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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고독의 시인 김현승
2014년 08월 31일 03시 03분  조회:2073  추천:2  작성자: 림금산
신금철--가을, 하면 떠오르는 시인은 바로 김현승이라고 들었는데요 가을과 고독의 시인으로 불렸던 다형(茶兄) 김현승(1913∼1975) 시인. 김현승은 유독 가을과 고독에 관한 시를 많이 남겼다지요. 또한 그 시들이 유독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면서요. 대충 짚어 봐도 <가을의 기도>, <가을의 시>, <가을저녁>, <플라타너스>, <절대고독>, <고독>, <고독의 풍속>, <고독의 순금>, <고독의 끝> 등등. 가을에 대한 시와 고독에 대한 시가 너무나 많은것 같습니다. 그럼 먼저 가을과 고독의 시인 김현승의 생평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림—김현승시인의 생평소개
김현승은 전남 광주에서 출생하여, 부친의 사역지를 따라 제주에서 잠시 성장하다가 7세 때부터 다시 광주로 이주해 성장했다. 호는 차를 좋아해서 다형이라고 달았단다. 부친 김창국(金昶國)은 평양에서 신학을 공부한 지식인이었다. 이러한 혈연적 전통은 김현승의 시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광주 소재 숭일학교 초등과를 졸업하고 숭실전문대학(숭실대학교)을 졸업했다. 대학 재학중이었던 1934년에 모교의 교수였던 양주동의 추천으로 <동아일보>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1951년 고향 광주에 있는 조선대학교 교수로 취임하였고, 조선전쟁 와중에서도 <신문학>을 창간 자칫 단절될번 했던 광주 문학사의 맥을 이어주는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조선대 재직 시절 지역을 근거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문병란, 이성부, 오규원, 문순태, 이근배, 김종해 등 40여 명을 <현대문학>에 추천하여 후진을 양성했다. 1960년 모교의 후신인 숭실대학교 교수로 취임하여 활발한 문학활동을 펼치다가  1975년 4월 고혈압으로 쓰러져 타계했다. 최근에는 탄생 100주년 앞두고 그의 문학적 고향인 광주에서 그의 문학사적 족적과 시 정신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을 활발히 해나가고 있다. 제자들을 중심으로 다형 김현승 시인 기념사업회가 발족되어 다양한 문학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신—그럼 먼저 김현승시인의 대표작의 한수인 “견고한 고독”을 함게 감상하시죠

견고한 고독

             김현승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하게 마른
흰 얼굴
그늘에 빚지지 않고
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
단 하나의 손발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이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는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네 살과 같이 떼어주며
결정된 빛의 눈물
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슬지 않는
견고한 칼날 발 딛지 않는
피와 살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에도
더 휘지 않는
마를 대로 마른 목관악기의 가을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굳은 열매
씁쓸한 자양
에 스며드는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신—림선생님께서 해석을 하겠습니다.
림—해설
김현승의 고독 시리즈는 관념적인 부분이 있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을에 이 시를 읽을 때는 가슴 한복판으로 시어들이 밀려들어올 때가 있다. 시의 모든 사물들은 고독을 향해 수렴되어 있다. 얼굴, 손발, 창끝, 떡, 칼날 등의 시어가 내 모습과 함께 중첩되고 이것은 다시 고독의 공간으로 수렴된다. 세파에 찌든 우리들의 모습은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하게 마른/ 흰 얼굴”과 다름 아니다. 그곳에서 가녀린 창끝을 의지해 살아가지만 굶주린 삶의 고난함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고고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다. 고독한 시간들 속에서도, 영어(囹圄)와 같은 삶의 시간들 속에서도 고독한 영혼을 보듬어 안으면, “마른 떡을 하룻밤/ 네 살과 같이 떼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무상한 삶의 내력들이 충만한 생명력을 가지게 될 수 있는 힘이 된다.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삶을 자학하고 훼손해 왔는가.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을 느끼기 위해 우리의 영혼은 얼마나 노력했는가. 고독을 느끼는 가을의 시간. 고독을 통해 우리 영혼의 소중함을 단 하루만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충만한 시간들을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신—다음은 역시 김현승시인의 대표적 작품 “플라타너스”를 함께 감상하고 해설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플라타너스
 
             
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이제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오늘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플라타너스
나는 너를 지켜 오직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신—여기서 플라타너스란 가로수의 일종을 말하는것 같은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해설해 주시죠
 
림—해설 
 
가로수, 플라타너스의 모습에서 꿈과 헌신적 사랑,
그리고 삶 속에서 만나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동반자의 정을 느끼고
그와 마음을 주고받고 싶어 합니다.
아름다운 꿈과 사랑을 지닌 고마운 동반자에게 영혼을 불어넣어 주고 싶지만,
그러나 그것은 신(神)만이 할 수 있는 영역.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 같이 흙으로 돌아가는 그 때까지 서로 함께 동행 하며
이웃으로 영원히 남고 싶다는 마음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습니다.
 
김현승님은 일제 식민 치하에서 강인한 의지와 민족적 낭만주의 경향의 시를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나 일제말기 타협을 거부하고 절필하였다가
해방 후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시는 1953년 ‘문예’지에 발표한 시로,
완숙한 서정성과 사물의 본질을 깊이 보려한 김현승 제2기의 작품입니다.
 
이 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신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삶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서로의 고독한 영혼을 달래며 겸허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꿈과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외롭고 고달픈 오늘의 삶을 자연과 잘 어울려
아름답고 평온하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어집니다.
 
신—다음은 역시 김현승 시인의 대표적 작품 “눈물”을 함게 감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눈물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 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신—해설을 부탁드립니다.
 
림--해설
 
 
주제 : 순결한 삶의 추구와 생명의 심화.
제재 : 눈물의 의미.
성격 : 상징적, 종교적, 명상적.
어조 : 간절한 기원과 염원의 어조.
분위기 : 경건한 분위기.
심상 제시 방법 : 비유적 심상.
단락 구성 :
    제1연 ㅡ 순결한 생명에 대한 염원.
    제2연 ㅡ 순수 결정체로서의 눈물.
    제3,4연 ㅡ 절대적 가치로서의 눈물.
    제5,6연 ㅡ 순결한 생명으로서의 부활과 눈물의 의미.
출전 : <김현승 시초(金顯承詩抄)> (1957.)


시어 및 구절 풀이
더러는 /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ㅡ 우리는 때묻은 세상의 일상적 죄악과 불순에 젖어 살고 있지만, 풍요로운 땅에 떨어지는 부활의 씨앗이 되고 싶다는 염원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참된 신앙의 고백으로, ‘눈물’을 순결한 생명에 대한 염원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제5연의 ‘열매’을 염두에 둔 복선적 역할도 갖고 있는 구절이다.  참고 : 이 구절은 ‘마태복음’ 13 :3 ~ 8에 있는 “씨를 뿌리는 자가 뿌리러 나가서 ……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혹 백 배, 혹 육십 배, 혹 삼십 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와 연관이 있다.
흠도 티도, / 금 가지 않은 ㅡ ‘눈물’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눈물에는 일체의 비순수(非純粹)가 존재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ㅡ ‘눈물’은 시적 자아에게 있어 가장 순수한 결정체로서의 생명의 가치임을 단정적으로 말한다.
더욱 값진 것으로 / 드리라 하올 제 ㅡ 시적 자아가 지닌 가치 가운데 ‘눈물’보다 더 순수하고 깨끗한 가치를 내놓으라는 신(神)의 요구를 가정법으로 설정한 구절이다.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ㅡ ‘눈물’은 시적 자아가 지닌 가장 순수한 절대적 가치의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종’은 ‘나중’의 시적 허용의 표현이다.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ㅡ ‘꽃’이 현상적•외면적•일시적인 데 비해 ‘열매’는 본원적•내면적•항구적 가치를 지닌 존재이다. ‘꽃’이 시들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신의 섭리이고 자연의 법칙이다. 이와 같이 만상을 주관(主管)하는 절대자가 자기 아들을 데려간 것도 신의 뜻이 담겨 있다는 암시가 들어 있다.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ㅡ ‘웃음’은 세상적인 즐거움과 삶의 기쁨을 뜻한다.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ㅡ ‘눈물’은 ‘열매’와 함께 순수한 생명성을 함축한 내면적 가치에 해당한다. 삶의 고뇌와 슬픔을 거쳐 도달한 결실의 세계가 ‘눈물’이라는 것을 깨달아 순결한 생명으로 부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적 자아는 이 점을 신의 은총으로 여겨 감사하고 있다. 따라서 제5,6연은 시적 대상인 ‘눈물’에 의미를 부여한 부분이 된다.
 
신—김현승시인의 대표적 작품 “가을의 기도”를 함께 감상하고 그 해설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림금산 해설:
이 시는 김현승의 초기시로서 모든 것이 생명을 마치고 정리하는 ‘고독’과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여 내적 충만을 갈망하는 시이다. 시인은 이 시에서 먼저 가을하늘앞에 자기의 염원을 말한다. 그것은 가을앞에 경건한 자세로 생(生)의 참된 가치를 추구하여 순수한 심적 공간이 정신적 충만함으로 채워지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가페적 사랑으로 절대자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것은 충실한 신앙의 ‘열매’로 결실맺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핵심어는 ‘기도, 사랑, 고독’이다. 이 핵심어들은 각각 ‘모국어, 열매, 까마귀’로 형상화된다. 이 시에서 지배적 이미지가 형상화된 시어는 ‘까마귀’이다. 가장 순수한 새인 ‘까마귀’를 통해 시적 자아는 자기를 가장 순수한 절대 고독의 존재로 나타내고 있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면서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다. 시적 자아는 가을을 맞이하여 신앙의 결실과 완성을 이루기를 바라고 있다.   ‘~소서’는 간절한 기원과 염원을 바라는 뜻을 나타내는 ‘합쇼체’의 종결 어미이다.  “낙엽들이 지는 때”는 군더더기와 꾸민 것들은 다 없어지고 순수한 본질만이 남는 때를 말한다.   “겸허(謙虛)한”은 겸손하고 삼가는 태도로, 이 시에서 분위기가 노출된 유일한 시어이다.  “겸허(謙虛)한 모국어”는 제3연과 연관지어 볼 때 ‘영혼의 소리’를 뜻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나를 채우소서”에는 세속의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들을 모두 없애고 난 순수한 상태의 빈 공간을. 우애나 지식에 대한 사랑으로 채울것을 말한다. 이 시에서의   “이 비옥(肥沃)한 / 시간”은 가을은 내면의 충실을 기하고 참된 염원을 완성할수 있
는 결실의 계절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앞의 ‘낙엽들이 지는 때’도 가을을 나타낸 표현이다. 기독교에서의 신앙은 예수를 매개로 하여 하나님과 단독자인 ‘나’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시에서의 ‘고독(호올로)’은 이런 의미의 ‘고독’이다. ‘나의 영혼’을 원관념이라 할 때, ‘굽이치는 ~ 까마귀’가 보조 관념이 된다.  “굽이치는 바다”는 현실 세계의 온갖 고초와 시련을 겪은 얼룩진 삶을 뜻한다.  “백합(百合)의 골짜기”에서 ‘백합’은 성경에서 순결한 믿음이나 순수한 신앙을 가진 사람에 비유되어 왔다. 따라서 ‘백합의 골짜기’는 번뇌와 고난으로 얼룩진 삶을 거쳐 순결하고 영적인 삶의 세계에 다다른 상태를 뜻한다.  “마른 나뭇가지 위”는 순수한 본질만이 남는 내세(來世)를 의미한다. 김현승은 자기 시 해설에서 “나의 고독 중에는 구원을 바라며 신(神)에게 두 팔을 벌리는……마른 나뭇가지와 같은 고독도 있다.”라고 자기 고독의 성격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 시에서 ‘까마귀’는 가장 순수한 절대 고독의 존재를 상징한다. 이것은 시적 자아의 참된 신앙심을 찾겠다는 비장한 결의이며 신앙에 대한 절대적 태도를 형상화한 것이다.
 
신—다음은 김현승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을 함게 감상하도록 하시죠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
 
신----참으로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그런 가슴이 뭉쿨해지는 시라고 생각되는데요 좀더 구체적으로 풀이해주시죠
 
림--해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고백적, 서정적,
제재 - 아버지라는 존재
주제 - 아버지의 사랑, 희생 그리고 고독

이 시의 특징
 
1 가족간의
  사랑과 희생이라는 평범한 삶의 진실을
평이한 시어를 통하여 표현함으로써 친근감을
느끼게 함.
② 반복법과 열거법을 사용하여 아버지의 사랑과
고독을 깊이 있게 추구함.
③ 어버이의 사랑과 희생을 노래한 우리 시가들이
대부분 어머니를 그 대상으로 한 데 반해서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함.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집과 같은 존재이다. 집이 있기에 우리는 그 곳에 주소를 두고, 이름을 그 아래에 적는다. 집은 언제나 한 곳에 우뚝 서서 자리를 지킨 채 말이 없다. 이렇게 집이 우리를 비바람 속에서 보호하듯 아버지는 말없이 사랑과 근심으로 자식을 돌보고 미래를 걱정한다. 그러기에 아버지는 고독한 존재이다. 식구들을 위한 매일의 수고와 삶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풀어야 하는 외로움으로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린다. 이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 곧 자식들의 올곧은 성장과 순수뿐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한 지은이의 인생관을 내포하고 있는 이 시에는, 모든 인간들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서 인간 본연의 순수함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아버지의 사랑과 외로움을 담담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는 이 시는 가족 간의 사랑과 희생이라는 평범한 삶의 진실을 평이한 시어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친근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어버이의 사랑과 희생을 노래하고 있는 우리 시가들이 대부분 어머니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이 시는 아버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집과 같이 거룩한 존재이다. 집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 곳에 주소를 두고, 이름을 적을 뿐 아니라,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이루어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집은 언제나 한 곳에 우뚝 서서 자리를 지킨 채 말이 없다. 집이 비바람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것처럼 아버지도 항상 말없이 사랑과 근심으로 자식들을 돌보고 앞날에 대해 걱정한다. 그러기에 아버지는 고독한 존재이다. 식구들을 위한 매일의 수고와 삶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풀어야 하는 외로움으로 인해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는 가족들 앞에서 겉으로는 태연해 하거나 자신만만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허무감과 자식들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괴로움을 겪는 존재이다. 단순히 아버지로서의 권위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 가장으로서 모든 가족들의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아버지는 잠시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렇게 힘겨운 삶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라는 사실 때문에 속으로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아버지의 깊은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 곧 자식들의 올곧은 성장과 순수뿐이다. 비록 세파에 시달리며 힘든 삶을 사는 아버지이지만, 자신의 소망대로 자식들이 순수하고 올바르게 자라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 모든 고독과 노고를 깨끗이 보상받게 되는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한 시인의 인생관을 내포하고 있는 이 시는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 그리고 고독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모든 인간들이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서 인간 본연의 순수함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김현승은 남달리 고독의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이를 끈질기게 추구한 시인으로, 이 작품 역시 '아버지의 고독'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좋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신—다음은 시 “제목”을 살펴보겠습니다
 
제목
         
   김현승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나아가 화목할 것인가/ 쫒김을 당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네게로 흐르는가/ 너를 거슬러 네게로 오르는가
 
두 손에 고삐를 잡을 것인가/ 품 안에 안길 것인가
 
허물을 지고 갈 것인가/ 허물을 물을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눈이 밝을 것인가/ 마음이 착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알아야 할 것인가/ 살고 볼 것인가
 
필 것인가/ 빛을 뿌릴 것인가
 
간직할 것인가/ 바람을 일으킬 것인가
 
하나인가/ 그 중의 하나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뛰어 들 것인가/ 뛰어 넘을 것인가
 
파도가 될 것인가/ 가라앉아 진주의 눈이 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끝장을 볼 것인가/ 죽을 때 죽을 것인가
 
무덤에 들 것인가/ 무덤 밖에서 뒹굴 것인가

림--해설                                                     
이 시는 28개의 질문으로 되어 있지만, 첫째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둘째 두 손에 고삐를 잡고 명령할 것인가, 사랑할 것인가. 셋째 파도가 될 것인가, 가라앉아 진주의 눈이 될 것인가 등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결국 이 시는 신과의 계속적인 화목이냐, 아니면 단절이냐의 절박한 갈등상을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깊은 갈등은 그 자신의 말대로 절대 고독에 이르지 않을 수 없었다.
김현승은 '나의 고독과 나의 시'에서 "그것은 한마디로 신을 잃은 고독이다. 내가 지금까지 의지해 왔던 거대한 믿음이 무너졌을 때에 허공에서 느끼는 고독이었다. (중략) 나의 고독은 구원에 이르는 고독이 아니라 구원을 잃어버리는, 구원을 포기하는 고독이다. 수단으로서의 고독이 아니라, 나의 고독은 순수한 고독 자체일 뿐이다. 그러므로 나의 고독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진정한 고독이다."라고 말했다.
신---다음은 시 “절대고독”입니다. 역시 고독을 다룬 김현승시인님의 대표작의 한수이지요

절대고독

           김현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면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눈을 비비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영원의 별들은 흩어져 빛들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내게로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뜻한 체온을 새로이 느낀다.
이 체온으로 나는 내게서 끝나는
나의 영원을 외로이 내 가슴에 품어 준다.
 
그리고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내 손끝에서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내고 만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아름다운 영혼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도 없는 나의 손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나의 시와 함께
                                              
림---이 시는 '견고한 도독', '고독의 끝'과 함께 고독의 3부작이라 할 수 있다. 신을 잃어버린 그의 내면세계는 고독하다. 신의 영원성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데서 오는 고독을 외로이 가슴에 품는다. 윤리적으로 현실적으로 신을 부정할 수 있으면서도 안에서 활동하고 명령하고 있는 양심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나의 문학 백서'에서 "나는 신과 기독교에 대한 회의를 일으키게 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동정으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인간의 현실에 살면서도 너무 인간이라는 것을 선험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관심은 점차 천국에서 지상으로, 신에서 인간으로, 갈등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사회 현실의 부조리와 정치적인 혼란의 대한 신의 무응답은 인간 중심의 견고한 고독으로 그를 몰아 넣었다.

 
 
신---그렇다면 김현승시인의 시인적 삶을 총적으로 귀납해본다면 어떻게 말할수 있습니까?
림--
김현승은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부끄럼 없는 인격의 소유자였고 철저한 교인이었다. 하지만 변하는 시대상황과 세계에 시정신이 일관할 수는 없었다.
41년의 시인 생활에서 창작된 300여 편의 시는 주제의식의 변모 양상에 따라 세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1기의 시는 일제강점기의 '불행한 현실', '고초의 현실'이었기 때문에 국토에서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연 뿐이었다. 자연을 통해서 민족의 염원과 역사의 미래상을 형상화했다. 제2기는 신앙과 양심과 도덕을 곧이곧대로 믿고 지키려는 그의 인간적인 순수한 삶과 그렇지 못한 사회 현실과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데서 오는 체념과 고독을 형상화했고, 제3기는 그의 고혈압으로 위험했던 생명이 계기가 되어 그동안 단절하고 부정했던 하늘과의 관계 회복을 형상화했다
 
신—어느덧 약속된 시간이 다 되여가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가을과 고독의 시인 김현승님의 생평과 더불어 그의 일부 대표적 작품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시단의 큰획을 그어간 김현승시인에 대해서 얼마간 료해가 있었으리라 믿고싶습니다. 림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았습니다.
 
림—네 수고하셨습니다.
신—그럼 이것으로 오늘 문학살롱프로 여기에서 마칩니다 이 시간 프로편집에 김철운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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