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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 투망(投網)의 손잡이 역할을 해야
2008년 10월 10일 10시 35분  조회:3601  추천:113  작성자: 박광성

제1회 조선족발전포럼-"연변의 의미와 가치 좌담회" 발표문

연변, 투망(投网)의 손잡이 역할을 해야


 

박광성 중앙민족대학 민족학-사회학학원 교사 

 

  현재는 무엇보다 정체성이 중요한 시대이다. 정체성이 명확해야 자신에 대한 인식이 분명해져 갈 길을 정확히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개인에게 있어서 뿐만 아니라, 지역의 발전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 지역의 어떤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다른 지역에 비하여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보다 큰 지역적 범위에서 어떤 의미와 역할을 부여 받고 있는 가가 명확해야 미래의 발전방향을 정확히 설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정체성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을 가? 이는 우리의 삶의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과 연관된다. 예전에는 생활세계가 지역적 범위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타 지역과의 연관이 제한되어 있었으며, 따라서 타 지역과의 연관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잡아야 하는 압력이 적었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화와 시장화 된 경제구조 속에서는 타 지역들과의 밀접한 연관 속에 처하여 있으며, 따라서 어떻게 비교우세를 발휘하여 지역적 분업체계 속에서 자리를 찾아가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연변만 봐도 10여 년 전만 하여도 고향에서 자신의 직장생활과 생업에만 열중하면 되었지 다른 곳에 큰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이미 많은 주민들이 대량으로 외부로 진출하여 있고, 타지 나아가 타국과의 교류가 지역발전의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어 이러한 연결을 무시하고는 지역발전을 운운할 수가 없다. 어떻게 지역적 우세를 살릴 것인 가? 어떻게 역할을 확정해야 하는 가? 이와 같은 문제는 발전방향과 대책의 설정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연변은 아직도 정체성을 찾고 있는 지역이다. 

  지역적 정체성을 확립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역적 특징과 우세에 대한 파악이다. 여기에는 자연적 우세, 역사 문화적 우세, 지정학적 우세, 인문적 우세 등 내용이 포함된다. 이에 비추어 우선 연변의 자연적인 우세를 찾아본다면 다른 지역에 비하여 크게 내세 것이 없다. 산 좋고, 물 맑은 곳이라면 다른 지역도 다 그렇게 선전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연변이 크게 부각될 만한 것이 없다. 명산 장백산이 있지만 그것을 연변의 특징으로 부각하여 우세로 활용하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크다. 

  역사 문화적으로 보아도 특히 부각될만한 것이 없다. 산마다 열사비라고 해도 중국에 너무 많은 역사유적과 역사사적이 숨 배어 있는 곳이 많아 거대한 것들과 비하면 오히려 초라한 감이 들며, 연변에서 특히 의미 있는 역사적 발견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문화적으로 조선족의 집거지로 조선족문화가 지역적 특색으로 될 수 있지만, 조선족문화를 산업화시켜 지역의 발전을 견인할 조건과 능력을 단 시기 내에 갖추기 어렵다. 지정학적으로 보아도 황금금삼각지역이요 동북아시대 전초기지요라고 말들은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론적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화되기에는 너무나도 아득하고 요원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으로 들어오면서 연변의 특징으로 부각되어 널리 알려지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연변조선족의 타지 진출이다. 이는 중국조선족사회변화와 연관되어 있지만 연변이 유일한 조선족자치주이기 때문에 많은 경우 연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령, 중국의 주요 시사지 "반월담" 2007년 22기에는 "연변의 노무경제가 백성을 부유하게 한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글에서는 근년에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는 해외노무경제가 당지의 과학적 발전을 견인하고, 주민들의 생활을 부유하게 만드는 열점으로 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2006년에 해외노무수입이 10.6억불로서 전주GPD의 1/3차지하며, 해외노무진출자가 근 15만 명에 달해 총 취업인구의 17%달한다고 소개한다. 2001년 연변에서 "대외노무합작관리조례"를 반포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지방의 대외노무합작법규이며, 2004년부터 연변의 내륙지역에서 유일한 전국출입국중점관리지역에 속하게 되었다. 

  굳이 이런 것을 말하지 않아도 조선족의 외지진출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조선족의 이동은 진출지역이 넓고 이동강도가 높으며, 경제발전수준이 높은 대도시 지역에 집중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많은 조선족이 국내외의 대도시에 진출하여 있다. 또한 조선족의 이동은 계절에 따라 오가는 임시적이 이동보다 새로운 생활지역 개척이라는 장기적인 이동의 특징을 가지고 있고, 그기에 교육수준이 높기 때문에 타지에서 주류사회로의 진출과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조선족은 현재 무궁한 가능성을 창조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한계는 이러한 자원을 조직화할 기제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이며, 소수집단의 경쟁력은 우선 집단의 협력체제에서 나온다는 것이 많은 소수집단에 대한 연구가 내놓는 결론이다. 

  중국에서 유일한 조선족자치주로 연변은 이러한 조선족의 인문자원과 우세를 충분히 활용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필자가 제기하는 것이 "투망손잡이론"이다. 어구인 투망은 물에 확산시켜 뿌려 넣어 물고기를 끌어낸다. 연변도 많은 주민과 유대관계가 있는 조선족을 외부로 확산시켰기 때문에 투망을 널리 던진 격이다. 관건은 어떻게 물고기를 잡아내는 가 즉 이를 활용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사람을 다시 끌어들인다는 개념이 아니고, 어떻게 외부 조선족이 가지고 있는 지식, 자본, 정보, 인맥, 경영능력을 연변의 지역적 발전과 연결시키는 가하는 문제이다. 

  현재 연변에 있어 가장 큰 한계는 많은 인재와 청장년노동력의 유실로 사회적 활기를 잃어가는 문제이며, 가장 큰 우세는 조선족자치주로 정부의 정식적인 허가와 영도를 받고 공적인 기구들이 많다는 것이다. 외부에 진출한 조선족은 중심부에서 파생되는 기회를 이용하여 빠른 개인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조직적인 기반이 없기 때문에 더욱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연변이 조직적인 힘을 이용하여 이를 역량화 시킨다면 연변도 외부의 힘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뿐더러 외부 조선족도 조직화됨으로써 민족공동체 내의 협력체계를 이용하여 더욱 큰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선 정부의 허가를 받고 있는 많은 공적인 기구들이 나서서 네트워크화 된 조직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 필요도 없이 연변의 기구에 외부 회원제의 형식으로 외부의 사람들을 대거 참여시켜 협력의 장을 만들면 된다. 기업은 기업별로, 학문은 학문별로, 문화단체들은 문화단체별로 많은 네트워크화 된 조직을 구성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구성된 모임의 정기화를 통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중국조선족사회에서 네트워크화 된 조직운영을 가장 잘하고 있는 곳을 예 들면 "흑룡강신문"으로 볼 수 있다. 많은 독자층이 외부로 진출하자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외부로 진출하여 지사를 만들고, 부간을 만들어 당지 독자들에게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당지 정부의 허가를 받은 조직의 우세를 발휘하여 민간사회를 조직하여 민족공동체를 구성해가는 등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신문의 정보량과 학자들의 참여, 시장화사업과 더욱 효율화된 네트워크 조직운영에 정진해간다면 "흑룡강신문"은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다. 

  온라인을 통한 네트워크구축에서 활약적인 것은 미국에 진출한 조선족들이 운영하는 "니카"이다. 국내 조선족 네티즌들은 물론 세계 각 지에 진출하여 있는 조선족유학생들이 사이트를 이용하여 각종 정보를 주고받고 생활수기와 같은 글들을 올려 명실공히 세계적 네트워크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온라인 활동을 통하여 여러 지역에서 동호회를 만들고 오프라인모임을 구성해가고 있다. 

  국내에서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는 곳은 "조글로"이다. 인터넷 미디어형식으로 뉴스와 정보를 다루는 외에도 각 계의 인사들을 참여하는 미니홈을 운영하며 동시에 여러 가지 형식의 포럼과 지역적 동호회를 구성하여 오프라인 모임까지 구성해가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앞서가는 위치에 있으며, 이 후 영향력의 계속 커질 것으로 예견된다. 

  연변의 많은 문화교육경제사업단위들은 지역에 국한되어 고사를 기다리지 말고 이러한 네트워크화 된 조직구성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 국내외에 자원을 지역발전에 충분히 활용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조선족자치주로서 조선족사회에서의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세계 각 지와 국내 대도시에 진출해 있는 조선족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는 "투망의 손잡이"가 된다면 연변의 새로운 僑鄕으로 태어날 수 있을 뿐더러, 동북지역 대외교류 창구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변이 외부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사회와 문화의 질이 향상될 것이며, 이를 통하여 특색 있고 수준 높은 민족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나 중국조선족의 든든한 문화적 근거지로 될 것이다. 연변의 지성들은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세계적인 학자 다니엘 벨의 충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08년 10월 3일 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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