면 아예 ‘鐘路’로 표기하는 것이 지당하다고 보여진다.

  ‘종’자는 한국인의 이름자에도 많이 쓰이는데 한국인의 명함에 대부분 ‘鍾’자로 쓰고 있다. 자식이 술꾼으로 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터이고, 말하자면 ‘술항아리’자로 이름을 짓지는 않았으리라 보여지므로 역시 ‘鐘’자로 바꾸어 쓰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들이 명함에 꼭 ‘鐘’자로 쓰기 바란다.

  이름과 관계되는 자로 ‘鎬(호)’자를 본문에서 부언하고 싶다. ‘鎬’는 우리 민족의 이름자로 많이 쓰이는 글자이다. 이를테면 ‘영鎬’ ‘병鎬’ 문鎬’…등. 그런데 중국 조선족들은 이 글자를 조선어로 ‘호’로 발음함에도 불구하고 한어로는 모두‘găο (가우)’로 발음한다. 완전히 틀린 발음이다.

‘鎬’자는 ‘hào (하우)’와 ‘găo(가우)’ 두 가지 발음이 있는데 전자는 ‘도읍(西周의 수도 鎬京)’, 또는 ‘빛나다’란 뜻이고 후자는 ‘곡굉이’라는 뜻이다. ‘곡꾕이’라는 뜻의 ‘găo (가우)’음은 생긴지 100년도 안 되며 우리말 한자어에 이 음이 없다. 또한 자식이 곡굉이로 땅을 파먹으며 살라고 이름지었을 리 만무하다.

중국 조선족들이 이름에 쓰인 ‘鎬’자를 꼭 ‘hào (하우)’로 발음하기 바란다. 한족들도 조선족의 이름을 ‘găο(가우)’로 틀리게 발음하므로 왜 틀리게 발음하나 핀잔을 주니 조선족들이 ‘găο (가우)’로 발음하며, 또한 이름은 주인을 따르라는 원칙이 있으므로 당연 ‘găο(가우)’로 발음해 준다고 하지 않겠는가!

음이 같은 글자 ‘鐘’과 ‘鍾’에서 ‘鍾’을 잘못 선택해 쓴다던가 (한국인), 같은 글자이지만 음이 다른 ‘hào (하우)’와 ‘găo (가우)’에서 ‘găo(가우)’를 잘못 선택해 쓴 것(중국 조선족)은 모두 한어에 약한 우리민족의 망신이겠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전체 [ 3 ]

Total : 13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9 ‘광복’ 재조명 2012-11-10 9 6654
118 헛된 일 2012-11-03 3 7253
117 닭을 죽여 원숭이한테 보여주다(殺鷄給猴看) 2012-10-08 6 7262
116 ‘호적에 의한 국적 취득’ 질의 2012-08-26 2 14412
115 <"9.3"과 중국조선족> 재론 2012-08-19 11 7766
114 ‘9·3’과 중국조선족 2012-08-16 8 7658
113 탈북자 북송과 중국의 인권문제 2012-08-09 2 6795
112 해외동포들은 가승을 남겨놓자 2012-08-06 6 6244
111 중국 조선족 공동체 2012-08-01 1 5755
110 재중국 한국유학생의 매음 2012-07-31 2 9563
109 없는 자가 너덜대기는? 2012-07-24 12 6615
108 하늘이 무너지면 어쩌지? 2012-06-22 17 6823
107 우리겨레 무형문화재와 중국조선족 2012-06-08 37 8834
106 강릉 단오제와 중국 2012-05-27 23 7080
105 인간도 자연에 수동적인 존재 2012-05-13 5 5628
104 ‘박해문화’의 뿌리는 어디에? 2012-04-25 4 6022
103 조선의 한식절 2012-04-10 9 5645
102 재한 중국동포사회의 새로운 단계 2012-02-27 27 7513
101 ‘성폭행’, ‘성추행’ 2012-01-08 2 7369
100 한국어가 우리말의 표준어로 되려면 2011-12-05 8 8160
‹처음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