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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실"과 "찬밥신세" (석천)
2011년 03월 31일 16시 27분  조회:3613  추천:45  작성자: 오지훈

"제구실"과 "찬밥신세"

-석천

어릴 때 “언제 저놈이 제구실을 하겠냐”며 푸념반 걱정반 하시던 부모님의 말이 생각난다. “제구실”이란 언뜻보면 “언제 철이 들겠는가” 하는 뜻과 통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이나 책임”을 말하는것으로 중국어의 “분내사(分內事)” 혹은 지금 사회적으로 사용빈도가 높은 “작위(作爲)”나 “유위(有爲)”로 말할수 있다.

  “우리가 제구실을 해야 사회에서도 우리를 더 지지하고 후원해줄것입니다.” 대련시조선족학교 김영실교장의 말이 새삼스럽고 감명깊다. 그만큼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해서 가치를 창출하여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그만큼 떳떳하고 의의가 있다는것이다. 학교졸업식에서 사회적후원이 줄을 이었다는것은 단순하게 경제적후원 차원을 벗어나 학교가 학생들의 다방면 능력양성에 쏟은 심혈과 그 노력에 대한 긍정이고 응원이다. 어찌보면 중점대학진학에 편중하는것보다 졸업한뒤 사회에 진출하여 취업할수 있는 길을 넓혀주기 위한 하나의 대담한 실천이다. 또한 무작정 사회에 손을 내밀고 “구걸”하는것보다 퍽 효과적인 학교 “수익창출”의 루트이기도 하다.

  제구실을 한다는것은 말처럼 결코 쉽지 않다. 작게는 개인이나 가정에서, 크게는 사회와 민족을 볼 때 그가 갖는 의의와 영향은 매우 크다. 그만큼 자기에 대한 책임,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자기가 설 자리를 찾을 때만이 비로소 제구실을 거론할수 있다. 만약 제구실을 못한다면 우리 앞에 차례지는것은 “찬밥신세”다.

 21세기 격변의 시대를 맞아 타민족에 비해 우리의 우수성이 많이 떨어지고 주류사회에서 우리 민족의 립지가 점점 좁혀지는것은 우리가 제구실을 못하고있다는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경제기반이 위축되고 민족간부가 신속하게 줄어들고있는 현실에서 스스로 제구실을 한번 깊이 따져보는것도 필요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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