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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리시진'김수철전"(련재 24)
2020년 11월 01일 06시 00분  조회:1961  추천:0  작성자: 오기활
24. 잠자는 공주
이런 이야기가 있다.

먼 옛날 하늘의 신(神)이 천사(天使)더러 지상에 내려가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세가지를 선택한 후 가져오라고 했다.
천사는 지상에서 보고 들은 것에 의해 가장 아름다운 세가지로 꽃, 아기의 웃음, 어머니의 사랑을 선택하였다.
천사가 지상의 세가지 아름다움을 가지고 하늘의 신 앞에 갔을 때는 아름답던 꽃은 시들어버렸고 아기는 자라서 더는 아기가 아니였다. 그래서 신은 변함이 없는 어머니의 사랑만을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받았다.

어머니의 사랑은 동그라미처럼 돌고 돌아도 끝이 없고 한없이 커지기만 한다. 받지는 않고 한없이 주기만 하면서도 기뻐하는 어머니는 언제 한번 자식들 앞에서 그 공로들을 따졌던가!
어머니의 손은 자애의 손이고 어머니의 눈은 사랑의 눈이며 어머니의 마음은 자비의 마음이다.
어머니의 따뜻한 한마디 말에서 자식들은 얼었던 마음을 사르르 녹일 수 있다. 세상의 그 누구라도 숭고한 어머니의 사랑을 그대로 본딸 수 없다.
어머니는 우리를 비춰주는 태양이며 우리를 지켜주는 마음속 기둥이며 우리를 감싸주는 안식처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역시 어머니인 나의 안해도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래의 글은 내가 안해(맹영자)의 탄신 93주년 생일파티에 올린 축하문이다.


맹모 생신 93주년에 올리는 축하문
오늘은 맹모의 93주년 생신일입니다. 오늘의 행사를 위해 참여하고 또 수고하신 귀빈 여러분과 온집식구들이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로약한 몸인지라 자신의 일상생활을 자립할 수 없는 장모님을 부양하느라 수고를 아끼지 않는 현서(贤婿) 최명림(崔明林), 딸 김혜란(金蕙兰)과 가정부, 그리고 맏아들 김상술(金相术) 부부를 비롯한 자녀, 자부와 손자, 손녀, 증손 일동에게 맘속으로 깊이 간직해오던 치하의 말을 올립니다!
맹모가 산출한 4남 1녀와 그의 자손으로 이뤄진 27명의 대가정은 모두 맹모의 잉태와 양육의 노력으로 이룩되였습니다.
그만큼 맹모는 위대한 녀성이며 나의 둘도 없는 ‘록색로친’입니다!
인생의 자연적인 산출과 사회생활, 찬란한 문화, 문명 그리고 절대적 사랑, 꿈, 행복 등 인류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바로 어머니가 창조한 걸작들입니다.
저의 손녀 영화의 박사지도교사인 한국의 안영희 박사는 훈춘 경신의 방천에서 사막공원과 련꽃늪 등 아름다운 중, 조, 로 3국의 풍경을 만긱하면서 찬탄을 금치 못했는데 “어머니가 저를 낳아주셨기에 저는 오늘 세상에서 보기 드문 절경을 보게 되였습니다!” 하며 몸을 낳아준 어머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저도 50대 중반에 천신만고 끝에 두번째 장백산으로 불리우는 화룡 청산 베개봉의 절정에 올라가 만물을 굽어보며 베개봉암석에 ‘어머니’라는 위대한 세 글자를 새겼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절대적인 것입니다.
어머니는 사회의 그 어떤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식의 허물을 덮어감추면서 모자간 혹은 모녀간의 절대적인 은정을 유지합니다.
엄마를 잃은 젖먹이보다 더 큰 비극이 없습니다.
이 순간 엄마를 잃은 아이가 부르던 노래가 떠오릅니다.

쓸쓸한 가을바람 불어오며는
사랑하는 우리 엄마 보고 싶어요
엄마 죽어 나비 되고
내가 죽으면 꽃이 되여
필 때마다 안아주세요

동생아 울지 말고 어서 자거라
네가 울면 내 눈에서 피가 흐른다


눈물이 앞을 가려 계속 읽어내려갈 수 없습니다…
맹모는 문화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하며 백석(白石)에서 순진하게 자랐고18세에 ‘갓바위집’ 김룡천의 큰며느리로 시집을 와서 철이 없는 남편의 랭대를 받으면서도 수십년을 힘겨운 수전농사에 종사하였습니다. 맹모는 젊은 나이였지만 조상들의 성묘로 가는 길에 늙으신 시아버님을 업고 구수하강을 건너면서 시부모에 대한 효도를 다하였습니다.
맹모는 4남 1녀의 잉태와 양육에서 갖은 생활난에 맞띄웠지만 용케도 이겨냈으며 매서운 양력설날 추위에도 홑옷 바람으로 남편과 함께 산에 가 땔나무를 하면서도 군말이 없었습니다.
맹모는 가지가지의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한마디 불평도 없이 자식들의 뒤바라지를 해온 손색 없는 참된 어머니이자 용사였습니다.
이처럼 참된 어머니의 품에서 자란 자식들도 어머니와 할머니의 은혜에 보답하면서 단결, 화목, 우애와 지극한 효성으로 우리 대가정의 창성발전의 길을 펼쳤습니다.
‘사랑’은 인생의 비운을 구원해주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우리가 항상 몇십년을 갈라졌던 가족이 상봉하는 것처럼 서로 그리워하고 쓰다듬어주고 아끼면서 산다면 그 인생의 길은 비단의 길이며 만화방초로 가득한 삶의 아름다운 길로 될 것입니다.

오늘의 비단길 개척자 맹영자 만세!
위대한 어머니 맹영자 만세! 만만세!!
여기에 오신 여러분의 건강, 행복 만세!

김수철
2016년 추석

잠자는 공주
하느님이 인간에게 내린 최대의 선물은 바로 래일의 일을 오늘에 모르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
2017년 5월 7일에 내가 훈춘 경신에 가서 이른봄에 피는 식물꽃 사진을 찍고 돌아온 이틀후인 5월 9일에 안해가 94세의 나이로 고종명을 하였다.
안해의 93주년 생신에 올린 나의 축수문이 일년도 못되여 부인의 추도문으로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그 때 만약 내가 욕심을 버리고 그 축수문의 “맹영자 만세!”를 “맹영자 백세!”로 표했더라면 혹시 백세를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후회막급이였다.
내가 안해와 함께 한 인생사는 안해를 통해 머리 속의 오점을 지워낸 인생사이며 서로가 함께 파란곡절을 겪으면서 부모가 정해준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분수에 넘치는 나의 욕망을 실천한 인생사이기도 하다.
나는 만약 내가 아버지의 선택에 불복하고 안해와의 약혼을 거절했다면 어떻게 되였을가 하는 상상도 해본다. 아버지의 ‘선견지명’으로 맺어진 우리 부부의 연을 내가 만약 끊어버렸다면 그 징벌로 후세에 불구자녀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나는 안해인 맹영자씨를 평생의 동반자로 존중했다. 그래서 안해가 세상을 뜬 후에도 삼성촌 자택의 주방에 안해의 사진을 정히 모시고 늘 보면서 감사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올해(2017년) 추석에 나는 자녀들과 상의한 후 안해의 묘지에 비석을 세웠다.
그 때 나는 비문으로 <잠자는 공주>의 가사를 선택하였는데 자녀들이 ‘子女一同立碑’라고 쓰니 늙은 나이에 토를 달지 못하고 묵묵히 자녀들이 하는 대로 따라주었다.
이런 아쉬움으로 나는 이 글의 제목을 <잠자는 공주>로 하고 <잠자는 공주>의 노래로 이 글을 맺는다.

앵두빛 그 고운 두 볼에 살며시 키스를 해주면
그대는 잠에서 깨여나 나에게 하얀 미소 지을가
그대여 어서 일어나 차가운 가슴을 녹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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