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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글:조은비, 글:윤종훈, 글:박지영, 편집:김혜리]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 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 기획을 연재한다. - 기자 말
▲ ▲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언덕배기에 있는 팽나무. 거센 바람을 111년 동안 맞은 탓에 나무 모양이 한쪽으로 휘어졌다. 독특한 나무 생김새(수형)를 인정받아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됐다. 멀리 수평선을 따라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
ⓒ 블로거 도토르 |
바람이 많아 살기 힘들었던 제주 마을이 바람 덕에 돈을 벌고 있다. 동복리의 풍력발전기 중 15기는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가 운영하는 육상풍력단지 소속이고 나머지 1기는 마을 주민 807명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풍력단지가 들어서는 지역에 주민들이 자체 운영하는 발전기를 세워 수익을 낼 수 있게 한다'는 정책에 따른 것이다.
동복리 주민들은 마을에 광역 쓰레기매립장을 유치하는 대가로 제주시가 지원한 예산 중 48억 원을 투자해 2015년 8월부터 발전기를 가동했다. 동복리 사무소 사무장에 따르면 2메가와트(MW) 용량의 이 발전기에서 연간 약 4억 원의 순수익이 나온다. 한국전력공사에 전기를 판매하는 대금과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적용대상인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에게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팔아서 얻는 수입이다.
제주에서도 특히 바람 자원이 풍성한 구좌읍에는 동복리 외에도 '신재생에너지특성화마을'이 세 곳 더 있다. 2013년 3월 국내 최초로 마을 풍력발전기를 가동한 행원리는 연 8천만 원, 2015년 1월부터 시작한 월정리는 연 1억 원 내외의 수입을 올린다.
지난해 10월 지정된 북촌리는 현재 경관심의를 받고 있다. 마을 단위 풍력발전으로 주민소득을 창출하는 정책은 제주도가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제주도청 문용혁 주무관은 "주민공동체가 안정적인 소득원을 확보하게 돼 건실한 지역사회가 조성되고 풍력 자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복리 주민 김진현(38)씨는 "제주도는 예전부터 돌, 바람, 여자가 많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바람이 많이 분다"며 "풍력 발전은 환경오염이 적고 자연 그대로의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좋다"고 자랑했다. 북촌리에서 라면 가게를 운영하는 강창구(73)씨는 "제주도는 바람이 풍부하기 때문에 '풍력이 태양광보다 좋다'고 생각한다"며 "민가 근처에만 짓지 않는다면 소음피해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장부지 빌려주고 연 10억원 버는 가시리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는 제주에너지공사가 운영하는 국산화 풍력발전단지와 에스케이디앤디(SK D&D)가 운영하는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2012년부터 설치된 총 23대의 발전기는 마을 주거지에서 약 4킬로미터(km) 떨어져 있어 소음 피해가 없다. 가시리 협업목장조합은 목장 부지 일부를 발전사업자에게 빌려주고 연 9~10억 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풍력발전단지. 축구장 900개 크기인 약 200만 평(약 66만㎡) 땅에 풍력발전기 23대와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연간 약 9만 6000킬로와트시(kWh), 2만6000천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
ⓒ 박지영 |
이처럼 동복리, 가시리 등 지역주민들이 풍력발전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바람을 공공자원으로 인식하는 '공풍화' 개념이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제주의 개발과 보존 원칙을 담은 이 법을 통해 풍력사업 도입 단계부터 사업 주체가 개발 이익을 주민과 공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런 법제화 배경에는 환경운동이 있었다. 제주 환경운동연합 등이 이끈 '풍력자원 공유화 운동'은 '제주의 바람은 주민 모두의 것이니 풍력발전으로 얻는 수익도 주민과 나눠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풍력자원 공유화 운동과 에너지 정책 자율권
그 결과 김태환 도지사 시절인 2006년 제정된 제주특별법이 2011년 개정되면서 '풍력자원을 제주도의 공공 자원으로 관리한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제주가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로 전환하면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자율권을 갖게 된 것도 제도 정비에 도움이 됐다.
▲ 제주시 한경면 바닷가 마을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바닷가에서 종일 부는 바람은 제주 풍력발전의 주된 경쟁력이다. |
ⓒ 박지영 |
제주도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 데는 중대한 계기가 있다. 2006년 4월 1일, 제주도 전체가 무려 2시간 30분 동안 블랙아웃돼 큰 혼란을 빚은 바 있기 때문. 당시 선박의 닻이 전남 진도와 해남에서 제주로 전력을 보내는 해저 초고압직류송전망(HVDC)을 건드리면서 전기가 끊긴 것이다. 자체 전기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제주도는 대규모 정전을 막을 수 없었고 감귤 하우스 농사 등에 큰 손실을 입혔다.
▲ 2017년 제주도 발전원별 전력생산 현황. |
ⓒ 박지영 |
제주도는 에너지자립도를 높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2012년 우근민 제주도지사 시절 '탄소 없는 섬 제주 2030' 계획을 공표했다. 2030년까지 풍력·태양광·연료전지·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 도내의 전기수요를 100%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 제주시 한경면 신창풍차해안도로에서 본 풍력발전기들. 한국남부발전의 풍력발전기 8대와 제주에너지공사의 풍력발전기 2대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
ⓒ 조은비 |
김동주 박사는 "태풍으로 유류와 가스 공급이 끊기면 택시가 멈춰야 할 만큼 제주는 고립된 에너지 섬"이라며 "같은 의미에서 우리나라 전체도 위로 (북한에) 막혀 있고 아래로 바다에 막힌 에너지 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람이 전국에서 가장 좋은 제주가 풍력발전에 집중한 것처럼 우리나라 전체도 가까이에서 자체적인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의 풍력발전과 관련해 김 박사는 "궁극적인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서는 시민참여형으로 소규모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해야 한다"며 "동복리의 마을 풍력발전소는 제도적으로 기존 풍력단지 인근 마을에만 허가를 내준 사례이기 때문에 에너지자립모델의 보편적이고 완전한 모델로 확대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제주도는 일반 마을들도 풍력발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제주도민 전체가 참여하는 주민 참여형 풍력발전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주 박사는 그 과정에서 자금 조달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풍력발전 사업자들도 대규모 단지를 지을 때 금융권으로부터 PF를 받는 것처럼 마을 풍력발전소도 금융권에서 발전기 운영수익을 담보로 장기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막대한 재원을 한 번에 조달하기 어려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경제적 유인'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만 시민 주도형 재생에너지 발전이 자유롭게 확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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