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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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콤플렉스
2006년 11월 29일 00시 00분  조회:4900  추천:68  작성자: 우상렬
누나콤플렉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보니 나에게는 누나가 없다. 형보다 더 좋은 누나가 없다. 남이 다 있는 것 같은 누나가 없다. 마음이 허전해났다. 그래서 나는 엄마, 아버지보고 누나를 하나 만들어내라고 떼질도 써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马后炮, 행차 뒤에 나발불기.

아,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누나 없는 허전한 내 마음! 나는 누나콤플렉스에 쌓였다. 앉으나 서나 누나생각.
소학교에 다닐 때 나는 내 위의 형의 손길에 끌려 학교에 다녔다. 그때 다짜고짜로 나를 끌고만 다니는 것 같은 형이 미웠다. 다른 애들은 누나들이 살뜰히 손잡고 다니거나 업어주기도 하면서 다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쩍 하면 형이 여자라도 되어주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때로는 형이 누나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정말 ‘형의 사랑도 사랑이겠지만 누나보다는 못한 사랑이여라!’, 그런거였다. 형이 유하게 부드럽게 나를 대해줄라치면 나는 그만 감격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그때면 형은 영문을 몰라 거저 바보 같은 놈 하고 만다.

나는 소학교 때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초중 때까지만 해도 싸움질을 잘 했다. 특히 내 앞에서 이것은 우리 누나가 사준거야, 이것은 우리 누나가 뜨준거야 하고 자랑을 하는 놈하고는 괜히 기분을 잡치며 트 잡이를 했다. 그 누나라는 말이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것이다. 그때 모든 것이 부족한 때라 우리가 끼는 장갑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입는 세타며 두르는 목도리며 귀에 거는 귀걸이에 이르기까지 토실로 많이 뜬 것이었다. 겨울이 되면 우리 엄마도 이런 것을 우리에게 뜨 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우리 엄마의 지극정성이 슴배인 이런 것들을 끼고 입고 두르고 걸고 했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그런데 자꾸 나는 마음이 허전해났다. 남들이, 그 누나가 뜨 주었다는 것들이 부러워났다. 부러워나다 못해 시샘이 났다. 그래서 나는 주먹질에 발길을 날리군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심술쟁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누나 없는 나의 무의식적인 누나콤플렉스의 병적인 발산이니 나도 가련할씨구!

나에게는 이 누나콤플렉스가 유난히 강했던 것 같다. 지금 나의 아내는 사실 누나 같은 존재다. 나이도 나보다 한 둬살 위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녀가 말 없이 묵묵히 누나처럼 나를 잘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거저 누나 같은 편안함에 빨려들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그녀도 나를 남동생처럼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누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하며 피씩 웃었다. 그래서 나는 누나이기 때문에 더 사랑한다고 하며 지궂게 달라붙었다. 참, 그때까지만 해도 연상의 여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들 눈에 좀 이상하게 보였다. 그러나 나는 물불을 가릴 계제가 못 되었다. 누나이기 때문에 더 사랑하고 싶은 욕망은 나를 미치게 하였다. 그래서 무조건 진공-결국 나는 그녀의 사랑을 얻어내고 말았다. 나의 사랑은 무의식적인 누나콤플렉스의 순수함에 많이 놀아난 셈이다. 그러니 나의 사랑은 현상적으로는 어쩔지 몰라도 본질적으로는 요새 연상의 여인한테 장가들어 편안하게 살아가려는 얄팍한 존재의 남자기생들하고나 姐姐、姐姐,解决问题하는 그런 찰나적인 만족만 추구하는 동물성적인 남자들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이 점 명기해주시기를!


200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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