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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칼럼] 언행의 품격을 갖추자(곽미란)
2019년 08월 19일 10시 24분  조회:1737  추천:10  작성자: netizin-1

5월 21일은 한국에서 법정 기념일로 제정된 “부부의날”이다. 이날, 랭면생각이 간절하여 대림역 11번 출구에 위치해 있는 화룡랭면식당으로 가면서 보니 거리 풍경이 색달랐다. 영등포경찰서의 순경 십여명이 조를 지어 거리를 순라하고 있지 않은가.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은 순경들이?…나는 대뜸 며칠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동영상을 떠올렸다. 술 취한 조선족 남성이 경찰에게 욕을 하고 뺨까지 때린 사건이였다. 두마디 안짝에 욕을 퍼부으며 손찌검까지 하는 모습은 존대말을 꼬박꼬박 쓰는 한국 경찰의 언행과 현저한 대조를 이루었다. 하긴 대림동 하면 나는 정겨운 고향 분위기나 입에 맞는 음식보다는 귀에 거슬리는 소음과 거북한 욕지거리부터 떠올리게 된다.

  왜 그럴가? 같은 동포 출신이지만 솔직히 나는 대림동중앙시장이 있는 대림역 11번, 12번 출구에 도착하면 대번에 불온한 기온을 느끼게 된다. 지하철 출입구 계단에서부터 눈과 귀에 들어오는 화면을 보자. 술에 취해 핸드폰을 들고 어느 녀인에게 동네가 떠들썩하도록 전화를 하는 아저씨의 모습, 삼삼오오 떼를 지어 노래방 앞에서 혹은 식당 앞에서 남정네들이 말끝마다 쌍소리를 섞어가며 목에 피대를 세우는 모습, 대낮에 이미 얼근히 취해서 량 겨드랑이에 녀자 한명씩 끼고 거리를 활보하는 등 불미스러운 모습들에 눈살이 찌프려진다. 솔직한 심정이지만, 나는 내 딸애를 대림역 근처에 데려가는 것도 저어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한국에 온지 10년 됐소, 20년 됐소, 하는 일부 조선족들은 한국의 상냥한 서비스문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욕설만 일취월장한 것 같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 갚는다”, “말이 씨가 된다” 등 고운말, 바른말에 대한 속담들이 참 많다. 그런데 하필이면 욕설이 마치 한국말의 정수라도 되는 듯 입만 열면 육두문자를 쏟아내고 있으니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왔다고 우리가 고향에서 쓰던 말을 다 버리고 어설픈 서울말을 흉내내자는 게 아니다. 연변에서, 료녕에서, 흑룡강에서 우리가 어릴 적 배운 말을 악센트들을 고치지 않더라도 좀 더 교양있게 대화하는 법을 배우자는 것이다. 나는 서툰 서울말보다 투박한 내고향 흑룡강 말이 훨씬 듣기 좋다. 말은 곧 그 사람이다. 언행을 통해 우리는 한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고 나아가서는 한 사람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나, 조선족이요"하고 당당하게 밝히며 사는 건 참 보기 좋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조선족들 참 례의바르고 존경스럽다"는 느낌이 들게 행동을 하면 좋지 않을가. 듣기 거북한 말 한마디, 잘못된 행동 하나로 조선족의 위상이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걸 나는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다.

  한국에서 발발했던 미투운동을 보자. 문학계, 예술계, 정계가 한동안 떠들썩했다. 피를 본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족 남성들은 술좌석이나 모임장소에서 저급한 롱담과 음담패설을 수시로 툭툭 뱉어낸다. 본인은 그것이 술상 분위기를 돋구는 위트라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것은 엄연히 언어성폭력이다.

  문인들도 례외가 아니다. 어느 한번 나는 문단에서 꽤 알려진 한 조선족시인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였다. 그자리에는 그분이 모셔온 한국 문인 몇분도 함께 했는데 그 조선족시인은 식사를 시작해서부터 끝날 때까지 "X새끼, XX년"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거기다가 오랜 세월 현장 생활에서 몸에 밴 높은 목청으로 식당이 떠나갈 듯 고아대니 일행인 나는 너무 듣기 거북하여 몇번이고 자리에서 당장 일어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 물론 그후엔 두번다시 그 시인을 만나지 않기로 했다. 3D업종에 종사하다보니 거친 말투가 몸에 뱄고 현장에서는 걸쭉한 롱담이나 거친 육두문자들이 귀맛좋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발 누울자리 앉을자리 봐가며 발을 뻗자. 어디까지나 글을 쓰는 문인답게 자신의 언행에 대해 책임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물며 한국에서 글을 쓰는 개별적인 조선족문인들이 언행을 바르게 하지 않으면 전반 조선족 문인들을 욕보이게 된다.

  화룡랭면집에서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길에서 나는 문이 활짝 열려진 어느 식당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다시 심기가 불편해졌다. 60세좌우로 돼보이는 한 조선족남성이 서빙을 하는 20대중반의 아가씨에게 “미금아, 노래방 가자”하고 막말을 내뱉는 걸 들었던 것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 흐린다”

  제발 언행에 신경쓰자. 한 사람의 언행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고 더 나아가서는 그 민족이며 나라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대림동 조선족 경찰 폭행사건 같은 경우엔 공무집행방해죄로 추방당한 후 비자신청을 아예 할 수가 없어 두번다시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술먹고 사소한 실수가 일으킨, 돌이킬 수 없는 후과이다.

  

 

 

곽미란 략력

(필명: 백한) 흑룡강성 탕원 출생, 숭실사이버대 방송문예창작학과 졸업.

에세이집 "서른아홉 다시 봄"출간. 소설 "로마로 가는 길", "이 밤은 아름다워", "먹골에는 겨울에도 비가 내린다" 발표.

재한동포문인협회 소설분과 부분과장.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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