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지,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이런 물음에 확답할 사람이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해야 할 일들을 뒤로 미루는 것이 보편적인 현실이다.
그런데 연변대학 농학원 식물학박사 김수철(93세)교수는 침대머리에 ‘죽음체험’이란 글을 큼직이 붙여놓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래일 죽을 것처럼 일한다’며 죽음을 맞이한다.
김교수는 정년퇴직 후에 식물학연구의 새로운 황금시기를 맞이하며 인생 후반전에 멋진 ‘꼴’을 넣고 있다.
김교수는 “이미 출판한 《길림성식물명록》에 빠진 것이 너무 많아 내가 보충해야지...” 하며 몇년 전부터 자기가 수십년간 수집한2600종의 식물표본으로 《길림성식물독본》을 출판할 타산이다. 90고령에 안해를 딸네 집에 보내고 영, 한(汉)문 설명문에 직접 그린 2600폭의 그림을 배합하고도 더 좋은 책을 만들겠다며 지난해부터 거의 혼자몸으로 성내외를 다니며 사진을 찍으며 고군작전을 하고 있다. 올해 그가 성내외에 다니며 찍은 사진만 해도 4만장에 달한다.
지난 10월 27일에 김교수가 들려준 얘기이다.
“지난 겨울 어느 날 새벽에 찬바람을 맞고 잠에서 깼지요.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말을 안 들어줘서 약 15분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중풍징조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 정신을 가다듬고 악을 쓰고 침대에서 굴러떨어진 다음 억지로 뒹굴며 보건상자 앞까지 기어가서 준비한 뜸쑥으로 발바닥에 뜸을 떴지요. 한참 지나니 몸이 정상으로 회복되더라구요.”
“그 일이 나한테는 죽음체험이 되였지요, 그래서 침대머리에 ‘죽음체험’이란 대자를 써 붙여놓고 래일을 생의 마지막 날로 생각하며 오늘의 일에 열심 합니다.”
죽음은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스스로가 어떤 것을 죽여버리는 것이다. 삶은 기회이고 아름다움이며 놀이이기도 하다. 삶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는 것은 자신에게 달린 몫이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려서도 안된다. 독일의 노벨상 수상자 하우프트만은 “매일을 당신의 최초의 날인 동시에 최후의 날처럼 살라”고 말했다.
‘오늘은 인생의 최초의 날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많은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있고 또 얼마나 많은 계획을 세우며 도전할 수 있겠는가.
‘오늘은 인생의 최후의 날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삶의 희망과 계획을 이루기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며 매진하겠는가.
길림신문 ( 2017-11-09 )
길림신문 칼럼리스트 오기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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