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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리시진" 김수철(련재 5)
2020년 02월 19일 19시 13분  조회:3994  추천:0  작성자: 오기활
                       5. 나의 첫 교직생활
1945년 12월, 내가 횡도자(横道子)에서 민주대동맹 태양지부 청년위원으로 한창 활약하고 있을 때 나의 소학교 2학년 동창생인 임철순(任喆淳)이 나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이였다.
경상북도 이민의 아들인 임철순은 밤색 얼굴에 우뚝 선 코, 강직한 성격과 강한 결단성으로 하여 그에게서는 남성적인 기질이 다분히 느껴졌다. 게다가 음악, 미술, 체육 등 특장들까지 겸비한 데서 그는  태양구중심소학교의 둘도 없는 엘리트였다.
어느 날 철순이가 나를 찾아와 나에게 태양구중심소학교 교사로 가면 어떤가는 자기의  의사를 밝혔다. 나는 교육학이나 심리학 방면에 문외한이다보니 애들교학을 잘해낼 수 있을지 근심되면서도 마땅한 자리가 있다면 하고 싶다고 말하였다.
며칠후 철순이의 덕분이였는지 아니면 그 때까지만 해도 소학교교원이 많이 부족했던 사정에서였는지 아무튼 학교당국에서는 별말이 없이 나를 받아들였다.
내가 담임한 학급은 락제생학급으로 불리우는 1학년 2반이였다. 나는 락제생이 말 대로 그렇게 많다(25명)면 필경 담임교원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1학년 1반의 담임은 리학림(李学林)선생이였는데 그는 이름 그대로 명실공히 훌륭한 교사로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리선생은 교수안도 잘 짜고 학생들의 마음도 잘 헤아려주었기에 모든 학생들이 한결같이 그의 주위에 똘똘 뭉쳐 움직이였는데 나의 재간으로는 도저히 흉내도 못 낼 지경이였다.
나는 얼마간의 체험으로 유치원이나 소학교 저학년을 잘 가르치려면 사범교육을 받아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어느 날 우리 학급에서 모 학생이 학용품을 도적맞힌 사건이 발생했는데 나는 경솔하게 아이들의 말만 믿고 한 학생을 의심하던 데로부터 엄벌하기까지에 이르러 그 학생 부모의 불만을 사게 되였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라고 해도, 또 설사 물건을 훔쳤다 해도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야 했는데 나의 너무 경솔한 처사 때문에 일이 커지게 된 것이였다.
교사의 직책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지만 나는 도리여 소학교 교직에 종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턱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나는 지금까지도 이 학생의 이름이 권룡봉(权龙凤)이라는 것과 그의 아버지가 권춘길(权春吉)이라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 이 글로써 그들에게 속죄하는 바이다.
내가 가르친 학급의 반장은 김주남(金柱男)이라고 부르는 녀학생이였는데 알고 보면 그 녀학생이 남자이름을 가진 것도 다 원인이 있었다. 주남의 부모님들은 련속 딸만 낳게 되자 주남이가 딸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이름으로 지었는데 그렇게 지으면 다음번에 낳는 애가 남자애일 가능성이 많단다.
나는 지금도 그 때 우리 학급에서 공부했던 김주남, 임응수(任应洙), 권룡봉 등 귀여운 학생들이 매우 그립고 또 지금은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만약 그네들이 나의 이 글을 읽는다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오르기도 한다.
이 밖에 그 시절에 나와 함께 걸어서 출퇴근하던 엄화수(严和洙)라는 교사도 잊을 수 없다. 그 때 우리 두 남자는 출퇴근길에서 마치 사랑을 나누는 련인마냥 여러가지 끝도 없는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서로 푸른 꿈을 키웠다.
엄화수는 나에게 가정생활 얘기도 허물없이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조양천중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게 된 그는 녀자친구를 사귀게 되였다. 그들 두 청춘남녀에게는 꿈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가끔씩은 함께 행복한 가정의 설계도도 그려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엄씨가 녀자친구를 데리고 집에 갔는데 아버지와 두 형님이 결사코 반대해나서는 바람에 녀자친구는 울면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엄씨는 그 때 울면서 뛰여가는 녀자친구의 뒤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많이 안타까워했다.
나는 그의 사연을 듣고 난 후에야 그가 항상 서글픈 모습을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였다. 썩 후에 전해들었지만 엄화수는 교직을 그만두고 연변조선족자치주수리국에 전근하여 일하다가 또 안도복흥저수지에 전근해갔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1년간의 소학교 교직생활이였지만 그 사이 정든 교사들의 이야기를 하려니 끝이 없다. 그 때의 많고 많은 얘기들중에서 한가지만은 빼놓을 수 없기에 마지막으로 보탬하려고 한다.
태양소학교 한계성(韩启星) 교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연길시중앙소학교에서 전근해온 한교장은 정말 팔방미인이였다.
1946년 8월 여름방학에 한교장은 교사들을 조직하여 태양구 중심인 횡도자거리에서 문예공연을 하였는데 이 때로부터 그에 대한 소문이 파다했다.
한교장은 작곡, 작사뿐만 아니라 교원들을 조직하여 <돈은 돈다>라는 노래와 <애향가>를 무대에 올렸으며 친히 바이올인반주까지 하였다. 그리고 15명의 교사들이 배역을 맡은 <재봉춘(再逢春)>이라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 연극에서 나는 일제의 통치하에 신음하는 가련한 농민들을 학대하는 경관역을 맡았다.
무대미술은 그의 지도하에서 내가 맡게 되였고 배우들의 화장도 처음에는 그가 하다가 나중에는 나에게 모두 맡겼다.
그 때 우리 학교에는 음악을 가르치는 김유신(金有信)이라는 선생이 있었는데 그는 한교장의 지시에 따라 무대음악활동을 전부 맡아하였다. 김유신선생은 성악도 잘했고 또 특별히 긴 손가락으로 손풍금도 아주 잘 쳤다. 그뿐만 아니라 쭉 빠진 체격에 얼굴 생김새 또한 톱스타형으로서 그가 만약 지금 시대에서 살았더라면 아마도 숱한 녀성들이 그의 팬으로 되였을 것이다.
우리들의 공연이 너무나도 성공적이여서 공연후 학생들과 학부형들은 물론 주변의 관중들까지도 태양소학교의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모두 재간둥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46년 일년간의 교직생활은 나로 하여금 사상상에서 진보하고 실천 가운데서 교육에 관한 지식을 익히도록 하였다.
주안상을 차려놓고 서로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즐기던 그 때 그 시절이 70년후인 지금에도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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