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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편
2020년 05월 20일 13시 52분  조회:1368  추천:0  작성자: netizin-1
내편

궁금이

“우리 편에 대해서는 안 좋은 일도 감싸줘야 되고 상대 편에 한해서는 좋은 일도 좋지 않게 보이게끔 해야 된다는 게 습관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연예프로에 출연한 경찰관 출신의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경찰관으로 있을 때는 옳고 그름이 분명해서 쉬웠는데 정치를 하게 되면서 자기의 원칙적인 생각을 감춰야 할 때도 있어서 어려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런가 하면 우정을 유지하려면 지켜져야 하는 세가지 원칙을 서술한 책을 봤다.
 
“불합리한 요구를 제기하지 말고 친구의 사생활을 보호해주며 사사건건 내 편이 되여달라고 요구하지 말라.”
 
여기서 정치보다는 우정이 많이 너그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든지 친구가 내 편이 되여주면 든든하고 고마운 일이다. 한편 스스로도 내가 잘못했다는 걸 뻔히 알지만 그렇더라도 친구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섭섭한 것도 당연한 감정이다. 위챗이 생겨나면서 아래에 “좋아요”를 쳐줘도 내 편인 것 같이 느껴진다. 그렇게 사람은 내 편에 목이 마르고 내 편에 감동을 느끼고 내 편에 취약하다.
 
편을 가르는 건 좋은 일이 아니지만 사람은 어디까지나 감정동물인 만큼 내가 친하고 싶고 베풀고 싶은 사람이 분명 따로 있다. 한편 달라는 게 없이 미운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면 딱히 나한테 잘못한 것도 없고 나와 어떤 리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그냥 싫다. 이렇게 싫으면 그 사람의 우점도 탈아서 결점으로 생각하기가 일쑤다. 미운 사람 고운 데 없다는 게 그 말이다. 그럴수록 내 편이 더 소중해진다.
 
내 편의 대표적인 표현이 맞장구를 쳐주는 거다. 이런 현상은 상사에 대한 직원들 사이 뒤담화에서 아주 시원하게 등장한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하소연할 출구를 찾고 있던 중 휴식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마침 동료가 툴툴거리며 들어온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상사가 아주 악덕 상사라며 줄줄이 억울함을 쏟아낸다. 이게 웬 떡이냐 싶은 동료는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신나게 동조한다. 그 뒤로 둘은 틈만 나면 휴식실에서 만나 원한을 해소하는 달콤한 시간을 가진다. 급결속을 다지는 내 편의 흡인력이다. 그런데 이런 불만 해소 방식은 나중에 다른 사람 앞에서도 “내 편”에 대한 뒤담화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왜냐하면 내 편이 된 시작이 뒤담화가 계기였기 때문이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나 할가. 원망은 어떤 경우에도 정상적인 정서해소방법은 아니다. 
 
이쯤에서 다른 사람이 불만과 원망이 많다고 떠드는 당신은 그럼 그렇게 도를 닦아서 불만에 한점 부끄럼 없냐고 질문한다. 잘 물어봤다. 나도 장장 10년이라는 세월을 불만에 원망을 타서 폭탄주를 마시며 세월을 보낸 적이 있다. 그랬기 때문에 이 정서의 위해성을 실감나게 잘 안다. 뒤돌아보면 해결된 것도 없고 그렇게 보낸 10년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세월이였는지 허무하다. 지금도 그 병이 완치된 건 아니지만 애써 자제하려고는 한다. 
 
내 불만의 성수기에 주변에서 내 편이 돼 준 친구들이 얼마나 피곤했을가 라는 생각도 한다. 낮술에도 불러내고 휴식일에도 불러내고 오밤중에도 불러내서는 어떤 때에는 이튿날에 기억도 없는 불만을 수없이 쏟아냈다. 이튿날에 기억이 없다는 것과 그 당시에 열변을 토로하기에 신난 건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거기에 시원하게 동조해 맞장구를 쳐주었던 내 편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불만해소방식이 만약 효과가 있었더면 지속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짧은 시간내에 쏟아내는 통쾌함에 의한 스트레스 해소로 간의 건강에는 많이 도움이 됐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내 편의 간절함은 열애중인 련인 사이에서 녀자 쪽이 제일 간절하다.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한편이 돼야 한다. 그게 억지라는 걸 뻔히 알면서 그래도 나를 설득하기에 앞서 먼저 내 편이 되여주십사 하는 게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누가 그런 줄 몰라요? 그냥 그렇다는 얘기예요. 좀 맞장구를 쳐주면 어디 덧나는지...”
 
남자가 하도 도리를 따지고 강의를 하려 들면 답답해서 나오는 녀성들의 마지막 대사다.
 
도리는 누가 모르는 게 아니고 론리성으로 따지면 녀성들이 훨씬 조리정연하다. 련애중에 다투면 남자들이 항상 지는 리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말인데 녀성들은 다툼에서 이기면 자기가 도리에서 이겼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냥 성별상 타고난 론리구조와 강세에서 이루어진 필연적인 결과였을 뿐이다. 다만 그들은 내편의 간절함을 아는 만큼 여러 장소에서 내 편이 되여주는 의리를 잘 지킨다.
 
 “의리”는 남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단어지만 남자들만의 전유물인 건 아니다. 많은 경우에는 자상함과 따뜻함에서 지켜지는 녀성들의 의리가 더 확고하다. 모성애의 바탕에서 나오는 헌신적인 배려가 의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 편은 언제나 나를 편하게 해주는 그런 편이다. (중국조선어방송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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