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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술에 빠진 민족
2012년 03월 04일 09시 48분  조회:2330  추천:0  작성자: 림금산
                            술에 빠진 민족

                                                                 림금산
 
반도의 3면에 바다가 출렁이는 것처럼 반도엔 술이 출렁인다.
우리 민족이 살고있는 중국 연해도시들인 광주, 상해, 청도, 위해, 그리고
오래 동안 우리 민족이 집거해 있던 흑룡강성, 료녕성, 길림성 특히는
전 세계에 유명짜한 우리 연변엔 지금 술이 넘쳐나 파도친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다방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고 스낵에서
술을 마시고 비빔밥점에서 술을 마시고 국수집, 개장집, 쌈밥집, 지어 시장에서까지
술을 마신다. 산에 올라 술을 마시고 강에 내려 술을 마시고 울며 술을 마시고 웃으며 술을 마신다.
     렬차안에서 술을 마시고 배우에서 술을 마시고 뻐스에서 술을 마시고 비행기에서 술을 마신다.
소를 잡아 술을 마시고 개를 잡아놓고 술을 마시고 명태를 찢어 술을 마시고 파를 장에 찍어 술을 마시고 소금알을 녹이며 술을 마신다                                        
     2000년 5월 23일 오전11시20분 심양시공항엔 사람들로 붐빈다. 교원과 학생들로 무어진40여명의 중국조선족소학생<<사랑의 일기>>대표단일행은 지금 막 출구로 나간다.
     자동흐름선에 실려 나아가는40여개의 트렁크가 한개,두개씩 걸린다.
     <<가방을 여시오!>>
     <<아니,뭐 별거 없는데요.>>
     <<글쎄 인차 열어주세요!>>
     트렁크를 열자 거의 매 트렁크마다 술병 한두개씩 나온다. 고급술이다. <<북경순(北京醇)>>이나 월궈토(二锅头)주선이다.
     사업일군은 술을 가지고 한국에 나가는걸 막지는 않는데 술만은 다 꺼내 손가방에 넣고 들고 나가란다. 자동흐름선에서 술병이 깨여라도지면 공항이 술내에 잠긴단다.
     사실 이들 대표팀은 중국조선족후예들을 서울시 잠실체육관에서 성대히 거행되는<<사랑의 일기>>큰 잔치에 불러준 고마운분들께 술을 가져다드리려는 심사였었다.
     10여일간 서울에서, 대전에서,부산에서 견학하는 길에 여러 계층의 후한 접대를 받게 되는데 어찌 고마운분들께 술병 두어개씩 올리지 않겠는가?
     그래서 두상자나 되는 술을 너무 무거워 각각 나누어 트렁크에 넣었던 모양. 이 경우 이들의 술을 나쁘다 할지 좋다고 할지? 하여간 술이 공항에서 첫번째 말거리로 된것만은 사실이다.
     두만강 푸른 물에 사공이 마시던 술이 어느만큼이나 독한 술이였던지.지금 또 두만강 강뚝 공원에서 마시는 술은 어떠한 술인지. 술이 없어 알콜을 타 마시며 쓰린 가슴을 훓어내던 민족이 언제부턴가 술이 바다를 이루어 술에 빠져 허우적인다…
     3년전인가 한국 어느 일보사의 편집국장과 기자 두분과 함께 연길에서 술을 마신 일이 있다.
     술이 한창 간에 들어가니 수작들이 나온다. 복무원아가씨더러 노래를 부르란다.인민페 백원짜리를 꺼내들고 어서 노래를 부르란다. 복무원 아가씨가 건드러진 조선노래를 부르자 백원짜리를 자꾸만 아가씨의 가슴에 밀어넣잔다.
     결국 아가씨는 돈을1전한푼 안받았지만 손님은 기세도도해 팔자걸음으로 나간다. 기분이 대단히 좋은 모양.
     나는 속으로 먹은게 다 올리밀어 겨우 참았다. 개도 안먹는 돈 몇푼까지도 또 술한병에 녹자가 되여 비틀거리다니.물론 한국엔28도짜리 소주가(참이슬? 처음처럼?) 바다처럼 흐르니깐 여기서 마이는40~50도 술을 받아당하긴 좀 힘에 부칠테지만 말이다.
     그냥 가는줄로 알았더니 방금 아씨한테 주자던 돈이 춤을 춰 또 꿤점에 눌러않는다.어디서 창작해냈는지 폭탄술이란다.
     흰술을 한잔 가득 부어 맥주가 담긴 맥주병에 떨궈넣고는 폭탄이란다. 맥주와 함께 그안에 불궈진 흰술 한잔까지 다 마시는 망태기 술이다….
     더욱 우스운건 이튿날 아침 식사때보니 키가 나보담 두어배는 더큰 놈이 자꾸 코피가 흘러내려와 얼굴을 붉힌다.
     <<괜찮겠어요?아침 술 한잔 부을가요?>>
     <<아니 아니, 저 조금 실례합니다만, 술은 더 못마시겠어요.>>…
     술은 그쪽 술만 웃을게 못된다. 우리 여기 술꾼들도 문명치 못한 작자들이 거리에 부글부글하니깐.
     잔치술, 생일술, 회갑술, 제사술, 대학입학술, 출국술, 귀국술 지어 만남의 술…토요일 일요일에 못만났다고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술은 금요일까지 줄창 밀고 나간다.
     축구를 좋아한답시고 이기면 기쁜 술, 지면 슬픈 술, 비기면 비긴술 지어 젊은이들 생일마저 동료, 동갑, 친구 친척들을 청한다.
     출근해서는 단위분들과 사업술을 나누고 련휴일엔 자기 집에서, 부모집에서, 형제사이, 친척사이에 술이 오간다.
     지난 주일엔 술에 맞아 상한 친구들이 너무 많아 나는 그만 어리벙벙해졌다.
     여기에 전화치니 술마시다 다리뼈가 두대나 끊어져 수술대에 올랐단다.
     저기에 전화하니 술을 마시다 택시에 부딪친게 머리에 피떨어졌단다.
     동쪽에 전화치니 술을 빈속에 마신게 피를 토하고 주원했단다.
     서쪽에 전하치니 술에 갑성간염과 을성간염이 함께 닥쳐들어 전염병동에 들어갔단다.
     허참 기막힌 일이다. 다가 술에 상했으니 나는 술마실 친구가 없게 된게다. 동서남북이 술에 꺼꾸러지는데 동남, 서남, 동북, 서북은 다 또 지방간이 아니면 위장염, 이선염, 당뇨병 투성이다.
     백두산 기슬으로부터 한라산까지 온 땅떵이가 술에 취해 휘청인다.
     지금 이 시각도 제주의 네거리에선 똥돼지불고기에 소주가 불이 일게 팔릴것이며 서울 동대문 시장앞 거리는 술에 질펀히 젖어있을것이다. 이화여대 대학가 어느골목에서는 여대생이 취해서 부추김을 받으며 줄줄 끌려가는 처량한 모습…도 보인다.
 
     물론 이 좋은 초여름밤에 연길의 북대시장이나 철남야시장이나 교회당앞 수상불고기집이나50도짜리 얼궈토에 함뿍이 취해 늘어졌을건 두말할것없고 심양서탑의 신화서점앞골목이나 할빈 조선족신문청사밑 지하려관 문앞은 다 반도의 말을 돌돌 굴리는 민족의 술꾼들에게 점령되였을 것이다.
     묻노니, 반도여, 술에 빠져 허우적일때는 아직 일찍하지 않은가?    
     경제차원으로보나 문화차원으로보나 이 민족에게 통쾌한 술잔은 아직 이르지 않은가?
     마실게면 차라리 눈물을 한잔 가득 부어 마시는게 우리에겐 더욱 좋을것 같은 심정이다. 아니면 칼을 가득 부어 번쩍이는 칼날을 한껏 들이마시는게 속시원하고 명치끝이 쩡 할게 아닐가?!
     피치못할 사연에 그냥 술을 마셔야 할게면 차라리 술을 마시지말고 우리 함께 죽음을 마시자. 독약을 걸게 풀어 거품일게 해놓고 바다를 향해, 하늘을 향해, 여자를 향해, 반도를 향해 죽음을 마시자!!   
                          
(2000년 여름 "현대가정"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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