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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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拒食)(우상렬110)
2007년 11월 06일 16시 09분  조회:4531  추천:84  작성자: 우상렬

거식(拒食)


우상렬


인간은 이 세상에 먹기위하여 온 듯 하늘에 것, 땅에 것, 바다 속에 것, 안 먹는 것이 없다. 어떤 것은 인간이 먹어 치워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인간은 그야말로 먹어 치우는 맘모스. 그런데 인간은 분명 먹기 싫어하는, 안 먹는 면도 있다.

인간은 기분을 잡쳤거나 어떤 것에 열을 받았을 때 식욕이 떨어지고 먹기 싫어진다. 일종 무의식적인 거식 자아징벌로 볼 수 있다. 이것이 심하게 나타날 때는 거식 자학광이 되겠다.

그러나 사실 인간은 어떤 목적을 위해 의지적으로 거식할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이 동물하고 다른 점이다.

거식증, 얼마나 먹기 싫어했으면 症적 정도까지 되었겠는가? 이 거식증은 요새 주로 다이어트하는 여자들 사이에 먹어 살이 찌는데 대한 반대급부로 취한 치열한 거식이다. 

인간은 이렇게 자기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거식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거식할 수도 있다. 이 점, 동물하고 질적으로 다른 인간의 고상한 면이다.

인간은 적은 밥이 남는다, 그러나 동물은 많은 먹이도 모자란다는 말은 이 점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영화 <山甘岭>의 한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동굴에 갇힌 지원군들이 오래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하여 목이 마르고 입술이 다 부르텄다. 이때 지도원이 유일하게 남은 사과 한 알을 부상병에게 먹으라고 준다. 그러나 부상병은 먹지 않고 냄새만 맡고 옆의 전우에게 넘겨준다. 그러자 그 전우도 냄새만 맡고 또 자기 옆의 전우에게 넘겨준다. 그러자 그 전우도… 이렇게 사과는 돌고 돌아 다시 부상병에게 돌아왔다. 부상병은 다시… 이렇게 한 알의 사과는 그대로 남는다. 나는 한국에서 아프리카빈민들을 위한 굶기운동이나 종교단체에서 금식기도를 하는 것을 보고 바로 인간의 고상한 인도주의를 느꼈다. 정양완 교수, 내가 한국에 유학 가서 제일 처음 지도교수로 모셨던 분이다. 정양완 교수에게는 마음의 아픈 상처가 있다. 6.25때 아버지인 위당 정인보 선생이 북으로 납치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는  크리스찬으로서 수시로 북한동포들을 위한 금식기도를 한다. 원수도 포용하는 금식기도, 정말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멋진 미덕이다.

나는 쓸데없이 많이 먹어 살이 너무 졌다. 중증 비대증이다. 나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거식의 미를 배울란다. 그러면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200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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