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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팔공팔팔 ok!
2014년 07월 06일 18시 09분  조회:1764  추천:0  작성자: 구름바다
                          
 
 
                                                림금산
 
요즘은 세밑이라 날씨가 여물어 맵짜다. 하지만 나는 “팔공팔팔”이란 아이디를 가진 카페에 혼을 빼앗껴선지 마음이 퍼그나 따갑다.  출근하기 전에도 나는 컴퓨터에 마주앉아 “팔공팔팔”이란 아이디를 찾아 넋잃고 들여다 보다가는 아쉬운듯 출근길에 오른다. 퇴근후에도 짬만 있으면 팔공팔팔 카페에 들어가 이칸 저칸 드나드는 멋이 장밤을 흥분속에서 헤매인다.
    부인보다도 애인보다도 술 한잔보다도 은근히 내마음을 끄잡아당기는 소힘줄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 아이디. 나자신도 내가 점점 더 깊숙히 빠져드는걸 어찌할바 없다. 왜서 그토록 은근한 바줄로 나의 마음을 꽁-꽁 묶어서는 자꾸자꾸 끄당겨 가는지?
    1980년대, 중화대지에 “과거”입시제도가 회복된지 4년만인 정확히 1980년 여름, 우리는 당시로는 쉽지 않은 전국 고등학교통일시험에 떳떳이 합격하여 잊을수 없는 대학시절에 들어섰다. 
   서로서로 낮도 코도 모르는 열혈청춘들이 한 대학의 한 학부 한 반급에서 남창 24명에 여창 23명으로 남녀 비례가 아주 비슷하게 46명이 단란하게 모여서 눈물나는 4년간의 뜻깊은 꿈길을 열어제꼈다.
    그때로부터 장장 30년 세월(1980-2010)이 눈깜짝할사이에 바람처럼 물처럼 미처 뒤돌아볼 사이도 없이 어깨넘어로 흘러가버렸다. 그때 련애를 했던 학우들은 첫자식이 지금쯤 30살은 될게다. 참, 세월은 살같다는 옛말이 그른데 없다.
    그 30년 세월에 우리는 저마다 달콤한 련애사도 있었고 황홀한 결혼도 했고 귀여운 아이도 낳았으며 일터에서 공산당의 부름대로 헌걸찬 로동도 했다. 벌써 각 부서에서 중견으로, 령도로, 교수로, 박사로, 귀부인으로, 기업가로, 작가로 맹활약을 보이며 한오리 두오리 흰머리칼을 날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30년세월에 서로서로 학창을 자상히 추억해볼 시간적 엄두가 없었을때가 아주 많았다. 또 서로 멀리 떨어져있고 하는 일 또한 종종별별이다보니 쉽게 만나 운우지정을 나눌 계제가 못된것도 사실이다.
    헌데 누가 “팔공팔팔”이란 이 유명한 아이디를 내놓았는지 진짜 우리 동창들로 말하면 큰 상을 안겨줘야 할 고마운 분이다. (후에 안 일이지만 우리만의 동창카페를 만든 분은 지금 연변일보사에서 부주필로 있는 김천씨였다)
    팔공은 연변대학조문학부80년급이란 뜻이겠고 팔팔은 이젠 쉬쉬한 쉰고개에 오르기 시작하니 더 팔팔해지라는 뜻에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88 즉 횡재하란 뜻으로 너무나 마음에 잘 다가서는 아이디어다. 넘 늙수그레하지도 않고 청춘의 활력소가 팍팍 풍기면서도 뜻이 알맞고 또 누구나 거의 좋아하는 88수자까지 있어 참 입에 올릴수록 마음에 드는 우리만의 아이디다.
    더구나 좋은건 아무때건 서로 대화창에 들어가 대화할수 있고 “짜잔 사진방”에 들어가 얼굴모습도 볼수 있고 아침마다 서로서로 하루일을 시작하기전에 인사도 챡챡 나눌수 있고 누가 지금 어디에서 뭘하고 있는지조차 다 제때에 알수 있어서 넘 좋다.
    북경에서 천안에서 상해에서 할빈에서 장춘에서 커얼친초원에서 연길에서 도문에서… 전국, 전 세계 각지에서 보내오는 목소리, 얼굴모습, 포즈들을 다 볼수 있고 다 들을수 있고 다 담을수 있어서 넘 좋다…“풍노초”(닉네임)가 한국천안에서 공원놀이하거나 겨울바다 구경가거나 회를 자시는것까지 다 알수 있어 좋다.
    “양다리”(닉네임)가 20년만에 상해에서 “훈남”이와 만나 함께 반기는것까지도 다 아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위원장”(길림신문사 부주필 한정일)이가 야밤중에 술마이고 카페에 들어와서 도도하게 읊어주는 시도 들을수 있고 “봄뫼”(시인 김춘산씨)가 새노래 가사를 쓰는 골똘한 모습도, “아지랑이”(수필가이며 교수인 최순희씨)가 영국 그리니치천문대에서 남편(서영빈)과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도 다 제1시간대에 알수가 있어서 넘 좋다. 커얼친초원에서 20주년동창회때 찍은 전설같은 동영상과 사진도, 할빈에서 25주년때 찍은 드라마같은 동영상과 사진들도 볼수 있고 “도리도리”(닉네임) 안방마님의 달콤한 웃음도 자글자글 넘쳐나 더욱 좋다.
    “시내물”님이 남편없는 사이 시아버님을 알뜰히 보살피는 모습도 감명깊게 볼수 있고 “대박”이가 신정공급때문에 3일간이나 돌격전을 벌리고나서 맥진해 쓰러진 모습도 볼수 있고 “신여”님이 애들을 가르치느라 흑판에 멋스런 판서를 날리는 반가운 모습도 볼수 있어 넘 좋다. 토실토실 “감자”(수필가 남춘애씨)가 보내주는 명언록도 볼수 있고 “훈남”님의 멋진 탁구동작도 볼수 있어 좋다.
    요즘 하늘이 구멍났는지 하많은 눈이 하많은 사연을 싣도 줄창 내린다.  천안엔 20센치..북경에는 40년만에, 한국엔 103년만에 눈이 많이도 내린다. 눈을 타고 우리의 아까운 한집 식솔들도 하늘나라에서 놀러온다’.
    우린 너무 일찍 아까운 식솔들을 잃기도 했다.  어찌 인생 중반에 우리 오붓한 식구들을 두고 먼저 성큼 저 눈이 내리는 차가운 하늘길로 가셧는지. 시인 남상수, 소설가 한정화, 편집 최철수. 최철수는 할빈의 동창회에 참가하겠다고 연길 동창들을 조직하느라 앞뒤로 뛰여다니더니 종내는 그 동창회에도 못 참가하고  공부하는 아들애를 떼여놓고 그렇게도 급하게 우리곁을 떠나갔다. 아깝기 그지없는 우리 식솔들. 그들이 남겨준 명까지 우리가 더 살아줘야 하기에 우린 누구나 자기로써 자기의 건강을 챙겨야 하지않을가. 여창들은 술에 빠져 허우적이는 남창들이 아까워 카페에서 만날때마다 그 부탁이건만 왜 술은 그렇게도 끈질기게 우리 남창들을 괴롭히는지.
    팔공은 팔팔해야 할줄로 믿는다. 사회에선 중견으로, 가정에서는 호주로, 우로는 늙으신 부모님들을 모시고 아래로는 한창 대학공부를 하는 자식들을 섬기는 우리의 팔공 동창들. 신체만 잃으면 모든걸 다 잃는다는걸 금방 깨쳐야 한다. 
    그리움이 힘을 낳고 열정을 낳는다는걸 요즘에야 진정 깨친다. 정이 시를 낳고 수필을 낳는다는것도 요즘에야 아는것 같다.  나는 요즘 그 어느때보다도 시와 수필을 많이 써서는 우리 안방인 팔공팔팔(8088)의 “학우창작실”에 올린다. 아니, 내가 창작하는것이 아니라 아마도 동창들이 나한테 매일같이 입김을 불어넣고 진실을 강의하고 그리움과 정을 공급해주기 때문이리라.
    글이 오르기 바쁘게 줄줄이 댓글을 달아 고무해주고 박수를 보내주는게 어쩜 이리도 가슴이 찡해올가! 대학졸업후 거의 30년세월을 단 한번도 못 만나본 커일친초원의 혜연이랑 상해의 옥자랑 번마다 나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어 고맙기 그지없다.
20대초반에 갈라져 이젠 모두 쉰고개에 올라섰지만 그냥 30년전처럼 맘대로 이름을 불러 또한 넘 좋다.
    그립다. 매일 목소릴 듣고 심심잖게 실모습을 볼수록 더 그리운게 우리 사이다.
    우리 사인 금전관계도 아니고 상하급관계도 아니다. 평등하고 서로 서로 헤여지면 그립고 만나면 정다운 위선과 가면과 허식이란 꼬물만치도 찾기 힘든, 진실과 진정이 반죽된것밖에는 더 없다. 누가 싫다고 해도 안된다. 친구는 친했다가도 마뜩잖으면 그만둘수 있지만 우린 다르다.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하늘이 맺어준 동창들이다. 하늘의 뜻으로 무어진 한집 식솔이니 피할수도 없다.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이젠 년세들도 적잖으니 서로 애지중지 아끼면서 도우면서 배려하면서 다 함께 즐길수밖에.
    사랑한다! 좋아한다! 그대들을!! 그래서 난 오늘밤에도 팔공팔팔에 졸시나 졸수필이지만 정을 담아 알뜰히 올린다… 

                                                                                                                                  <연변일보>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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