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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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단상 (장경률3)
2007년 04월 21일 10시 47분  조회:3463  추천:121  작성자: 장경률

5월의 단상

장경률
(연변일보사 문예부 주임)

   
세월이 흐르는것이 살같아 초봄이 금방 지난것같은데 어느덧 5월말이라 초여름에 잡아든다. 그래서 공자도 내가에 이르러 《흘어가는것이 이와같느니라》고 읊조렸을것이다. 
   
들판에도 언덕에도 뭇꽃이 다투어 만개하면서 어여쁨을 자랑한다. 진달래가 방금 지자 살구꽃이 만발하며 붉게 웃던것이 어제같은데 그것도 잠간, 수줍게 살포시 새하얗게 미소짓던 배꽃도 분분히 자취를 감추었다. 백화가 다투어 피였다가 지고 사라지는 동시에 다른 뭇꽃들이 피여 그 자리를 메운다. 정녕 이것이야말로 대자연이 하사한 백화원이다. 욕설도 다툼도 질투도 없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질서있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때가 되면 지고 씨받이를 준비한다. 이처럼 9월국화가 만발하다가 된서리를 맞을 때까지 말이다.   

백화가 만발하여야 백화원이라 할수 있다. 실상 이는 아주 소박하면서도 통속적이고 간단한 명제이다. 헌데 실생활에서는 그렇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혹자는 길가에, 언덕에, 밭뙈기에 그 누가 바랬던것도 아니건만 제몫을 하노라고 소리없이 피는 개나리나 차전자는 꽃이 아니라고 한다. 자기가 즐기는것은 얼굴이 환한 모란꽃이나 자태가 아름다운 월계화이기때문이다. 혹자는 짙은 향을 풍기는 브라질철주는 꽃나무가 아니라고 한다. 향은 아주 무서울 정도로 거세지만 꽃이 좁쌀처럼 보잘것없기때문이다. 혹자는 푸른 꽃은 없다고 단언한다. 잎이 푸른데 꽃잎, 꽃술도 푸른것이 어디에 있느냐고 하면서말이다. 그러나 도라지꽃도 푸르고 나팔꽃도 진붉은것, 새하얀것외에도 푸르디푸른것이 있어 천차만별하다. 자기가 모른다고 하여 엄연한 사실인데도 부정한다면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무어라 하든지 꽃은 꽃이고 뭇꽃이 만발하기에 백화원이 이루어지는것이 아니겠는가?   

인간은 저마다 성질이 다르고 풍격이 다르고 애호가 다르다. 문학평론도 그러하다. 하기에 나름대로 작품을 선택하고 평론을 한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평가도 자유다. 하지만 남의 뜻은 존중해야 할것이다. 그렇잖고 오직 자기것만 한사코 주장한다면, 제만 옳고 남은 모두 틀린다고 한다면 이 세상은 너무나 허무해질것이다.

그런데 요즘 문단을 보면 정상적이고 건전한 비평이나 문풍보다도 무턱대고 상대를 부정하고드는 경향이 성행하여 심히 실망된다. 《그게 어디 소설이요.》, 《그게 어디 시요?》, 《코플레기들이 무얼 안다구.》, 《몽땅 쓰레기라니.》… 이런 식으로 상대를 형편없이 타매하고 유독 자기만이 정확하고 권위인것처럼 한다. 꼭마치 자기는 세상에 군림하자부터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고 평론가가 된것처럼 말이다. 《두꺼비가 올챙이때 일을 잊어서일가?》 나이가 어리거나 경력이 짧으면 이런 무단평론이나 무단평가를 받는 피해가 더욱 심하다.    

《새싹》에게는 사랑과 배려가 언제나 필요하다. 잔잔한 비를 뿌려주고 산들바람으로 어루만져주고 따스한 햇볕으로 감싸안아주어야 어린 싹이 무럭무럭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것임은 십분 자명하다. 그래서 새로운것이 1%라도 보인다면 긍정을 주로 하면서 사랑을 99%로 몰붓자는것이다. 그러면 문학신인들의 생장환경이 훨씬 좋아질것이 아닌가! 사랑을 한답시고 삼복염천의 불볕을 퍼붓거나 강풍을 안긴다면 이는 사랑이라기보다 압살이라는것이 더 합당하다. 그렇잖아도 일정한 권위나 명성이나 경력을 소유한 분들이 어망간에 던진 말 한마디, 평론 한구절에 어린 새싹이 애티도 벗지 못하고 압살당할수 있다는것을 선배라면 항상 명기해야 할것이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실상은 그렇지 못한것이 현실이다. 물론 훌륭하신 선배님, 스승님, 도사님들이 많은것도 사실, 결코 이를 부정하려는것은 아니다. 일부 저질평론, 저질비평이 나타나서 성스러운 문단을 흐리우는데 대한 반감에서이다. 혹자는 필자더러 《무엇을 안다고 발언이냐?》고 질책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방관자 청(旁觀者淸)》이란 격언도 있지 않는가. 그 무슨 편견도 기성관점도 없기에 감히 말한것이다.    《문학과예술》의 올해 2호에 윤윤진교수의 관점에 대한 장춘식선생의 반론과 그 반론에 대한 윤윤진교수의 반론, 그리고 김파시인의 《립체시론》에 대한 김관웅교수와 김파시인의 상호비평을 감명깊게 읽었다. 계발도 크다. 모든 비평과 평가가 이처럼 펼쳐진다면 무슨 우려가 있겠는가!
 
<<문학과 예술>> 2006년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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