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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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刀
2006년 01월 11일 00시 00분  조회:5564  추천:57  작성자: 정인갑
神刀

정인갑


필자는 陝西省 咸陽市의 의사 張朝堂을 지금까지 목격한 사람 중 가장 신비스러운 인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1995년 필자는 당시 한국 모 신문사 북경 특파원과 유럽-아시아 대륙교(歐亞大陸橋: 山東省 連運港에서 출발하여 중국대륙을 횡단한 후 중앙아시아를 거쳐 네덜란드의 암스트담까지 가는 철도) 취재 중 함양시를 거치게 되었다. 그때 朝陽병원의 의사 ‘神刀’라는 별명을 가진 張朝堂을 취재했는데 ‘세상에 이런 기적도 있을 수가 있나’ 하며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리는 그 병원의 전문인 디스크(hyperosteogeny:骨質增生) 질환을 치료하는 장면을 견학했다. 환자의 통증 부위에 커피 색 물약을 바른 후 피부를 베니 싹은 뼈가 비집고 나오는 듯 했다. 그것에 끌을 대고 톡톡 쳐버리는 것으로, 1분 가량에 수술이 끝났다. 쳐버리는 일도 견학자인 우리들을 시켜 행했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발발 기다시피 하며 들어와 누운 환자들이 치료 후 웃으며 제 발로 걸어 나아가니 또한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 약 10만 명의 환자를 치료했는데 한 명도 복발된 자가 없다고 한다.

관건은 그 물약이다. 마취, 진통, 소염, 지혈 등 기능을 모두 지니고 있으며 심지어 싹은 뼈를 원 뼈에서 리탈시키는 기능까지 겸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사실은 신도가 아니라 ‘神藥’인 셈이다.

신도의 본업은 치질 전문이였는데 동업 의사들의 반발이 너무 심해서 디스크 전문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날 례외로 필자의 치질을 수술해 주었다. 항문에 그 물약을 바르고 수술 칼을 항문에 넣어 휘저어 너덜너덜한, 밸 같은 것을 꺼내는 것으로 수술을 끝냈다. 약 20초 걸렸다. 1년에 의사 한 명이 약 50만 명, 의사 몇 십 명이면 전 중국의 치질환자를 모두 치료할 수 있는 셈이니 동업자들의 반발을 받을 만도 했다.

원래 필자의 치질은 아주 심했는바 아스팔트 같은 찬 곳에 한시간 정도 앉았다가는 항문이 아파 몇 시간 대굴대굴 굴며 비명을 질러야 했었다. 그래서 치질전문 북경 二龍路 병원에 가서 입원 신청을 두 번이나 했다가 모두 도망쳐 왔다. 왜냐하면―치료 중의 고통은 제쳐놓고라도―수술 방법이 치질의 궤양 부위를 탄력이 강한 나일론 끈으로 조여 매고 헌데가 떨어진 후 염증을 제거하는 것인데 약 35일간 걸린다. 1분 1초도 쪼개어 써야 할 대단히 바쁜 필자가 어떻게 35일이나 병원에 엎디어 있는단 말인가!

그러나 신도의 덕분에 20초에 완치했으며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나 아직 복발되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신비스러운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

중앙 고위급 령도 한사람은 신도의 수술장면을 보고 ‘神刀是國寶(신도는 국보다)’라는 제사를 써 남겼다고 한다. 그때 그 고위간부가 병원에 찾아가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이 되도 나타나지 않자 신도는 목욕하러 가버렸다. 약속 시간이 퍽 지난 후 성 정부의 간부가 찾아가 공중목욕탕에 잠적한 신도를 찾느라 꽤나 품을 놓았다. “왜 이제야 오나, 나는 약속이 취소됐나 했지” 하며 신도 편에서 오히려 투덜댔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의사가 아닌 사람 치고 무릇 ‘신도’의 수술장면을 목격한 자들은 모두 탄복한 나머지 혀를 내두르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의사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절대 ‘신도’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신도’에 비교하면 자기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의사, 하찮은 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신도’는 그야말로 ‘괴재(怪才)’ ‘귀재(鬼才)’ ‘기재(奇才)’ ‘신재(神才)’다. 필자가 신도에 대하여 대서특필하는 것은 그를 자랑하는데서 그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역시 중화문화의 한 개 단면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첫째, 중국은 13억이라는 막대한 인구를 가진 나라이므로 이런 괴재도 자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1천만 명당 한사람이 나타난다고 해도 130명쯤은 될 것이 아닌가!

둘째, 동물로부터 진화된 인간은 그의 사회 속성이 점점 강해지고 자연속성이 점점 퇴화될 것이다. 규범화된 현대 교육이 강해질수록 인간 개개인의 속성이 점점 증발될 것이다. 아직 규범화된 교육이 미약한, 문맹 천지인 중국이니 이런 귀재가 다른 나라, 다른 민족에 비해 더 많다. 상기의 ‘신도’도 고모네 집에 입적해 6살부터 한약을 가공하는 일만 한 반 문맹이다.

셋째, 중국인은 어떤 한가지 재능을 연마하기 위해 평생, 심지어 몇 세대를 바치는 기질이 강하다. 그런 와중에 기재가 튀어나올 수 있기 마련이다.

넷째, 중화민족은 일단 한가지 재능을 장악하면 그것을 가문의 비방으로 하고 대대손손 물려주는 기질이 강하다. 특허로 신청하여 벼락부자로 되려는 현대 상업사회의 상례와 전연 다르다. 이는 아마 자신의 부귀영화보다 가문을 빛내고 후손에게 복을 주려는(光宗耀祖, 封妻蔭子),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유교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많은 외국인이 그 물약의 비방을 특허로 사려고 찾아갔지만 절대 팔지 않고 있다.

상기의 물약도 세세 대대에 거쳐 개발된 것이다. 밖으로 비밀이 새여 나갈까봐 딸에게는 절대 가르쳐 주지 않고 아들에게만 가르쳐 준다. 의사 세대인 고모부는 아들이 없으므로 처남의 자식을 입적시켜 가르쳐 준 것이 바로 상기의 ‘신도’이다. 그때 ‘신도’도 20살 난 딸에게는 가르쳐 주지 않고 15살밖에 안 되는 아들이 커서 차세대 ‘신도’가 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작년 봄 필자는 출장차 신도를 찾아간 적이 있다. 새로 지은 4층집에 개인 병원을 차려놓고 있지 않는가!(이전의 조양병원은 국가병원) 아마 시장 경제의 물결속에서 동업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있게 된 모양인지 치질치료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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