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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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유린당한다 (장경률2)
2007년 03월 14일 08시 15분  조회:3370  추천:145  작성자: 장경률
문화가 유린당한다

장경률


최근년간 신주의 960만평방킬로메터 땅덩어리우에서 각종 명목의 문화절이 등장하여 정신이 아찔하게 한다. 이를테면 공자문화절, 관공문화절 등 력사상의 명인들을 추모하는 그런 문화절이 있는가 하면 지어 가구문화절, 채권문화절, 두부문화절, 갓짠지문화절도 있다. 그리고 마루바닥문화절, 쌍둥이문화절도 등장한것 등 오가잡탕이다. 그리고 음식문화요, 소비문화요, 지어 변소문화요 하고 저마다 앞다투어 문화를 곁들여서 로신선생이 지난 세기 30년대에 신랄하게 비판한적 있는 그런 《문 두드리는 벽돌장》으로 전락시키고있다. 

문화의 힘을 의식하고 형상수립이나 경제발전에서 문화의 거대한 역할을 발휘시키는데 취지를 둔 그런 관념, 그로부터 중시도가 높아가는것은 원래 좋은 일이다. 역시 일대 진보라 할수 있다. 지금 적지 않은 지방에서 흔히 《경제가 무대를 꾸미고 문화가 극을 논다》고 하면서 경제발전과 문화발전의 동반진보를 추구하고있는데 실로 제창할바이다. 하지만 경계할것은 바로 람용이다. 그리고 문화란 이 신성한 개념에 대한 오염이다. 문화란 이름을 내걸고 정당하지 못한 돈냄새만 풍긴다면 이는 문화에 대한 배반이고 유린이다. 진정 고상한 문화, 전통적인 건전한 문화의 전파와 그 역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것이다. 그 역효과도 과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얘기다.

혹자는 무슨 일에나 문화만 내걸면 되는가고 오인하고있다. 그리고 《양대가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팔아도 돈만 벌면 된다》고 목청을 돋운다. 따라서 모종의 《문화만능론》이 대두하고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든지 새로운 품종이 배육되든지 그렇잖으면 새로운 식당을 개업하고 새로운 메뉴를 창출하고서는 문화로 포장하지 못하여 안달한다. 실상 문화용속화라 할수 있다. 

우리 주변의 어느 진소재지에서 다년래 변소문제가 난제로 나서서 골치거리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기업인의 협찬을 받아 조금 괜찮은 변소 몇채를 지었다. 그러자 진의 책임자량반들이 실적을 자랑할 때마다 한다는 소리가 바로 《우리 진에서 변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화장실문화가 자리잡게 되였다》고 도처에서 자랑을 늘여놓았다. 실로 웃지도 울지도 못할 형국이였다. 변소를 지어서 변소난문제를 해결하였으면 그만이지 거기에 기어코 변소문화요, 화장실문화요 할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문화적인 함량을 높인다고 하여 맹탕 한다면 그것은 실상 문화에 대한 모욕이고 롱락이다.

《어떠한 사물도 적절한 장소에 놓일 때 아름답지 않은것이 없다. 그와 반대로 적절한 시간과 장소를 떠나면 아름다운것이 하나도 없다.》 프랑스의 저명한 농민화가 밀레가 이렇게 갈파하였다. 밀레의 이 명언은 문화와 예술의 원리로서 진리이다. 동시에 사회생활과 인생의 도리를 가르침하는 면에서도 진리이다.

우리 말에서 제때에 맞는것을 적시성(適時性)이라하고 제곳에 맞는것을 적소성(適所性)이라고 한다. 이는 어디에나 적용된다고 하겠다. 보라, 평소에 우리들이 식사시 밥상우에 사발마다 이밥이 수북이 담겨있을 때가 기분도 좋고 보기에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 인간의 배를 채워주고 생존을 유지시켜주는 쌀밥이라고 한들 입술이나 얼굴에 붙었다면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우리는 인간교제나 일상생활에서 말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잖고 시도때도 없이 지절거린다면 결코 아름답지 못할뿐만아니라 정신이상이 아닌가고 의심을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미개한 장면을 접하였거나 약자가 모욕을 당하는 등 응당 말을 해야 하고 그것도 엄숙하게 큰소리로 웨쳐야 하는 현장에서 침묵하면서 꿀먹은 벙어리상을 한다면 이는 아름답지 못한것은 고사하고 아주 꼴불견이라 하겠다. 불의를 외면한다면 질책을 받아도 마땅하다. 말해야 하는데 침묵하고있으니 역겹기 그지없지 않은가. 

우리 문화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특색문화를 창출하고 고상한 문화를 고양하고 보급하면서 동시에 문화령역에서의 가짜와 모조품 그리고 폐품도 척결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진정 문화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고 문화령역도 한결 정화될것이 아니겠는가! 문화가 유린당하고있다. 문화가 오염되고있다. 진정 문화가 문화답게 제자리에 모셔져야 그 품위가 올라가고 그 역할을 놀수 있다. 《갑산의 개 값》이라는 속담이 있다. 너나없이 부르는게 그 값이란 말이다. 너무 헐값이면 제구실을 못한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고상한 문화의 추구자이다. 그리고 고상한 문화로 세인을 감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종래로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느때든지 그 어떤 상황이거나를 막론하고 용속한 문화는 영원한 척결대상이다.

《연변문학》2007년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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