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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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콤플렉스(우상렬108)
2007년 11월 02일 15시 57분  조회:4855  추천:85  작성자: 우상렬
학생콤플렉스


우상렬



조직에서 나보고 포스트닥을 하러 가란다. 또 한번 조직의 배려에 감지덕지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나는 속으로 그리 달가와하지 않았다. 나는 워낙 다시 학생이 되는 것이 싫었다. 아니, 두려웠다. 학생이 무엇이냐? 열심히 배워야 하고 선생을 깍듯이 모셔야 하고 또 어쩌고 저쩌고… 학생콤플렉스가 나를 확 감싼다. 두렸다.

인생은 가정, 학교, 사회 이 3부곡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니 학생콤플렉스는 숙명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다. 나는 워낙 절대자유를 추구하는 놈이라 소학교에 다닐 때 선생이 두 손을 엉치위 뒤허리 부분에 갖다 붙이고 온 몸을 걸사에 착 갖다 붙인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하며 손을 들 때는 머리 위로 기껏 뻗지 말고 머리 높이까지 착 들 것을 요구할 때부터 나는 학생신분이 지겨워나고 역겨워났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가기 싫었다.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질도 써보았다. 그때마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 사람이 안되!하며 엄하게 노려보는 아버지의 눈길이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항상 형님 손에 끌려 학교에를 다녔다. 아니, 아니 해서 술 석잔이라고 그것도 소학교부터 죽 박사생까지. 지금은 또 포스트닥을 하고.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인생인가봐. 사실 소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대학교, 대학교에서 석사생, 석사생에서 박사생… 이렇게 죽 올라가는데 학생콤플렉스는 점점 줄어드는 것이 분명하다. 학교나 선생이 이래라 저래라 하기보다는 자기가 알아서 하기가 점점 많아지니. 학생콤플렉스는 점점 해소되고 자유도는 점점 많아진다는 말이 되겠다. 대학교에 처음 들어와 공부하는 것이 왜 그리도 홀가분한지. 중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공부했는데 대학교는 반나절만 공부한다. 그리고 석사생을 붙으니 또 얼마나 좋든지. 강의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전적으로 알아서 공부하기다. 이런 멋이 없으면 나는 정말 언녕 학생되기를 그만 두었을 것이다. 그래도 학생콤플렉스는 남는다. 성적콤플렉스 하나만 놓고 보아도 그렇다. 그래 학생으로서 학습성적에서 자유로울 놈 몇이나 되나 말이다.

그런데 학생콤플렉스는 뭐니뭐니해도 선생 대 학생 관계에서 생긴다. 선생이 누구나? 君师父一体, 임금 君은 빛 좋은 개살구니 그만두고라도 아버지 맞잡이는 된다. 그렇다. 一日为师终身为父. 그리고 선생의  그림자는 밟아서도 안 된다. 바로 이런 선생님이기에 쳐다보기에도 아름차며 두렵다. 선생님 앞에 서면 죄인이 법관 앞에 선 것처럼 괜히 가슴이 떨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말은 뜨덤뜨덤 거린다. 여기에 선생님이 으흠, 으흠, 두어 번 헛기침이라도 하기만 하면 심장이 멎을 것만 같다.

바로 이런 존귀한 선생님을 나는 친구쯤으로 생각하고 같이 놀자고 하다가 정말 혼쭐이 난 적이 있다. 한국에서 박사생 공부를 할 때다. 내 지도교수 되는 사람이 나보다 나이 몇 살 많지 않았다. 내 착 위에 있는 형님 또래다. 그래서 술 한잔 하고 나면 형님, 동생하고 놀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 지도교수가 받아주지를 않는다. 우리 지도교수는 근엄하시다. 여기에 하느님예수를 믿는다. 그러니 술은 하지 않는다. 안 마시는 술을 자꾸 권하며 형님 하기오, 한잔 하기오 했으니 곱게 보일 리 있겠는가. 우리 형님지도교수가 나를 穿小鞋-애 먹인다. 박사논문 다 썼습니다. 한 번 보아주십시오. 아무리 공손히 내밀어도 보아주지를 않는다. 다 보았습니까하면 기다려 한 마디에 세월아, 네월아 무진장 기다리기다. 성급한  놈은 애초에 속이 타 죽는다. 결론적으로 말쌈 드리면 학생은 선생 앞에서 항상 무조건 毕恭毕敬해야 하니라. 다른 도리가 없다. 학생콤플렉스-毕恭毕敬. 선생이 아무리 이성적이고 공정하게 논다 해도 그도 어디까지나 감정동물임에라!

나는 박사생 때 지도교수와의 껄끄럼했던 비극적 관계의 경험교훈을 살려 이번 포스트닥 공부는 그런대로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포스트닥은 무슨 합작지도교수를 모시게 된다. 내 지도교수 되는 분은 전형적인 중국 남방사람으로서 학식이 원근에 자자한, 그리고 말 그대로 桃李满天下의 资深教授이시다. 그래서 이분의 강의는 항상 학생들로 꽉 찬다. 나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분이 나름대로 표준말을 구사한다고 하기는 하나 사천 특유의 톤으로 강의를 할 때는 잘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리고 나는 천성적으로 강의를 듣기 딱 싫어하는 놈이다. 그러니 학생 될 자격은 없는 놈이다. 그렇지만 나는 포스트닥인지 무언지를 위해 참고 견디며 못 알아들어도 알아듣는 척 하고 잘 안 들으면서도 잘 듣는 척 한다. 강의를 열심히 잘 듣는 척 해야 하는 것, 학생콤플렉스의 직실한 한 보기다.

青出于蓝而胜于蓝, 학생이 선생보다 똑똑해지는 거, 필연적인 것. 학생은 선생의 두 어깨를 딛고 올라가니깐. 그렇다고 까불지 말아라! 선생보다 잘 난 척 하지 말아라. 선생 기분 안 좋다. 항상 제가 이렇게 큰 것은 선생님이 잘 가르치신 덕택이지요, 여부 있브니꺄! 이렇게 겸손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학생은 선생보다 언제나 못난 자세를 보여야 하니라. 내 선생보다 잘 났어하고 외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학생콤플렉스.

그리고 한 번 니 선생이면 영원한 니 선생이다. 일회용 선생은 없다. 여기에는 나이 관계도 없다. 나보다 어린 놈도 나를 배워줬으면 내 선생이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깍듯이 모셔야 되는 거, 선생 모시기-한 평생 따라 다니는 학생콤플렉스.

피곤하쟈, 그럼 이만 주어대자.

그럼 마지막으로 니 좋아하는 학생콤플렉스 벗어나는 비결 알려줄게. 선생 똥은 개도 안 먹어, 臭老九!하면 된다. 간단하다. 한번 따라 해봐… 크게!       
 
200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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