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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지혜
2019년 08월 27일 08시 23분  조회:752  추천:1  작성자: 맹영수

[두만강칼럼]


개혁개방을 거쳐 우리들의 물질생활은 천지개벽의 변화를 가져왔다. 먹고 입는 문제가 기본적으로 해결되고 보다 높은 초요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일부 사람들 속에서 ‘과소비경쟁의식’이 싹트면서 모든 것을 돈으로 헤아리는 습성이 생겨나고 있다.

일전에 필자는 어느 한 혼례식에 참가한 적이 있다. 수많은 혼례식에 참가했지만 그 혼례식에 참가하고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가관이였다. 혼례식에 동원된 차량은 몽땅 ‘벤츠’표였는데 적게 쳐도 12대는 되였다. 그런가 하면 신랑측에서는 신부측에 8만원짜리 은행카드를 선물하고 신부측에선 신랑에게 2만원짜리 손목시계를 선물하였다… 두 집이 다 엄청 잘산다고 믿었는데 알고 보니 신부측은 별로였다. 신랑측의 ‘혜택’에 신부측에선 ‘이를 옥물었던 것’이였다… 좀만 주의를 돌리면 이런 격에 맞지 않는 과소비현상을 우리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외국나들이가 성행되면서 일부 조선족 농민들은 황금같은 땅마저 서슴없이 버리고 무작정 도시에 집을 사고 들어와서 ‘도시인’으로 되였다. 그러다가 생활난에 쪼들려 재출국을 하고 있으며 누군가가 ‘쏘나타’를 사니 자기는 미숙한 운전수준이면서도 ‘마쯔다’를 사고는 우쭐대다가 엄중한 교통사고를 내고 진짜 빈털터리로 물앉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연길시 교외의 어느 한 농민은 도시건설계획에 들어선 대가로 토지양도비 오십여만원을 받고 그 보상금을 몇년 사이에 흥청망청 다 써버리고 부득불 해외로무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함구무언했다. 그야말로 부자에겐 잔돈도 금으로 보이나 빈자에겐 거금도 잔돈으로 보인다는 말이 틀린 데가 없는가부다.

솔직히 진짜 ‘부자’로 되기엔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구만 팔천리인 것 같다. 진짜 부자들은 생활이 아주 검소하다. 그들은 신근한 로동과 절약정신으로 돈을 모으고는 알맞게, 그리고 값지게 돈을 쓰고 있다. 이를테면 빌게이츠는 갑부이지만 옷차림이 수수하고 려행 시엔 특등 좌석을 거부하지만 해마다 사회에는 수많은 재산을 기부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누구나 빌게이츠와 같은 삶을 살 것을 바라지는 않으며 솔직히 ‘그랑데 령감’같은 수전노도 찬성하지 않는다. 소비가 줄어들면 시장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그만큼 경제도 침체상태에 머문다는 도리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는 부지런히 벌기도 해야 하지만 일정한 조건하에서 향수도 해야 한다. 잘 먹고 잘 입고 즐겁게 사는 것은 삶의 목적의 하나인 만큼 무턱대고 나무랄 수 없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언제부터 일부 사람들이 없으면서도 있는 티를 내고 지어는 빚까지 지면서 통이 큰 이벤트를 벌리고 있다는 점이다. 알고 보면 축제도 결국 소비의 일종 방식이다. 아이보다 배꼽이 더 큰 소비행위는 되도록 근절되여야 하지 않을가?

“내물이 모여서 강물이 되고 강물이 모여서 바다가 된다”는 말이 있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했고 “독에 쌀이 가득하면 근심걱정이 없다”고 했다. 보다 건강하고 안정된 삶을 위해선 오밀조밀 타산하고 저금하고 투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버는 것이 지혜라면 씀씀이는 일종의 ‘예술행위’가 아닐 수 없다. 여유를 모르고 번 것 만큼 몽땅 써버리는 것은 유아의 의식상태이고 ‘하루살이 삶’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부자리 보고 발을 펴고”, “가마를 보고 쌀을 앉히라”고 했다. 경제생활에서 처지를 알고 수준 맞는 소비를 하라는 좋은 충고가 아닐가 싶다. 부자는 언제나 신선한 아이디를 찾아 헤매고 빈자는 언제나 음식과 놀이를 찾아 헤맨다는 말이 있다. 부자가 되는 것은 험산을 오르듯 힘겨운 려정이지만 빈자가 되는 것은 나무잎이 떨어지듯 순간이라고 했다.

술을 잘 마시고 춤을 잘 추고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해서 우수한 민족으로 되는 법은 없다. 진정 우수한 민족은 페물도 보물처럼 굴려서 사회를 위해 보다 충족한 가치를 창출하는 민족이다. 이제 날이 갈수록 빈자가 설자리는 협소해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우리는 빌게이츠를 비롯한 부자들의 ‘린색함’과 ‘절약정신’을 비웃지 말고 허심하게 따라배우고 그들과 같은 ‘신사, 숙녀’가 되기에 노력해야 한다.

신근한 로동이 물질을 만든다면 그 물질은 명지한 지혜가 재배한다. 쓰는 지혜를 알 때 ‘부자’가 되고 ‘명인’이 되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가 있다. 쓰는 지혜, 그것은 영원한 경제생활의 ‘철학’이다!

길림신문/맹영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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