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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랑 (조시)
2013년 12월 27일 07시 14분  조회:2016  추천:1  작성자: 구름바다
 
 
 
 
1
 
 
걷고 또 걸어 발바닥이 소리를 낸다
발바닥 껍질이 벗겨져 아픈 소리를 낸다
뜯고 뜯어 손가락에서 소리가 흐른다
기고 또 기여 무릎팍뼈가 소리를 낸다
부서지는 고름이 흩어지는 소리를 낸다
봇나무껍질을 벗겨다 귀틀집 구멍난 벽을 막으며
아버지, 어마이 찬바람을 막아 신음하던 소리다
가슴에 실오리를 긁는 소리다
긁어낼때마다 아파서 비명지르는 소리다
두만강에 널어 말리는 흰 옷의 펄럭이는 소리다
두만강 모래사장에 피자국을 찍어가던 소리다
두만강 모래무치를 구워먹으며 가슴을 까맣게 태우고
입술을 까맣게 칠하던 타는 소리다…아리아리 아리랑…
 
 
2
 
눈귀에 또르륵 구을던 빛이다
울때뼈가 울컥하게 눈물을
삼키던 껄끄러운 모습이다
가난티를 씻어내고 다듬이돌
두드리던 토닥토닥 절주있는 리듬이다
아침안개 서려올라 무명저고리가
벗은 산허리를 둘러주고 저녁연기 타채쳐올라
초가삼간을 배불리던 이야기다
토실감자, 구운 고구마, 말린 미꾸라지, 더덕반찬…
했어도 하늘이 구멍난 날 또다시 주루룩- 가난이 가득 흘러내리던 소리
아리랑 아라리요…
 
 
3
 
 
일송정에서 내려다보면
한눈에 안기는 헐벗은 해란벌
짜개진 논밭에 선률이 물기둥처럼 드리우고
피빛 노을은 피진한 눈동자를 돋쳐올리고
구슬픈 곡조 익어가는 강끝엔 해가 저문다
돌아 굽이돌아 울려가는 해란강의 소리
모아산이 잠에서 부어오른 눈을 비비며
멀리 바다쪽 하늘 우러른다…아리랑 아라리요…
 
 
 
4
 
아리랑 아리랑 윙-위잉-위이잉…
북국의 눈보라는 반만년을 휘몰아친다
바람소리 나무사이에 걸려
아츠럽게 가슴 파내린다
박날나무 터지는 추워우는 동북쪽
백두산도 얼어터져 백호마저 눈물짜는
얼음과 얼굼이 가슴 비비는 소리
지동치는 겨울의 소리가
어설프고 뼈마치게 울려간다
말세가 도래하는가 보다
 
따뜻하던 남쪽나라 수평선이 그립다
푸른 논의 개구리울음소리 그립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남겨나 주소… …
 
5
 
육(肉)이 육(肉)에 타버린 자리
혼(魂)이 혼(魂)을 부른다
령(灵)이 령(灵)을 부른다
령혼속에 바위가 세워진다
바위속에 뼈가 세워진다
뼈속에 쇠쪼각이 세워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조상이 피를 토하는 소리다
할배의 수염발이 몸을 후려치는 숨결이다
세상의 공통어가 빛처럼 사방에 튕겨간다
민족의 국제가가 반공중에 하얀 기발로 펄펄 휘날린다
 
 
                                                               (2014년<<장백산>>잡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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