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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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실현
2005년 03월 31일 00시 00분  조회:4223  추천:86  작성자: 관리자
자아실현


우상렬ㅣ연변대학부교수


자아실현, 액면대로 이해하면 그것은 자기의 무엇을 실현하는 것이 되겠다. 좋은 의미에서 혹은 나쁜 의미에서. 인간은 야누스적인 존재-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 천사적 존재는 좋은 의미에서의 자아실현을 할거고 악마적 존재는 나쁜 의미에서의 자아실현을 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자아실현이란 그 무슨 남에게 말 못할 음흉한 자사자리한 욕망을 실현해나가는 악마적 의미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의 반대급부인 천사적 의미에서의 자아실현인 것이다. 이것을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줄로 안다.

사회나 다른 사람에게 누나 폐가 되지 않는 전제 조건하에서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는 것 또는 사회나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적인 봉사를 하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앞의 것은 자기 내부를 향한 자아실현의 경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인생을 알차게 멋지게 사는 것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진짜 학자들이 책보는 재미에 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못 놓는 것은 이 경지라 하겠다. 뒤의 것은 자기 외부의 남을 향한 자아실현의 경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더 없이 고상한 경지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선진국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행위가 바로 이 경지라 하겠다.

이런 자아실현은 그것이 자기 내부를 향하든 자기 외부의 남을 향하든 大乘적인 경지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大乘적인 경지의 인생이 가장 이상적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얼마 전 잡지에서 접하게 된 한국의 유명한 연극배우 이주실 여사가 전형적인 이런 인생의 한 모델임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10여 년 전에 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인생의 회의나 비애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종전대로 연극활동에 불우이웃 돕는 자원봉사를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요새는 암말기로 60세가 넘은 연세에 전격적인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자기 평생의 소원인 대학까지 졸업했으며 계속 연극활동을 하고 자원봉사를 한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자기가 좋아서 한단다. 그녀는 바로 이런 인생에서 즐거움을 찾았던 것이다. 그녀는 바로 자아실현의 감동적인 인생을 퍼포먼스 한다.

이런 자아실현 인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어디까지나 자기 내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의욕에 따른 자발성, 주동성 및 스스로의 즐거움에 있다. 그것은 이미 몸에 배인 생리화 그 자체다. 그래서 이런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인생의 더 없는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어떤 젊은이들은 자기네들의 결혼식이나 결혼기념일을 저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찾아가 자원봉사하는 것으로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또는 고아원이나 노인정 같은데 무명으로 돈을 기부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 거기에 무슨 생색을 내는듯한 티, 배푸는 듯한 자세, 남에게 보이기 위한 쇼나 홍보, 광고같은 것은 끼일 사이가 없다.

이로부터 좋은 일을 좀 했다고 해서 도처에 자랑을 하거나 기부금이나 의연금을 내면서 성함 밝히는데 신경을 써는 것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런 인생은 어디까지나 小乘적인 인생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이 아주 살맛이 나는 멋진 나라라고 생각된다. 한국 어느 곳에 꽝 자연재해가 터졌다고 하자. TV에 때리며 성금 한번 호소하면 기하급수로 몇 억씩 올라가는 지원금모금은 안 보이는 사람들의 전화 다이얄 덕택이다. 진짜 순수한 의미에서의 의연금이다. 훈훈한 인정, ‘사랑의 리퀘스트’가 있는 한국.

그럼 우리의 행태를 좀 보자.
우리도 어디에 자연재해 터졌다고 하자. 역시 의연금 호소하기는 마찬가지. 그런데 내는 사람 미미. 그러니 월급에서 무조건 얼마얼마씩 해서 떼여내기. 이것이 이젠 고질로 되다시피 하여 당비까지도 이런 식으로 납부하기. 그러니 떼내는 사람 기분 좋을지 몰라도 떼운 쪽에서는 항상 당하기만 하는 기분.

사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좋은 일하기’를 제3자가 부여하는 당위성적인 논리로 많이 해왔다. 그런데 이것도 우리가 좋아서 하는 자아실현의 경지와는 다르다. 우리도 어쩌면 좀 자기 스스로 기분 좋아서 하는 자아실현 식을 못 해보겠는가?

제3차 심리학 사조를 몰고 온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가 마쓸로의 인간수요 층차설에 의하면
인간은 의식주의 생리적 요구를 우선시하는데
이것을 만족 받게 되면 안전의 수요가 생겨나고
이 안전의 수요가 만족되면 집단귀속의 수요가 생겨나고
이 집단귀속의 수요가 만족되면 존경의 수요가 생겨나고
이 존경의 수요가 만족되면 고봉체험의 수요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의 고봉체험의 수요란 바로 필자가 말하는 자아실현의 수요에 맞먹는다. 보다시피 고봉체험 즉 자아실현의 수요는 일단 앞의 생리수요, 안전수요, 귀속수요, 존경수요가 만족을 받을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생리수요, 안전수요, 귀속수요, 존경수요를 가장 잘 만족시키는 선진국에서 자아실현자가 많이 나타난다는 말이 되겠다.미국의 9.11테로 사건때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주동적으로 달려온 것은 그 한 보기에 다름 아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자원봉사신청자수를 비교해보아도 선진국 쪽이 월등히 많다고 한다. 이것을 우리말로는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소박한 말로서 개괄해볼 수 있겠다. 그러니 우리사회도 하루빨리 小康사회를 지나 인간의 생리수요, 안전수요, 귀속수요, 존경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킬수 있는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잠간 공산주의도덕품성 교육에 대해 좀 보도록 하자. 좀 때 지난 고리타분한 얘기 같지만 사실 공산주의도덕품성은 정말로 고상하다. 여기서 말하는 자아실현의 경지와 통하는바가 있다. 그런데 그것은 자아실현의 경지보다 더 높은 경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자아실현이 어디까지나 내 좋아서 남을 위하는 경지라면 공산주의도덕품성은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위하는 경지이기 때문이다. 보다시피 자아실현경지가 자아중심적이라면 공산주의도덕품성경지는 타자중심적이다. 그러니 사실 자아실현경지는 조건만 구비되면 마쓸로의 심리수요 층차설로부터 놓고 보아도 스스로 쉽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도덕품성의 실현은 절대절명의 무조건성을 전제로 한 인위적인 각고의 노력을 요구한다. 雷鋒, 공산주의도덕품성의 화신이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助人爲樂가 雷鋒의 경지다. 자기가 안 먹고 아껴 쓰며 모은 돈을 익명으로 수재지구에 보내는 것, 쉽지 않다. 자기의 생리수요를 우선시 하는 우리 일반사람에게는 이것이 잘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보통사람들귀에는 이런 공산주의도덕이요 뭐요 하면 그것은 허황한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현재 물욕이 팽배하는 시장경제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인간은 어디까지나 물질적인 존재보다는 정신적인 존재라 할 때, 물질성에서 벗어나서 정신적인 자유로운 경지를 추구하는 존재라 할 때 助人爲樂의 경지를 창출할 수 있다. 雷鋒은 전형적인 그 한 보기다. 그리고 현대 순수한 의미에서의 종교인들도 이런 경지에서 노닐고 있다. 항상 사회에 대하여, 다른 사람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을 바탕으로 한 사랑으로 대할 때 그것은 가능하다. 雷鋒, 구사회의 쓰라림을 맛보았다. 새사회는 그에게 있어서 너무나 감사한 존재다. 그래서 그는 사랑으로 감싸 안았다. 현대 순수한 의미에서의 종교인들, 물론 ‘하느님’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러니 ‘하느님’을 사랑할 수밖에. 그런데 하느님은 서로서로 사랑하란다. 니 원수까지도. 이것이 절대절명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논리로 그들을 이끈다.

현대학교교육에 있어서 우리 중국에서 중소학생들에게 ‘좋은 일 해오기’, 그리고 요즘 어느 남방에 있는 대학에서 “학생‘좋은 일 하기’저축은행”을 만든 것, 그리고 미국의 일부 대학에서 실시하는 자원봉사학점따기 등 시스템은 결국 따지고 보면 助人爲樂의 경지를 습관화하여 몸에 배이게 하려는 하나의 조치로 볼 수 있다. 몸에 배이게 함으로써 자아실현 내지는 공산주의도덕품성 경지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한데 있다고 볼수 있겠다.

200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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