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http://www.zoglo.net/blog/zhengrenjia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섣’ ‘설’ ‘살’ 그리고 ‘세’
2007년 02월 27일 09시 10분  조회:5259  추천:77  작성자: 정인갑

   ‘섣달(일년의 마지막 달)’‘설날(일년의 첫 날)’‘다섯 살’‘만세(萬 歲)’이 네 마디 말에서 ‘섣’‘설’‘살’은 고유어이고 ‘세’는 한자어임은 주지하는 바이다.


  그런데 사실은 ‘세’뿐만 아니라 ‘섣’ ‘설’ ‘살’ 역시 한자  ‘歲’에서 기원된 말이다.


  ‘歲’는 약 1,500년 전후의 중고(中古) 한어에서는 [sĭwεi] 로 발음했다. 이 음은 지금 쓰이고 있는 한자음 ‘세’와 맞물린다. 그러나 더 거슬러 올라 약 2,000∼3,000년 전의 상고(上古) 한어에서는 ‘歲’자를 [sĭwet(셛)]으로 발음했다. 


  그 증거로 <시경(詩經)·대아(大雅)·생민(生民)>의 ‘載燔載烈, 以興嗣歲’ 구절 을 례로 들 수 있다. 중국 시가의 압운(壓韻) 현상은 앞뒤 시구의 마지막 글자의 중성과 종성이 같거나 비슷할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서 ‘烈’자를 [lĭet(렫)]으로 발음하기 때문에 ‘세’자도 [sĭw e t(셛)]으로 발음했다고 언어학자들은 고증해 냈다. 뿐만 아니라 중고 한어에서 받침이 없는 제운(祭韻), 태운(泰韻), 쾌운(夬韻), 폐운(廢韻) 네 운은 상고 한어에서 ‘ㄷ’ 받침이 있던 데로부터 없어진 것이라는 결론도 내렸다.


  이 음이 조선어에 차용되어 ’셛→섣’으로_ 읽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고대 조선 사람들은 ‘ㄷ’ 받침을 잘 발음하지 못해서인지 후세에 ‘ㄷ’ 받침을 점점 ‘ㄹ’ 받침으로 고쳐 발음하였으며 한자어의 규범 음에서는 아예 모든 ‘ㄷ’ 받침을 ‘ㄹ’받침으로 고착시켜 버렸다. ‘葛(갇→갈)’ ‘訥(눋→눌)’ ‘達 (닫→달)’ ‘辣(랃→랄)’ ‘末(맏→말)’ ‘拔(받→발)’‘殺(삳→살)’ ‘謁(앋→알)’‘節(젇→절)’ ‘察 (찯→찰)’ ‘脫(탇→탈)’ ‘八(팓→팔)’‘割(핟→할)’ 등이 그 례이다.


  이렇게 보면 ‘歲’를 ‘섣→설’로 읽었을 것이다. 후세에 한어에서 ‘歲’를 ‘셛’으로 읽지 않고 ‘세’로 읽으니 ‘歲’자의 음을 다시 ‘세’로 규범해 버렸다. 그러므로 우리말에서 한자 ‘歲’와 관계되는 음은 ‘섣’ ‘설’ 및 ‘세’ 세 가지가 있다.


  같은 개념을 표시하는 단어가 여러 개이면 그 중의 하나를 제외한 다른 단어들이 죽어버리거나 또는 의미상 서로 역할을 분담하게 된다. 결과 ‘섣’으로 일년의 마지막 달을 표시했으며 ‘설’로 일년의 첫째 날과 나이를 표시했고 ‘세’를 쌍 음절 이상의 한자어로 썼다.


  일년의 첫날에 나이 한 살 먹으므로 ‘설’로 나이를 표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세 문헌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의 ‘두설 디내디 아니ㅎ、야(두살 지내지 아니해야)’, <월인석보(月印釋譜)>의 ‘그 아기 닐굽 설 머거(그 아이 일곱 살 먹어)’ 에서 보다시피 그때는 나이를 일컫는 ‘살’을 ‘설’이라 했다. 나이를 헤아리는 ‘설’이 한해의 첫날인 ‘설’과 뜻이 좀 다르다고 생각되어서인지 지금은 ‘살’로 변경시켜 쓴다. 필자의 조선어 발달사 지식이나 조선 문헌에 관한 지식이 깊지 못하므로 언제부터 변경되었는지 본문에 다루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조선어 고유어에는 ‘섣’ ‘설’ ‘살’과 같이 한자와 관계되는 단어가 많다. 본 사이트에 올린 필자의 글 ‘동무’ ‘짐승’ ‘동이’’둥궤’ ‘짓’ 등은 필자가 이미 고증해 낸 이 부류의 단어 중의 일부이다. 그 중 ‘동무’ ‘동이’ ‘둥궤’ 등은 후세 한자음과 관련되지만 ‘짐승’ ‘섣’ ‘설’ ‘살’ 및 ‘짓’과 같은 단어들은 상고 한자음과 관련이 있다. 


  상고 한자음과 관련이 있는 이런 단어가 조선어 고유어에 적지 않게 스며들어 있는 현상은 필자의 주장­-―상나라 때 만들어진 한자는 상나라를 세운 동의족(어쩌면 우리 민족의 조상)의 글-―의 증거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3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39 인구가 많으면 축재도 잘 된다 2014-06-23 1 8909
138 서울표준시 재검토 2014-05-14 3 8312
137 재한중국동포식당에게 하는 건의 2014-05-07 5 8394
136 ‘자유왕래’, 너무 늦었다 2014-03-13 7 10552
135 자식농사가 가장 중요한 농사 2014-02-04 1 7315
134 김치의 중국 이름 ‘辛奇’질의 2013-12-26 11 11037
133 복지와 함정 2013-11-18 6 7927
132 개천절과 중국의 하상주 단대공정 2013-11-13 0 7771
131 이름부터 바로 지어야 한다 2013-10-11 1 7324
130 구의사 종친회 2013-09-07 3 7692
129 순갑(順甲) 예찬(禮讚) 2013-07-14 3 9344
128 정묘, 병자호란과 중국조선족이민사 2013-06-26 2 9330
127 언론과 국민의 기질 2013-06-13 2 10393
126 다문화가족과 인종개량 2013-06-05 16 14518
125 한국에 한 번 더 간절히 충고해 본다 2013-04-27 13 15116
124 ‘오일재상’ 2013-02-13 2 7869
123 ‘세 번째 아이’의 의미 2013-01-18 6 7842
122 우리 겨레의 디아스포라 2012-12-30 6 11210
121 한국인과 중국인의 음주습관 차이 2012-12-20 8 12732
120 한국의 감옥 문화 2012-11-29 6 10905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