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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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網言可畏'
2006년 03월 20일 00시 00분  조회:6419  추천:87  작성자: 정인갑
'網言可畏'

정인갑


한어에 ‘人言可畏(인언가외)’란 성구가 있다. ‘떠도는 말이 무섭다’는 뜻이다. 가령 A왈: “갑군(甲君)과 을양(乙孃)이 같이 어디로 갔어”, B왈: “같이 방으로 들어갔대”, C왈: “같이 살았을 걸”, D왈: “을양은 이미 임신됐나봐”로 넘겨짚는…이런 식의 떠도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가!

‘떠도는 말’은 많이는 유언비어를 일컫는 것 같지만 옛날 본 뜻은 이렇지 않았다. 이 말의 출처는 3천여 년 전 <시경․정풍․장중자(詩經․鄭風․將仲子)>의 ‘人之多言, 亦可畏也’이다. 한 소녀가 중자라는 남자에게 “밤에 담을 넘어 나를 찾아오지 말라. 부모의 꾸지람, 형제의 잔소리, 이웃의 여론이 무섭다”라고 한 말의 한 부분이다.

사실 <시경>의 적지 않은 부분은 덕정(德政) 또는 악정(惡政)을 찬양 또는 비판하는 ‘떠도는 말’이었다. 그 떠도는 말을 집대성한 것이 바로 민요 대집 <詩經>이다.

필자는 본문에서 ‘人言可畏’를 ‘網言可畏(망언가외)’로 고쳐 활용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망’은 ‘인터넷(因特網)’이라는 뜻이다.

福建省에 부정부패의 척결 투사 黃金高라는 공산당 간부가 있다. 그는 福州市 재정위 주임으로 있을 때 불법 돼지 도살장을 척결한 건으로 주먹사회의 위협공갈을 받으며 방탄의(防彈衣)를 입고 다녀야 했다. 그가 連江縣의 당위서기로 전근된 후 모 건설업체와 전임 당위서기와 결탁하여 이루어진 모 도로공사의 부정부패 건을 다루려 했지만 연루된 권력가, 결탁된 주먹사회 등 때문에 해결을 보지 못하였으며 여전히 방탄의를 벗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 사건은 모 신문사의 사이트에 실려졌고 이내 다른 허다한 사이트로 확산되었다. 며칠 사이에 수십만, 수백만, 심지어는 수천만의 군중이 이 글을 읽었으며 온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다.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는 많은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문제들이 인터넷의 힘에 의해 빠른 해결을 보고 있다.

필자의 취지는 황금고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다. 인류의 언론 도구는 수천 년을 거치며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3천여 년 전에는 <시경>과 같은 민요가 충당되였다. 한 사람이 입으로 외우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귀로 듣고 전달하는 형식이겠다. 이것이 인류 언론의 최초 단계이다.

그 다음은 책이였다. 책도 초창기에는 죽간에 쓰다가 후에 헝겊에 옮겨지고 나중에는 종이에 쓰므로 하여 전 사회에 보편화되였다. 근세에 진입하여 신문, 잡지(정기 간행물)가 생겼으며 또 그 다음에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생겼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이 인터넷은 비할바 없는 빠른 속도에 비할바 없이 많은 참여자를 초래했다.

속담에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했지만 그 천리를 가는데 며칠이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모르겠으나 발 없는 인터넷의 내용은 분, 초를 다투며 수만리 간다. 한국 대통령 선거 때 로무현 대 리회창의 대결을 인터넷 대 신문의 대결, 인터넷이 이겼다는 설이 있다. 인터넷은 정말 괴물이다. 망언(網言)은 정말 무섭다.

본문의 기회를 빌어 ‘연우미디어’의 사다사소(四多四少)의 부족점에 대해 의견과 건의를 제출해보고자 한다. 본 미디어는 정면소식이 많고 반면 소식이 적으며(報喜不報優) ; 정치소식이 많고 사회소식이 적으며; 상층소식이 많고 서민 소식이 적으며; 찬양이 많고 비평이 적은 것이 흠이다. 국내 다른 사이트는 이와 반대로 사다사소인데 말이다.

연우미디어는 괴물도 아니고 可畏한 말도 없다. 연우미디어가 제 구실을 하자면 부정부패를 일삼는 위정자들을 섬뜩섬뜩하게 만들기도 하고, 서민들의 간지러운데를 빡빡 긁어주기도 하며, 항간에 떠도는(허나 진실한) 말들을 많이 실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우리 겨래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나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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