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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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콤플렉스
2005년 05월 01일 00시 00분  조회:4556  추천:79  작성자: 우상렬
웬디콤플렉스

세상은 요지경, 漫畵景이라 하지만 사실은 남녀간의 사랑이 요지경, 漫畵景. 웬디콤플렉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웬디는 다름 아닌 J.M 베리의 희곡 <피터팬>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이름. 철부지 남편 피터팬을 어머니처럼 돌봐주는 웬디. 그러니 웬디콤플렉스란 남편을 아들, 동생처럼 모든 것을 다 챙겨주며 사랑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랑타입을 말하는 것이 되겠다.

세상에는 정말 이런 타입의 사랑이 없지 않아 있다.

옛날 우리 역사에 조혼습속이 있었다. 사랑의 비극을 읊은 노래 가운데 하나가 조혼에 관한 것이다. 한창 뛰놀며 놀아야 할 나이에 남의 집 밑며느리(童養媳)로 들어간 여자애들의 서러움, 콧물 질질 흘리는 어린애에게 시집간 숙성한 처녀의 한탄. 연령적으로, 생리적으로 바란스가 맞지 않는 혼인에 무슨 사랑이요 하는 것이 생겨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콧물 질질 흘리는 어린애를 신랑으로 챙긴 그 숙성한 처녀의 마음이 알고 싶다. 그 챙길 수 있는 마음의 바탕, 남의 눈이 무서우니깐,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어린 동생이라 생각하고... 여러 가지로 상정해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여러 가지 가운데 웬디콤플렉스가 크게 한몫 하지 않았겠나 생각된다. 자식처럼 생각할 때 그 사랑의 정이 가장 끈끈할 수 있지 않는가? 그리고 무엇이나 다 챙겨줄 때 모성애적 사랑에 도취되기도 하지 않겠는가? 정상적인 사랑이 통하지 않을 때 이런 변칙적인 사랑의 대리만족이 생겨나는 법. 이제 문제는 그 코흘리개가 다 커서 숙성한 총각이 되었을 때 사랑의 메아리는커녕 쪼글쪼글 어머니 같은 原配 마누라가 싫다는데 있다. 그래서 웬디콤플렉스적 헌신적 사랑을 기껏 배푼 原配 마누라가 남성 외도나 축첩제도의 희생품이 되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조혼에서의 웬디콤플렉스가 애초에 연령, 생리적으로 바란서가 맞지 않는 남녀사랑의 한 보기라면 우리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이 외우는 ‘맏며늘감’은 대가족제도하에서의 웬디콤플렉스의 확장된 한 보기에 다름 아니다.

올망졸망 한 줄에 쫙 달려 있는 동생들의 맏이, 정말 맏이노릇하기 힘들다. 이런 집에 누가 딸을 주자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웬디콤플렉스가 강한 여자들은 이런 집에 별로 거부감 없이 시집온다. 이 경우 맏이가 웬디콤플렉스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디히즘적인 카리스마스적 존재일 때 맏며느리의 웬디콤플렉스는 남편 동생들한테 錯位, 전이되어 나타날 소지가 많다. 이 경우 맏며느리는 맏이가 할 부모노릇을 헌신적으로 하며 어린 동생들을 돌본다. 그래서 맏이는 설사 애초에 그리 마음에 드는 색시감이 아니었더라도 맏며느리의 이런 웬디콤플렉스발산에 적어도 도덕적으로 감복하며 ‘아내에게 드리는 노래’를 부를 것이다.

사랑은 이론적으로 순수한 사랑 대 사랑의 교류니 대화니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어디까지나 이론에 거치고 마는 것이고 사실에 있어서는 이러저러한 ‘궁합’이 중요하다.

마마보이(MaMaBoy), 어머니의 과잉보호로 장가 갈 나이가 다 되었는데도 정신연령으로는 애 같은 남자. 장가가기 힘들다. 일반 여자들이 싫어하니깐. 그런데 헌신짝도 짝이 있다고 이런 남자들이 웬디콤플렉스의 여자를 만나면 더 없이 멋진 사랑의 향연이 배풀어진다. 하나는 받고 싶고 하나는 주고 싶고, 짝짜쿵이 아닌가 말이다.

웬디콤플렉스, 남자들 참 편하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거친 풍랑의 힘든 항행의 종착점은 언제나 포근한 항구. 남자들, 웬디콤플렉스 본능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원초적인 고향-어머니자궁 같은 거. 그래서 그것은 남자들의 자궁회귀본능을 자극한다. 요즘 소프트시대. 남자들 살기 어려운 세상. 그래서 ‘연상의 여인’을 찾아 헤매는가. 姐姐, 姐姐가 칭얼대는 阿妹보다 쉽게 문제를 해결해주지. 飯來張口, 衣來伸手라 이런 신선놀음이 세상에 어디 또 있겠나 말이다. 옛날 엄마한테서나 느껴보았을 사랑을, 행복을... 그래서 남자들은 이런 사랑이나 행복이 충족되지 않을 때 허전한 감을 느끼며 대리만족을 찾아 나선다. 혼인에서 웬디콤플렉스 여성선호는 그 전형적인 보기다. 나도 ‘연상의 여인’을 얻었다.

그런데 나는 요새 유행에 따라 간 것이 아니고 ‘연상의 여인’이라는 말이 생겨나지도 않았을 때 그만 ‘연상의 여인’의 ‘덫’에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사실 우리 그때 연상의 여인한테 장가들면 좀 이상하게 볼 때다. 우리는 그때 만나는 순간에 서로 좋아했다. 뛸 데 없는 一見鐘情. 나는 그녀의 생김생김에 빠진 것이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박색이었다. 나는 그녀의 어머니 같은 포근함에 빠졌다. 그녀의 가슴에 안기면 안도의 숨이 나오고 어찌 그리도 편안한지. 그런데 우리의 궁합이 맞아떨어질라 그런지 그녀는 분명 웬디콤플렉스형 여자였다. 나는 그때 그녀의 나이도 똑똑히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그녀의 신분증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나보다 네 댓살 위였다. 나는 그때 별로 이상한 감을 느끼지 않으며 위면 위지뭐, 좋지뭐, 그러니 그녀가 그렇게 잘 해주지, 어험. 나는 콧노래가 나왔다. 그런데 그녀가 좀 당황해하는 기색이었다. 신분증을 챙기기 바쁘게 봤어 하며 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어, 좋아. 그래, 그럼 되, 내 잘 해 줄께! 그래서 우리는 오늘까지도 끄떡없이 그녀는 배 풀고 나는 받는 식으로 남부러운 사랑을 해왔다.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분명 웬디콤플렉스가 필요했어. 우리 어머니는 나한테 그리 사랑을 못주었다. 내 어릴 때 기억에 우리 어머니는 시시콜콜 아프기에 바빳다. 그러다가 내가 중학교에 갈 임박에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억대우 같은 육형제에 막내로 자랐다. 내가 어릴 때 제일 시샘이 나 했던 것은 내 또래들이 누나가 있는 거. 나는 누나가 한이 맺히도록 부러웠다. 그래서 나의 아내는 엄마 같은, 누나 같은 웬디콤플렉스존재.

웬디콤플렉스는 헌신적이기에 고상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매력이 있고 힘이 있는 듯 하다. 우리 학과에 내가 가장 존중하는 학술카리스마적 교수 한분이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는 체 우쭐대도 그 교수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가 되고 만다. 그런데 언젠가 그 교수도 그 누구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것을 보고 나는 그만 웃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럼 ‘그 누구’의 장본인은 누구? 다름 아닌 사모님. 가만 보니 사모님은 분명 ‘연상의 여인’형 떠나 웬디콤플렉스형 타입. 당신, 당신 거저 학술만 하오. 나머지는 내 다 할게. 아이 낳는 거, 밥 하는 거, 옷 씻는 거... 그래서 그 교수는 전격 학술에 몰입하여 대성을 한 것 같다. 그런데 대성을 하기 위한 노력, 분투 그리고 카리스마스적 고봉은 피곤하다, 힘들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남자 강자에게는 웬디콤플렉스의 포근히 감싸주는 어머니 같은 품이 더 그리워. 안 그래도 언젠가 이 교수가 내심의 진실을 토로한 수필에서 사모님을 ‘마마’로 부른다 하는 것을 보고는 나는 자기도 모르게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사실 여자는 웬디콤플렉스의 소지를 충분히 갖고 태어난다. 여자는 어머니대지. 모든 것을 품어주고 감싸고 키워주는 품. 여자는 부드러운 물. 무엇이나 촉촉이 적셔주고 보듬어준다. 여기에 자란 환경이 맏딸쯤 되면 이런 것이 한결 더 강화될 소지가 있다. 여기에 다시 프로이드의 오디푸스콤플렉스를 떠올려 본다. 남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를 짝사랑한단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 어머니 같은 여자를 찾아 헤매며 대리만족을 추구한단다. 웬디콤플렉스형 타입의 여성선호는 이것의 한 보기가 아니겠는가? 프로이드의 말대로 오디푸스콤플렉스가 무의식적 본능이라 할 때 우리 남자들은 웬디콤플렉스형 타입은 우리의 영원한 여인상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 조선 사람의 전통적인 여인상을 外柔內剛으로 개괄하고 있다. 보다 외향적이고 발랄한 漢族 여인들에 비기면 그럴 듯하다. 특히 근간의 나르시시즘적인 자아 중심적이고 직설적인 현대 여인들하고 비기면 이 점은 더 돋보인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의 전통적인 여인상은 웬디콤플렉스형 타입에 많이 가깝다는 말이 되겠다. 겉으로는 무의지적이고 무엇이나 다 주며 따라주는 모성, 너무 독단적인 자사자리성에 빠져 있는 우리 남자들이 초라하다. 그런데 우리의 여자들은 웬디콤플렉스에 빠져 있기만 한 것이 아니다. 분명히 內剛, 나름대로의 주견이 있었고 쏘는 데가 있었다. 춘향이 사랑의 고삐를 끌고 가듯이. 그래서 멋 있다.

웬디콤플렉스, 사랑의 한 타입. 여기에 이렇쿵 저렇쿵 구설수가 있을 수 없다. 사랑은 요지경, 나름대로의 ‘궁합’을 맞춰 다양한 사랑의 멜로디를 엮어가는 것이 현명한 삶의 지혜이고 선택이고 이것 또한 우리 삶의 滿花景이다.

2005.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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