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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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나무꾼(우상렬112)
2007년 11월 22일 11시 18분  조회:5287  추천:99  작성자: 우상렬

선녀와 나무꾼

 

우상렬



우리에게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있다. 하늘의 선녀, 땅 위의 나무꾼, ‘하늘과 땅 사이에 꽃비가 내리던 날…’, 그들은 사랑을 한다. 이 사랑이야말로 정말 낭만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구구전승 쾌자되는 듯 하다. 사실 이것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중국의 ‘牛郎职女’, 일본의 ‘날개 옷을 잃어버린 千叶姬’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분포된 이야기이다. 신델렐라는 못 생기고 별 볼일 없는 여자가 시집가는 이야기라면 나무꾼의 이야기는 못 생기고 별 볼일 없는 남자가 장가가는 이야기이다. 신델렐라 이야기가 시집 못 간 처녀들의 백일몽이라면 나무꾼의 이야기는 장가 못 간 총각들의 백일몽이다.

우리 말에는 헌 신작짝도 짝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하느님의 섭리를 나타내고 있다. 性比의 바란스를 나타낸 진리성을 띠고 있다. 하느님은 이 세상에 처녀와 총각을 만들 때 모두 제 짝이 있도록 짝짝 맞게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처녀총각의 사랑을 아예 자기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진리는 진리고 현실은 현실일 때가 많다. 진리와 현실이 겉돌 때가 많다는 말이 되겠다. 현실의 그 잘 난 남자들이 여자들을 너무 많이 꿰차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를 좀 보자. 3천궁녀를 거느리는 제왕들, 허용된 축첩제도에 다다익선으로 축첩하는 대신들과 귀족양반들, 그리고 부자들. 三妻六妾이라는 말도 이로서 생겨났다. 여기에 英雄好色, 英雄难过美人关이라 영웅까지 가세하니 나무꾼이나 牛郎 같은 최하층 일반서민들에게 차례질 처녀들은 애초에 모자란다. 이로부터 性比의 바란스가 깨어지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옛날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오늘날 현실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아랍권의 많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한 남자가 여자들을 많이 거느리는 것은 부와 권위의 상징으로 통한다. 그리고 우리 현실의 이른바 잘 나가는 남자들을 보라. 권력 있고 돈 많은 남자들 말이다. 그들 사이에 통하는 말---沾花惹草, 家花不如野花香. 그래서 너도나도 情妇. 이런 情妇는 그 권력과 돈의 비례에 따라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이것을 새로운 축첩제도라 해야 되나. 바로 이런 축첩에 운 좋게 겨우 장가갔던 ‘나무꾼’이나 ‘牛郎’들은 다시 외톨이로 되는 비극을 맛보야 한다.  <金瓶梅>에서 무대랑이 서문경에게 색시 반금련을 빼앗기듯이 말이다. 아니,  <金瓶梅> 얘기가 아니고 우리 현실에서의 조선족 총각들도 마찬가지다. 1년에 한국으로만 시집가는 처녀가 몇 백명은 약과고 천명이나 된다고 하니 조선족 ‘나무꾼’ 총각들 장가가겠나 말이다. 물은 낮은데로 흐르고 사람은 높은 데를 바라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몇 년 전에 이런 小品 하나 보았다. 처녀기갈이 든 조선족 농촌의 총각들이 처녀마네킹을 색시인양 모셔놓는 해프닝을 희비극으로 보여준 내용이다. 이것이 단지质小品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우리 현실의 한 자화상이라 할 때 서글프났다. 사실 처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위장결혼이요, 뭐요 해서 또 우르르 나가니 많은 홀아비들이 또 양산되는 판이다. 이른바 잘 사는 나라에서 여자 싹쓸이 해가는 판이다. 이로부터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의 性比의 역삼각도가 형성된다.

그럼 색시가 없거나 잃은 ‘나무꾼’은 어쩌야 하나? 하늘에 올라가 찾아야 하나? 그것은 너무 아득한 길이고 실효성이 적다. 그래서 나무꾼이 수닭으로 변해 하늘을 보고 애꿎게 울기만 하거나 牛郎도 칠월칠석에만 职女를 한 번밖에 못 만나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는가? 그러니 원천적인 개변을 해야 한다. 바로 ‘나무꾼’이나 ‘牛郎’의 신세를 고쳐야 한다. 아직도 전근대적으로 산에 가서 땔나무나 해 팔고 소궁둥이나 두드려며 밭을 갈아서는 처녀가 아니라 식은 죽도 못 얻어 먹는다. 현재 중국의 새농촌건설붐이 일고 있다.  천재일우의 기회다. 우리의 ‘나무꾼’들도 여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이제 새농촌건설이 실효를 거둘 때 선녀도 날아내려올 것이고 职女도 아늑한 조선족 구들 아래목에서 천을 짤 것이다.

 

20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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