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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공부에는 취미가 없고 어머니를 도와 가사 등 집안일에만 전념하여 부모님들을 걱정시켰던 넷째누나가 한국어능력시험을 보았는데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맞았단다. 그런 누나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하는 말이 "어째 한국 사람들이 조선족을 놀리(놀리다=장난치다)는 것 같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네티즌은 한국어능력시험을 보기 위해 1주간 기차를 타고 중국의 남단 廣州로 떠나는 모습을 담은 수기를 보내왔다. 중국 전역 19개 성시에 분포되어있는 시험장으로 가는 중국동포들의 민족대이동을 보니 조선반도를 떠나던 할아버지 아버지들의 서럽던 모습이 상기되어 울화가 치밀었다. 나라를 잃고 버림받아 '만주'로 떠나던 민족이 1세기만의 고국방문길이 다시 옛 모습을 재현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고국을 찾는데 왜 시험이 필요하나. 청나라와 '만주'국 일제식민지치하 어느 시대에도 봇짐 하나 들면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조선반도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중국동포와 구소련동포들의 대량입국을 일시 수용할 능력이 없어 쿼터제가 필요하다지만 "한국에 오니 우리말을 써서 좋다"는 중국동포들에게 '한국어능력시험'을 보게 하는 것은 고국의 수치이고 동포들에게는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한국행을 원하는 중국동포들은 돈 없고 빽이 없는 사람들만 남았다. 더는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고 이리 당하고 저리 당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중국전역으로 내몰아 '체조'시키는 것은 못 사는 해외동포들에게 취업기회를 주려는 방문취업제의 본의를 거스르는 조치이다. 중국에서는 여행사를 비롯한 '협력단체'에 뜯기고 입국해서는 '취업교육'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해야 하고 직업소개소를 찾아 받아보지도 못한 월급의 10%를 소개비명목으로 먼저 주고 거기다 노동부가 내놓은 번거롭고 버거운 고용절차로 고용주를 찾아 헤매고 숙소라고 찾아 엉덩이를 붙였을 때는 "벌어서 갚아 줄께."를 몇 번이고 외친 다음이다.
며칠 전 법무부는 한국생활과 체류문제 기초생활소양을 답안지에 반영하여 한국어시험을 개선할 것임을 밝히면서 합격선도 50점에서 70점으로 인상한다고 선포했다. 한국생활과 체류문제 기초생활소양문제는 이미 '취업교육'에서 다루어지고 있고 '취업교육'에서 얼마든지 확대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문제로써 '한국어능력시험'의 명분을 세우려는 의도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생활과 체류문제 기초생활소양을 '한국어능력시험'에 반영하려면 '취업교육'을 중국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합격점수 선을 높이는 것은 낙방자가 없다는 사회여론에 맞춰진 억지에 불과하다.
문제는 어려서부터 조선어문과정을 이수한 중국동포들에게 '한국어능력시험'을 치게 해 기초선발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이다. '한국어능력시험'은 중국동포들에게 있어서 조무래기들이 울바자를 마주하고 서서 누구의 오줌발이 굵고 길게 나가는 가를 비겨보는 놀이에도 못 미치는, 허공에 먹을거리를 던지고 입으로 받아먹기 식의 무의미한 놀이에 불과하다.
선발방법의 실패는 선발대상자의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못 사는 동포들에 대한 방문취업제의 선발대상은 못 사는 동포들로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것이 이치다. 그들을 걸러내는 데는 '조사연구'가 필요하다. 출입국관리국은 출입국관리들이 포함된 조사단을 중국현지에 파견하여 마을별 동네별로 중국동포들을 모아놓고 생활형편이 어려운 가정부터 비자를 주어 한국행을 시켜야 한다. 어렵겠지만 동포사회와의 유대강화와 동포사회의 민족정체성유지 고국의 방문취업제의 혜택을 폐부로 느끼게 할 수 있는 1석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9월, 산업인력공단에서 개최한 '동포취업박람회'에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나와 일일이 체크하고 관련인사들을 모아놓고 좌담회를 가지는 모습을 보고 심히 감동을 받았다. 출입국관리국과 노동부 산하 관련부처들도 동포도우미 동포거간꾼들의 말만 듣지 말고 서울에서 중국에서 구소련에서 동포당사자들을 만나 '조사연구'를 함으로써 최적의 동포정책과 노동규범을 만드는데 일조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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