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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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2005년 08월 09일 00시 00분  조회:4081  추천:76  작성자: ysl
감정노동

육체노동, 정신노동 소리는 많이 들어 보았쟈? 그런데 요새는 뭐 감정노동이란 것이 있단다. 요새는 별란 세상이쟈?

사람들이 육체노동, 정신노동 열심히 해서 먹고 살만 하니깐 제3산업 서비스업이 많이 생겼잖아. 감정노동은 바로 이 서비스업의 메카래. 벤처경영학인지 뭐인지 최신경영학에서 이렇게들 말하고 있어. 항상 얼굴에 웃음 찰찰 흘러 넘치고 손발 다소곳이 가다듬고 공손한 태도를 나타내기, 이른바 웃음봉사. 한동안 우리 중국에서 ‘顧客是上帝ꡑ즉 고객을 황제로 모신다고 떠들어 댄 것이 바로 이런 거야. 사실 웃음뿐이 아니고 사람 죽은 집에 가서 맏상주 맞잡이로 울어주기도 하기, 그리고 돈받기. 요새 사람 사는 새 풍경이란다. 여하튼 자기 감정을 잘 컨트롤해서 고객의 기분에 맞추기.

항상 생글생글 웃는 밝은 모습의 스튜디어오-空中小姐,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래서 돈이 없는 주제에 나는 비행기를 자주 타는가... 사실 그렇다. 할 일 없이 거리바닥을 빙빙 돌다가 물건을 파는 아가씨의 정겨운 웃음 하나에 자기도 모르게 하나 사주기, 그리고 집에 마누라한테 욕먹고 어쩌다가 이런 서비스아가씨한테 한번 분풀이 해볼가 하면 그 마냥 생글생글한 웃음에 제풀에 싱거워 물앉고 만다. 웃는 낯에 침을 못 뱉는 법. 웃음은 이런 신비로운 힘이 있다.

현대경영학에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경영에 표정관리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요새 표정관리사, 매너관리사들이 뜬다. 신입사원 교육에 너도나도 이런 관리사들을 부른다. 적재적소의 경영 표정, 매너가 업체의 이윤효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법관은 객관적이고 근엄한 중립적인 표정, 카드사 빚재촉을 하는 사람은 허스키하고 위엄이 있는 목소리, 서비스업 종사 인원은 웃음천사로 만들기가 표정관리사, 매너관리사들의 몫이다. 머리는 어떤 스타일, 표정은 어떻게, 손발은 어떻게 하는 식으로 나의 의지, 뜻과는 관계없이 다듬어 나가야 한다. 가령 서비스업에서 속에서는 천불만불이 나도 겉으로는 웃는 친절봉사를 하란다. 말로는 쉽지만 사실 쉽지 않다. 인상을 쓸 판에 웃음기를 나타내야 하니 환장할 노릇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이들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람을 대하는데 내내 신경을 써야 하고 자기의 진실한 감정보다는 노상 지어낸 감정에 매여 놀다보니 대인기피증이나 자기의 진실한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인격분열 비슷한 증상을 많이 나타낸다. 이른바 새로운 직업병이 생겨난 셈이다.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신경정신과를 많이 찾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현대의 선진적인 많은 기업들은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종업원들의 이런 고충을 헤아려 세심한 배려를 한다. 종업원들의 당연한 복지의 한 내용으로 된다. 한국의 삼성에베랜드 같은 경우를 보면 종업원들의 기숙사는 꼭 1인1실을 원칙으로 한다. 낮에 시끌벅적하게 사람들과 북적이며 지어낸 표정, 매너를 짓는다고 쌓인 스트레스를 혼자만의 공간 속에서 개성적인 표정, 매너를 마음껏 짓고 가지며 확 풀어버리라는 것이다. 내일의 웃음천사가 되기 위해 새로운 충전을 하는 셈이다.

감정노동,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인간이 자기 마음을 어기고 산다는 거, 너무 힘들다. 그렇다해서 자기 마음에 내키는 대로 살기, 이것은 너무 야성적이고 야하다. 그러니 이 양자의 가운데 줄 타기-中庸之道, 우리 인간의 삶의 지혜가 아니겠는가?

2005.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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