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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이냐, 한국식이냐
2020년 04월 07일 13시 24분  조회:1759  추천:1  작성자: netizin-1


얼마 전 한 위챗단체방에서 ‘피드백’이라는 단어를 놓고 열렬한 쟁론이 벌어졌다. 외래어사용을 반대하여 ‘건의’로 바꿔야 한다면서 화두는 던져졌다. ‘글에 대한 피드백’이라고 할 때 ‘피드백’은 글을 읽은 후의 느낌이나 개선방향, 쉽게 말해 ‘반응’을 뜻하는 어휘이므로 단순한 ‘건의’보다는 내포가 넓다. 하여 조선어에 대응되는 합당한 어휘가 없을 시에는 한국식 대로 외래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찬성립장이였다.  
 
결론이 어찌되였든지를 막론하고 언어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는 것에 필자는 위로를 느끼며 량측 모두에게 내심 박수를 보냈다.  4년전에 반포된 조선말새규범에 대해서는 모를지라도 적어도 조선어와 한국어의 차이에 대해서는 문자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알아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어와 조선어의 차이에서 외래어는 구우일모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리고 조선말사전에 오르지 않은 외래어일지라도 한국에서 표준어로 쓰이고 내용이나 어감상 꼭 필요할 경우라면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기에  ‘피드백’은 필자 또한 자주 사용하는 어휘이다. 게다가 ‘디저트’를 ‘대지트’라든가 ‘그룹’을 ‘그루빠’처럼 조선말 사전이나 규범에 맞게 쓴다는 것이 꼭 매끄럽지만은 않을 때가 많다. 외래어를 놓고 한국식으로 쓰냐 우리 식으로 쓰냐 하는 것은 그닥 가치 있는 쟁론이 아니라고 본다. 화제가 ‘랭면/냉면, 비률/비율, 드디여/드디어’와 같이 고유어나 한자어에서의 차이에 대해 언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으로 이 글을 적는다. 
 
조선어와 한국어는 의사소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1443년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에 기초한, 문화적 뿌리가 동일한 언어이다. 그러나 1950년대초 우리가 중국에서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면서 우리의 언어도 ‘중국 조선어’가 되였다. 조선과 한국이 분단된 지 70여년, 중국 조선어로 불리우기 시작한 지 60여년이 지난 지금 중국 조선어와 한국어는 많은 면에서 이질성을 갖게 되였다. 하지만 도서, 텔레비죤,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한국어를 많이 접하게 되고 일상에서부터 시작하여 한국제품을 더 선호하게 되여 한국어가 우리들의 생활에 침투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게다가 정규출판물이 아닌 각종 온라인계정에 ‘로인, 오래동안, 진렬, 도리여…’가 아닌 ‘노인, 오랫동안, 진열, 도리어…’ 등 한국식으로 쓰여진 글들이 부지기수이다. 이러한 상황은 기성세대들의 언어생활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혼란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필자의 딸애 역시 한국어사용자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말로 된 도서가 한정되여있다보니 지금까지 한국의 책들을 무더기로 사들여서 읽게 하였는데 학교에 가고 나서 얼마 안 지나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그래도 처음 한국식 표기 대로 쓴 것을 발견했을 때는 우연일 거라고,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맞게 쓸 거라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며칠전 한시험지에서 ‘내일 뭐 할까?’,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등 한국식 표기로 쓴 것을 여러개 발견했을 때 조선어로 먹고사는 사람으로서 슬프기 그지없었다. 이런 애들이 한둘이 아닐 테니 선생님들의 애로점도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몇년전 ‘중국 조선어와 한국어 표기’에 관한 론문으로 학술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때 한국의 한 대학교 교수가 “만약 자녀가 대학의 한국어과로 진학하거나 졸업하여 한국회사에 취직하게 된다면 그 때도 한국어가 아닌 조선어를 쓰게 할 것이냐?”고 질의를 해왔다. 확실히 그럴 상황에 대비하여 대도시에 진출해 사는 조선족들은 2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때 가서 딸애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일이지 지금 내가 미리 닥달할 일은 아니라면서 조선어를 고집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조선말을 가르치고 고등학교, 대학교 진학시험을 조선말로 치러야 한다는 당면의 리유를 제치고라도 우리가 한국사람이 아니고 조선족인 만큼 우리의 언어도 한국어가 아닌 조선어여야 마땅한 것이 아닐가. 중국땅에 일떠선 우리 민족의 첫 민족대학과 첫 민족출판사가 조선어라는 매개가 없었다면 70여 성상의 빛나는 려정이 있었을가! 그간 또 얼마나 많은 조선어 관련 학자들이 시대의 발전과 더불어 부단히 조선어규범을 수정하고 보충하면서 올곧은 길을 걸어왔는가. 10년에 한번씩 변하는 새 규범에 적응하기 어려워 툴툴댄 적도 있지만 우리 자체의 언어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고 늘 감사히 여겨야 할 일이다. 그리고 충실한 사용자가 되여야 할 것이다. 
 
적어도 조선어와 한국어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두음법칙(래일/내일)과 사이시읏(뒤문/뒷문), 그리고 ‘구뎅이/구덩이, 도리여/도리어, 피였습니다/피었습니다’처럼 기저형 설정에서의 차이는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그외에도 ‘나무군/나무꾼’이나 ‘페교/폐교’, ‘톱이/톱니’와 같이 라렬하자면 수두룩하니 많으나 교육이나 출판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사용자들에게까지 요구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요즘은 우리말로 된 온라인계정이 참 많다. 지면에 발표된 글을 전재하는 형식으로 된 계정은 그나마 문자가 깔끔하게 다루어졌지만 그 외 많은 온라인계정을 보면 언어사용이 적절치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식 표기를 따르려는 시도가 많은데 그것도 어휘만 한국식으로 표기할 뿐 띄여쓰기나 문장부호를 보면 한국어문법을 제대로 섭렵한 경우가 드물다. 어영부영이라고 표현해야 할가! 각자의 선호도가 다르고 언어환경이 다르기에 한국식을 많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한국어가 아닌 조선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연변교육출판사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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