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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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광 횡설수설
2005년 06월 23일 00시 00분  조회:4490  추천:60  작성자: 우상렬
편집광 횡설수설

니, 네 우리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편집광적인 증상이 다소나마 있는 것 같애. 그 무엇에 집착하는 거 말이야. 그 도가 문젠 거 같애. 사람마다 자기 흥취가 있잖아. 거기에 너무 빠져도 편집광이 되는 거야. 가령 요새 애들 공부 안하고 전자게임이나 컴퓨터에 빠져 무슨 중독, 중독 하는 거 말이다. 그리고 인간이 살다보면 직업을 가지고 되고 그 분야에서 배트랑이 되기 위해 또한 專하는 거야. 여기에 사회라는 것이 부채질하지. 직업미니 專門家니 운운하면서.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편집광이 발동되 제 정신이 아니야. 1980년대 초에 유명한 수학가 진경윤이 자나 깨나 수학계산을 하다보니 길을 가다가 전보대에 부딪치고 연애 같은 거는 할 줄도 몰랐다는 것은 바로 그런 거야.

편집광은 대단한 힘으로 작용하여 인생을 성공시키는 한 비결인 것 같기도 해. 진경윤이 세계적인 수학가로 된 거, 바로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이렇게 볼 때 편집광이 전적으로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거야.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였어. 나는 81학번이었지. 그때 우리 반에는 대학입학시험이 회복된 1977년부터 시험을 보아 들어온 친구들이 많았지. 그러니 몇 년 재수 했나 말이다. 77, 78, 79, 80, 꼭 대학 하나 졸업할 시간을 재수했다 말이야. 굳이 대학이냐, 인생에 대학뿐이냐, 이렇게 생각하면 허구픈 감이 없지 않아 있으나, 그래도 그 당시 대학엘랑 가야 사람구실하고 사람대접을 받으니 기를 쓸 수밖에 없지. 나는 그 친구들, 아니 그 형들이 대단해 보였어요. 지금 그 형들 얼마나 멋지게 사는데. 그 형들은 바로 편집광적인 집착으로 성공한 거야.

이렇게 놓고 볼 때 편집광의 공과의 갈림길은 그 도에 있는 거 같애. 자기를 잃지 않는 그 도. 수전노는 왜서 수전논가? 바로 身外之物인 돈에 집착하여 그것을 인생의 전부로 간주하며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 때문이야. 요새에 참, 돈에 집착하는 거, 돈 밖에 안 보이는 거, 돈 때문에 살인나고 죽자살자 하는 거, 다 도가 지나친 편집광적인 증상 때문이야. 노신은 자기의 소설 「백광」이라는 데서 돈의 환영에 미쳐나다가 결국 몸숨까지 잃게 되는 변태적 인간을 잘 보여주었어. 도가 지나친 강박관념, 역시 편집광의 과의 하나야. 나는 꼭 무엇이 되어야 된다, 그런 거. 내 공무원 친구 놈 하나 있는데 짜석 국장 자린지 무슨 자린지를 競選 나갔다가 떨어진 거야. 그러니 정말 垂頭喪氣가 되어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한 상을 하고 다니지. 이번에는 꼭 내가 되었어야 하는데 내가... 하면서 말이네. 그리고 밤에 자꾸 국장 자리에 앉아 있는 꿈을 꾸고 낮에 자기가 국장 승용차를 타고 막 달리는 환영에 잠긴데. 이 정도면 정신병 일보직전이야. 정신병이라는 것이 따로 있냐. 현실감각을 잃어버리면 가는 거지. 편집광에 집착하면 할수록 그 집착하던 바가 현실로 다가 올 때 쇼크도 큰 거 같애. 노신의 유명한 「범진이 과거에 급제하다」, 알지? 범진이 재수, 재수, 재수에 과거에 급제하는 순간 ‘범진이 과거에 급제하다’로 미쳐나지 않는가? 도적놈 눈에는 경찰 밖에 안 보이고 개 눈에는 몽둥이 밖에 안 보인다는 거, 이것은 이들이 자기의 ‘적수’에 대해 너무 신경 쓴 나머지, 내 말로 하면 도가 지나친 편집광적인 요주의 때문이야.

두말할 것 없이 병적인 편집광은 떨어버려야 해. 다시 말해 이성을 잃는 도가 지나친 편집광. 그래 이 세상에 꼭 내가 된다는 법, 이번에 꼭 내가 되어야 한다는 법, 어디 있지? 세상은 요지경, 복잡한 거야. 자기 뜻대로 안되는 거 너무 많아. 이걸 알아야 되. 그리고 내가 집착하는 바를 우습게 볼 줄 알아야 되. 편집광자들은 대개 자기가 집착하는 바를 인생의 전부인양 착각해. 그래서 그것이 이루어질 때 미쳐나거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제정신이 아니라 말이야. 나는 그 국장되겠다고 지랄발광하는 친구보고 말했어. 임마, 그 국장 자리 무언되 말이야... 정 하고 싶으면 우리 집에 와서 해라! 나는 안 하도 잘 살자나.

편집광은 외고집이야. 수전노 좀 봐. 돈밖에 모르는 수전노. 자린고비가 수전노와 다른 점, 바로 그 외고집을 떨쳐버린 데 있다. 자린고비도 수전노처럼 아껴 먹고 아껴 쓰며 돈을 모으는데 집착한다. 그러나 자린고비는 성스러운 일에 목돈을 척 내놓는 멋진 데가 있다. 돈을 떨쳐버리는 데가 있다. 한평생 소학교 문 앞에서 아이스크림 장사해서 아글타글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척 내놓는 할머니, 숙연히 머리 숙여진다.

편집광은 집착, 꽁한 것, 어디에 매이는 것. 나는 불교의 가르침이 생각난다. 불교에서는 인생의 모든 고민, 고통은 집착에서 온다고 한다. 그래서 집착을 떨쳐버리라 한다. 그것이 바로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넓나니, 여유작작 그 자체!

2005.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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