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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시단과 시인들...1
2021년 02월 19일 22시 40분  조회:2638  추천:0  작성자: 죽림
조선족 시단의 형성과 정초자들/(김학송편1)
(ZOGLO) 2021년2월19일 

 

 

 

시인 김학송

 

김학송 프로필:

1952년 길림성 도문시 곡수촌에서 출생

장춘야금지질학교, 연변대학 조선어문학부 졸업

시집 《고향에는 고향이 없다》를 비롯하여 문학저서 30여부 출판

일부 시는 영어로 번역되여 《세계시인선집》에 수록

수필〈태산에 오르며〉가 중학교 교과서에 등재

1993년 서울 아시아시인대회 중국측 대표로 참석

2008년 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 준마상을 수상

2020년 단군문학상 수상 

 

조선족들의 초기 시를 보면 대개 조선 시인 조기천, 김소월의 영향, 로씨야의 뿌쉬낀의 영향, 쉬빠쵸프의 영향, 마야꼽쓰기의 영향 등 이런 분들의 시풍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여 해방초기의 시들을 보면 전통적인 사실주의에 바탕을 둔 조기천, 뿌쉬낀 식의 랑만주의 시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사회정치환경의 영향으로 송가풍의 시들도 적지 않았는데 대체로 이런 시풍이 문화대혁명시기까지 지속됩니다. 그리고 개혁개방이 시작되고 바깥세상의 문이 열리면서 한국의 시도 들어오고 서구의 시도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우리 연변도 봉페된 환경이 무너지면서 시인들이 새롭게 공부하며 관념갱신을 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기존의 시에 대해 의문을 품고 새로운 어떤 시적 개혁을 위해 몸부림칩니다.

두만강 여울소리 시가창작연구회 참가자 일동.

옛날 50년대, 60년대에는 사물을 직설적으로 썼습니다. 그러나 개혁개방 후부터는 서구의 새로운 풍격 특히 모더니즘, 초현실주의 이런 상징주의 시들의 영향을 받아가지고 사물을 은유적으로, 비유적으로, 굴곡적으로 묘사하는 기교들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언어도 50년대, 60년대에는 비교적 단순하고 따분하던 데로부터 사상해방이 되여 자기 내심의 정서를 마음껏 표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갑니다. 그러나 우리 시들이 개혁개방 후부터 새로운 몸부림을 통해 변모하고 혁신한 건 사실이지만 또 다른 그림자도 드리웁니다. 난삽해지고 난해해지고 점점 기교적이 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독자와 멀어집니다. 즉 독자를 리탈하기 시작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50년대, 60년대의 초기 시들은 생활에 밀착하여 인민대중의 생활정서를 담고 그 시대의 정감을 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 속에서 신임도, 호응도가 높았습니다.

례를 들면 김철시인의〈지경돌〉,〈꽃방석〉그리고 송정환시인의〈풀피리〉, 강호혁 시인의 〈나의 노래〉등이 자못 인상적입니다. 특히 황옥금 녀류시인의 〈고향의 봄〉은 아주 잘 썼어요. 50년대 조선족의 삶의 정서, 사는 모습을 아주 그림처럼 생동하게 그렸습니다만 그는 시단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여튼 그녀의 일부 시는 지금 봐도 가슴이 뛰고 그 시대를 보는것 같아요. 그 시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생명력을 갖고 있습니다. 공감대를 극대화시켰습니다.

그러니까 대체로 옛날시가 좋았느냐 아니면 오늘의 시가 좋으냐 하고 묻는다면 저는 한마디로 뭐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옛날 시도 장점이 있고 오늘 시도 장점이 있습니다. 옛날 시의 단점은 사색이 비교적 얕고 표현수법이 단순한 것입니다. 이것이 약점이겠지요? 그러나 공감대가 컸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고 정말로 피로, 가슴으로 시를 썼습니다. 그 시대의 독자들과 밀착하여 그 시대와 숨결을 같이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시인의 심장과 시대의 심장이 함께 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명한 조선족시인 리욱선생의 시선집.

때문에 대중들이 시를 믿고 시를 숭배하고 시를 대단하게 생각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시인들의 시에는 그 시대의 모습이 담기고 그 시대의 정서가 담기고 시인의 마음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산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시대의 시를 한마디로 뭐라고 낮게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봅니다. 오히려 심장으로 쓰고 절실하게 쓰고 사람의 가슴에 흘러들게 쓴데는 개혁개방후기의 시보다 품격이 한수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개혁개방이후의 시들은 서구의 영향을 받아서 기교적인 면에서, 언어구사나 표현기법에서 새로운 방법을 인용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호성, 난해성을 잘 소화하면 좋은데 소화를 못한 채 쓰다 보니 난삽해집니다. 시가 난삽해지니 자연스럽게 대중들이 싫어합니다. 연변 뿐만이 아니고 중국내지의 시들도 전체적으로 90년대 초반부터 대중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총적으로 보면 개혁개방전에는 시인들의 수자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심장으로 쓴 시, 대중들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 시들이 꽤나 많습니다. 개혁개방 후에는 시인수자가 많아지고 시도 많아지고 여러가지 상도 많아집니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대중들의 마음에 충격을 주고 령혼을 진감하는 시들이 적습니다. 이건 우리 차세대 시인들이 (금후) 풀어야 할 하나의 과제이겠지요?

우리 조선족 시인들은 근 100년래, 특히 공화국 창립 후 시인의 사명에 충성하면서 그 시대가 수요하는 정신적 식량, 서정적 식량을 많이 창출해 가지고 력사 속에서 우리 시인들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문학을 가꾸고 꽃피우는 데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한마디로 시는 그 시대의 노래이고 대중들과 언제나 같이 걷게 되여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오랜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 새로운 수법을 적당히 수용해가지고 정말로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악미도 있고 난삽하지 않는 연변만의 독특한 시풍을 꽃피우는 데 우리 시가 나아갈 길이 있지 않겠는가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우리 시단의 정초자들

해방 후 우리 조선족 시단의 정초자의 한 분으로 리욱선생을 꼽을 수 있습니다. 리욱선생님은 로씨야에서 태여났습니다.

조선족 시단의 정초자의 한 분인 리욱선생.

그는 1924년도에〈생명의 례물〉이라는 시를 들고 문단에 데뷔합니다. 전체적으로 이분의 시는 대단합니다. 우리 시단의 정초자이고 선구자입니다. 이 분의 시중 광복전의 시가 오히려 예술수준이 더 높은 편입니다. 해방 후에도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셨습니다. 연변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고 한 때는 신문사에서 기자로 계시기도 한 분입니다. 학문이 박식하여 문화대혁명전에 벌써 중문으로 시집을 냈습니다. 해방전의 시에서 대표적인 시는〈북두성〉이라는 시가 있고 〈금붕어〉라는 시가 있습니다. 어째서 리욱선생님의 전체 시중에서 광복전의 시가 예술성이 더 높다고 보는가? 그 때의 시들은 이미지화를 잘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대상물을 빌어가지고 시인의 내면적 감수를 토로하다 보니 예술화가 잘되여 있습니다.

여기에〈금붕어〉라는 시가 있는데 이 시는 초기의 시입니다. 

백공작이 날개 펴는

바다가 그립고 그리워

항시 칠색무지개 그리며

련꽃 항아리에서

까무러친 상념에

툭툭 꼬리를 친다

안타까운 운명에

애가 타고 타서

까만 안공에 불을 켜고

자주 황금갑옷을 떨치나니

붉은 산호림속에서

맘대로 진주를 굴리고 싶어

줄곧 창 너머로

푸른 남청에

희망의 기폭을 날린다

〈금붕어〉라는 대상물을 빌어 시적화자의 내면감수를 토로한 시입니다. 금붕어는 항아리속에서 사니까 자유가 없습니다. 1936년도에 이 시를 썼습니다. 일제치하의 암담한 사회현실 속에서 시인을 포함한 인민들의 상황을 어항속에 갇힌 금붕어에 은유한 것입니다. 상징적으로 어떤 정서를 표달하였는가 하면 그 사회의 정말로 갑갑하고 암담한 현실을 고발했고 나아가서는 돌아 올 광명에 대해서 찬미합니다.

… 줄곧 창 너머로/ 푸른 남천에/ 희망의 기폭을 날린다

금붕어가 꼬리를 탁 치며 유리항아리를 뚫고 광명을 찾자는, 금붕어를 빌어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정서, 참담한 마음을 토로한 것입니다. 예술화가 잘되였지요. 그러고 보면 아주 세련미도 있고 함축되고 여운도 있습니다. 예술적 향기도 물씬 풍깁니다.

이 시는 1936년도에 쓴 시인데 지금 시점으로 봐도 시가 아주 흠뻑 익었습니다. 익은 참외가 어떻습니까. 향기가 풍기지요. 달콤하지요. 예술적으로 흠뻑 익고 향기가 풍기는 시를 벌써 초년에 썼습니다. 리욱시인의 천재성, 시인으로서의 어떤 능력을 여기서 읽어냅니다. 리욱시인은 해방 후에도 활발하게 시창작활동을 합니다. 그러나 시의 패턴이 많이 바뀝니다. 사회정치환경의 영향으로 선동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바뀝니다. 이분의 시는 대개 굵은 톤으로, 남성적인 기백을 토로하는데 아주 웅숭깊습니다. 선이 굵습니다. 주요한 시들로는 〈어머니와 아기〉, 〈할아버지의 마음〉등 이런 시들이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마음〉이라는 시는 이분의 고향에 세워진 시비에 새겨져 있습니다.

 

화룡시 로과에 세워진 리욱시비.

〈할아버지의 마음〉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칠순할아버지

나무를 심으며

어린 손자를 보고

싱그레 웃는

그 마음 그 마음…

몇 줄이 안 됩니다. 그러나 이 시를 보면 아주 담담하고 간결하게 할아버지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마음이자 시인의 마음이겠지요. 정말로 미래를, 그리고 리타적인 삶을 사는 그 시대의 인간상을 그려냈습니다. 그때 분들은 리기적이기보다는 우선 리타적입니다. 할아버지도 자기를 위해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어린 손자를 위해 땀을 흘리며 힘들게 나무를 심습니다. 그냥 어린 손자를 바라보며 싱그레 웃는 그 마음 그 마음 하니까 말 속에 말이 있지요. 그게 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단에서 화룡 로과에 시비를 세울 때 이 시를 올린 것입니다. 이 시는 예술화도 잘 되였지만 그 시대의 시대상이 담겨 있습니다. 좋은 시란 무엇입니까. 언어기교가 높아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한 시대의 체취나 흔적이 담기면 더 좋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문학은 시대의 혼불이고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그 시대에 왜 시가 필요한가 하는 리유를 그분들은 알았습니다.

요즘 (부분적) 시인들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 시대에 왜 시가 필요한가를, 이것은 심사숙고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리욱선생님은 이렇게〈금붕어〉,〈할아버지의 마음〉과 같은 명작을 남기셨습니다. 정말로 웅훈하고 격정적인 시풍으로 시를 다루었습니다. 또 어쩌면 이는 그분만의 시풍입니다. 아주 기백이 높습니다. 이런 시풍으로 우리 조선족 시단의 초년기를 장식했고 우리 시단에 큰 족적을 남긴 우리 조선족 시문학의 정초자이시며 선구자입니다.

다음으로 조선족 시문학의 정초자의 한분이신 설인(원명 리성휘)선생님을 소개하겠습니다. 설인선생은 연길에서 출생하였고 잡지사 편집, 연변대학 교사로 오래 지내셨습니다.

 

조선족 시문학의 정초자의 한분인 설인선생.

시집으로 《봄은 어디에》, 《설인소시집》, 《설인시선집》등 여러권 남겼습니다. 이분은 광복전에도〈설야〉,〈소식〉,〈5월에〉등 시들을 창작했고 해방 후에도 줄곧 활발한 시활동을 하였습니다. 설인선생의 시는 아주 섬세하고 개성미가 강합니다. 누구보다 다른 부드럽고 결이 고운 향토적인 언어, 그러면서도 그 시대 상황을 핍진하고 재미있게 그려내는 분입니다. 그분의 시가운데서 〈콩〉,〈아침〉이런 시들은 참 생활맛이 나고 삼빡합니다.

여기서 〈아침〉이라는 시의 뒤부분만 보기로 합시다.

시원 상쾌 생생

록음방송 싱그럽다

힘이 분수처럼 솟구치는

찬란한 아침은

여울목 뛰여넘는

반짝 금붕어

아침을 여울목 뛰여 넘는 반짝 금붕어로 형상화하였습니다. 시인은 아침을 빌어 평화롭고 아름다운 환경에서 희망이 솟구치는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것입니다. 얼마나 생동합니까?! 자기만의 언어입니다. 정말로 묘하게 쓰고 있습니다.

설인시집.

〈콩〉이라는 시에서도 이런 특징이 계속 드러납니다.

입은 종내 안 연다노

그래도 봉긋봉긋 배만 부르다고

노랗게 달이든 잎

아름답기만 하다고…

게다가 때가 되면

아이, 튀여나오기 전에 어서 걷어줘요!

잘랑잘랑 꼬마 종까지 울리는

거룩한 습성 지니였다노!

여기서 콩을 의인화하여 말도 하고 꼬마종까지 잘랑잘랑 울립니다. 실지는 콩에 기대여 소박하고 아름다운 인간의 내심을 그려낸 것입니다.

설인선생은 이렇게 시어의 사용에서 치밀하면서도 자기만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그리하여 조선족 서정시의 기틀을 잡고 개척하는데 선구자의 역할을 하였고 우리 조선족 시단에서 자기만의 뚜렷한 족적을 남긴 분입니다.

길림신문 글 구성/ 김청수 기자

사진 영상/ 김성걸 김파 정현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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