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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템시에 대한 탐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김룡운
2021년 05월 24일 22시 07분  조회:2184  추천:0  작성자: 죽림
토템시에 대한 탐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현춘산 작가의토템문화와 토템시 두고

                                                            김룡운

                                                          

수원이 없는 강이 없고 뿌리가 없는 나무가 있을 수 없듯이 어떤 문화현상이나 근원을 가지고 있다. 남영전시인의 토템시도 례외일 수 없다. 남영전토템시에 대한 리해는 우리 겨레의 토템문화를 떠나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토템문화는 민족문화의 시원이라는 점을 밝혀준 거사가 료녕신문사와 현춘산 작가에 의해 완성되였다.
《토템문화와 토템시》는 현춘산 작가가 남영전 시인의 토템시집 《원융(圆融)》에 수록된 42수 토템시의 상징이미지를 해설한 글로서 료녕신문사에서 매주 1편씩 무려 11개월을 두고 펴낸 시리즈이다. 42수 토템시의 상징이미지해설을 거의 1년 동안 펴낸 일은 우리 조선족문단은 물론 중국문단에도 전무후무한 일로서 심히 경하할 만한 일이다. 이 거창한 작업을 료녕신문사와 현춘산 작가가 해냈다는 것이 사뭇 경이로운 일이며 자랑스러운 일이다. 
필자는 《토템문화와 토템시》를 읽으면서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다. <중국에서의 남영전의 문화현상>이란 표제로 남영전론도 썼고 남영전의 토템시에 대해서도 몇번 손을 댄 적이 있는데 그런 글들은 현춘산선생이 쓴 《토템문화와 토템시》와 천양지차라 토템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적음에 스스로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민족에게 여러개의 토템이 있을 수 있다는 다토템설(多图腾설)과 여러개의 민족이 하나의 토템을 공유할 수 있다는 토템공유설(图腾共有说), 민족은 혈통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에 의해 구분된다는 민족문화론을 어렴풋이 알았을 뿐 깊이있게 리해하지 못하였다. 토템지식이 옅으니 남영전의 토템시를 평할 때 시쪽으로만 치중하고 토템 쪽은 적게 말하거나 아예 언급하지 못하였다. 나뿐 아니라 우리 문단의 많은 사람들이 토템을 잘 알지 못하였다. 하기에 한때 중국주류문단에서 남영전붐이 일어날 때 우리 조선족문단은 상대적으로 잠잠하였다. 우리 민족의 토템을 쓴 시가 우리의 몰리해를 자아내고 랭대와 외면을 당한 웃음거리가 빚어진 것이다.
비록 우리 조선족문단에도 주류문단의 영향하에서 남영전의 토템시를 평의한 분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현춘산선생처럼 치밀하고 정확하고 론리 정연하게 해설한 사람은 아직 없다. 그 원인은 우리 모두가 원시문화인 토템을 너무나 몰랐기 때문이다. 중국주류문단에서 남영전토템시가 한창 찬양을 받을 때 오히려 우리 문단에서는 의문과 오해가 많았다. 의문과 오해의 핵심은 어떻게 우리 민족에게 42개의 토템이 있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였다. 남영전토템시를 가장 잘 포착한 고 한춘선생마저 <고래>와 <사자>가 어떻게 우리 민족의 토템으로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현춘산 작가 본인의 말에 의하면 그 역시 3년 전만 해도 토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남영전의 토템시가 중국주류문단에서 일으킨 강렬한 반향에 호기심을 품고 토템문화와 토템시를 공부하게 되였다고 한다. 그 와중에 남영전선생을 직접 만나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42수의 토템시를 해석하는 중에 수시로 지도를 받았다고 한다. 거기다 중국 당대의 토템학자 하성량(何星亮)의 <토템과 중국문화>(图腾与中国文化)를 깊이 연구하면서 토템과 토템시에 대해 연박한 지식을 갖게 되였다. 현춘산작가는 중국 각 민족의 토템연구를 이어 결연히 계획 밖인 서울행을 택했다.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신화문헌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현춘산작가는 천신만고 끝에 절판이 되여 중고서점에서 먼지를 들쓰고 있는 우리 겨레의 신화문헌들과 성씨보감 등 자료들을 무겁게 지니고 귀국했다. 심장질환으로 고생하면서 고희의 나이가 된 그에게 있어서 쉽지 않은 일이였다. 그 때부터 그의 간소한 서재는 자료가 더미를 이루었고 불면의 밤낮이 이어졌다. 토템문화의 초입자요 시인이 아닌 소설가인 그에게 있어서 준엄한 시련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해내였다! 료녕신문에 투고하기까지 무려 여섯차례나 한글자 한글자 수개하면서 토템시의 상징이미지에 혼신을 몰부었다. 그는 필경 피타는 모색으로 몸부림치며 력사와 현실의 고험에 일신을 맡긴 문인으로서 우리 겨레의 원시문화를 발굴하고 수호하는 민족적 사명감을 수행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현춘산 선생은 우리 민족의 토템문헌을 깊이있게 연구하였다. 그는 토템문헌의 27건의 신화는 토템신화의 요소를 갖추었고 토템신화의 고향이라고 한 남영전 시인의 주장을 실천으로 증명해내였다. 작자는 또 우리 민족에게 많은 종류의 토템이 있는 것은 성씨가 248개나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성씨는 토템으로 탄생한 선조들의 표지(标志)였던 만큼 하나의 씨족이 여러개의 토템을 가졌을 수 있다. 결국 민족의 토템이란 고대 우리 민족 내부 각 씨족의 토템이다. 그러니깐 토템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한편 작자는 또 <민족의 토템>과 <민족토템>의 차이점도 명확히 지적한다. 그는 <민족의 토템>은 민족 내부의 각 씨족의 토템을 가리키는 말이고 <민족토템>은 전 민족이 공동으로 승인하는 토템을 말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에게도 민족토템이 있다면 해와 달일 것이라고 피력한다.
현춘산 선생은 남영전토템정의의 3요소에 비추어 혁거세신화에 대한 해설을 례로 들고 있다.
혁거세신화에 의하면 혁거세는 하늘이 내린 알에서 나왔다. 그 시대 선인들은 해를 날개 달린 태양새로 보았다. 자주색알은 바로 하늘이 내린 태양새의 알이다. 때문에 혁거세는 태양의 아들, 태양은 그의 친족토템이다. 무릎 끓고 절하는 백마는 하늘에서 알을 실어왔고 사람들에게 성인의 탄생을 고한 혁거세탄생의 수호신토템이다. 그리고 땅에 닿는 번개기운은 역시 혁거세의 탄생을 알리는 수호신토템이다. 알에서 나온 동자를 동천에서 목욕시키니 몸에서 광채가 일어났다. 빛이 인간세상에 왔다고 하여 혁거세라 하였고 박처럼 생긴 알에서 태여났다고 하여 박씨성을 붙혔다. 박혁거세의 성과 이름은 모두 토템표지이다.
현춘산 작가의 해설을 읽고 보면 42수의 토템시가 우리 민족의 토템신화를 의거로 한 것임이 명백해진다. 우리 겨레의 토템신화를 깊이 연구하지 않으면 절대로 남영전 시인의 토템시와 현춘산 작가의 토템시해설이 산생하지 못할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토템신화에 대해 홀시해온 필자에게 훌륭한 귀감으로 된다.
편폭상 제한으로 42수의 토템시를 두루 다 언급할 수는 없으나 여러 사람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사자>와 <고래>만 간추려 살피면서 그것들이 어떻게 우리 민족의 토템으로 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고대 중국이나 우리의 고국에는 사자가 없었다. 사자숭배는 박래품이다. 사자가 없는 고국에 사자사(狮子寺)가 세워진 원인을 사자를 토템으로 하는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를 안해로 삼은 김수로왕의 소지로 보는 것이 지당하다는 현춘산 작가의 견해다. 흥미있는 일은 김수로와 허황옥 사이에 아들이 열이나 생긴 것이다. 맏이 김거등만 부친을 이어 김씨성으로 하고 둘째와 셋째는 모친의 허씨성을 따르고 나머지 일곱은 불문에 귀의하였는데, 모친의 성을 따른 아들 둘에 의해 고국에서 사자를 토템으로 하는 허씨족이 산생한 것 역시 사자가 우리 민족의 토템으로 자리매김된 원인의 하나였으리라 여겨진다.
토템시 <사자>에서 사자는 광명과 정의를 대표하는 태양의 상징으로 구가되고 있다.
<고래>를 알아보자. 울산에 가면 고래를 새긴 암벽화가 있다. 암벽화가 있는 곳이면 바로 토템제의가 진행되던 곳이다. 울산에 있는 암벽화에는 고래와 범이 있다. 이는 고래가 우리 선조들의 중요한 토템임을 알려주고 있다. 고래는 거대한 물고기로서 문자이름은 경어(鲸鱼), 고래는 어류중의 왕이다. 주몽신화에 물고기가 우리의 선조를 구해준 고사가 나온다. 금와왕의 일곱아들에게 쫓겨 엄수가에 이른 주몽이 위기에 처했을 때 물고기와 자라들이 총동원하여 다리를 놓아 주몽을 구해준다. 하백은 바로 수신(水神)이다. 수중동물들의 거동은 후손을 보호하려는 수신의 뜻이다. 이 신화에서 어류의 왕 경어신(鲸鱼神)은 고주몽이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 수호신 토템으로 작용한다. 토템시 <고래>에서 고래는 광명의 도래를 위해 고민하는 선각자의 상징이요 력사적 사명을 떠멘 민족의 령혼을 상징하고 있다.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되였다. 작자 현춘산선생은 해박한 력사지식과 풍부한 토템문화지식을 결부시켜 42수의 토템시를 훌륭하게 해설하였다. 매편마다 치밀하면서도 경쾌하고 론리가 정연하면서도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구수한 감을 주며 신빙성이 크다. 작자의 가장 큰 공로는 남영전 시인의 42수의 토템시가 모두 우리 민족의 토템을 의거로 썼다는 것을 명징하게 증명해준 데 있다. 장편시리즈 <토템문화와 토템시>는 금후 우리 조선족문학사에 찬란한 한페이지를 남길 것이다.
민족문화의 발굴과 창달을 위해 엄청난 거사를 마친 료녕신문사와 작자 현춘산선생께 경의를 드린다. 그리고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이 거창한 작업을 조력해주신 토템시인 남영전선생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2021 4 23 연길에서
 
/辽宁朝文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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