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겨울
2018년 11월 15일 01시 03분  조회:3364  추천:0  작성자: 죽림
시래기와 말똥으로 그려낸 "쨍한" 겨울

-윤동주 "겨울"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래미
달랑달랑
얼어요.
(1936년. 겨울)

윤동주(1917∼1945)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사후 단 한 권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를 냄으로써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다. 특히 "서시"는 청순하고도 고결한 그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애송시가 되었다. 그럼에도 윤동주가 한 때 동시를 쓴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이는 드문 것 같다. 
윤동주가 동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고향 용정에 있는 은진 중학에 재학할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윤동주는 당시 간도 연길에서 발행되던 <카톨릭 소년>에서 "오줌싸개 지도"를 비롯한 수 편의 동시를 발표한다. 이후 연희 전문 재학 중에 <소년>지에 동시 "산울림"를 싣기도 했다. 은진중학 시절의 급우였던 문익환의 회상에 따르면 윤동주는 1,2학년 때 윤석중의 동요 동시에 심취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소년이었을 윤동주에게, <어린이>지 소년문사에서 출발해 30년대 개성 있는 시인으로 거듭난 윤석중은 훌륭한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동시 "겨울"에서 우선 돋보이는 것은 추운 겨울 풍경을 너무나도 실감나고 선명하게 제시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실인즉슨 그 추운 풍경은 단 두 개의 사물 "시래기"와 "말똥"에 의지해 있을 뿐이다. 하찮고 천하기만 한 처마 밑 시래기와 길바닥에 떨어진 말똥 말이다. 이 작고 하찮기만 한 사물들은 그러나 시인의 눈에 포착되는 순간 영하 십 몇 도의 겨울 이미지를 대표하는 "선수"로 떠오른다. 처마 밑에 매달려 바삭바삭 추운 시래기 말고, 길바닥에 떨어져 달랑달랑 어는 말똥 말고 그 무엇이 추운 겨울을 더 "춥고 꼬숩게" 그려낼 수 있단 말인가. 얼핏 보면 단순한 시이지만 이 시는 댓구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시다. 처마 밑과 길바닥, 시래기와 말똥, 다래미와 동그래미, 바삭바삭과 달랑달랑, 추워요와 얼어요의 자연스러운 조화는 이 시가 예사로 쓰여진 시가 아니라 상당한 공력을 들인 시라는 것을 증명한다. 
20년대 우리 동요에 나타나는 가을의 정조는 대개 쓸쓸함이었다. 가을이 쓸쓸한 것은 뒤에 올 겨울이 죽음과 이별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겨울이 "쨍"한 울림으로 오히려 생생하게 살아있다. 바삭바삭 추운 시래기와 달랑달랑 어는 말똥에서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이를 대하는 것 같은 생동감이 뿜어져 나온다.
주지하다시피 우리가 윤동주의 대표작으로 거론하는 시들은 대개 그의 생애 막바지에 쓴 것들이다. 상대적으로 청소년기에 쓰여진 그의 동시들을 유년기로의 퇴행이나 습작기의 부산물쯤으로 깎아 내리고자 하는 의식이 아주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동시 "겨울"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안에 숨겨진 천진난만함이야말로 이후 그의 시에서 발견되는 청순하고도 참담한 고뇌를 부여안는 따스하고 넉넉한 자산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730 윤동주묘 발견 당시 "묘비는 제대로 서있었다"... 2017-09-15 0 2273
729 시의 재료는 바로 시인 자신이다... 2017-09-15 0 2164
728 미국 시적 스타일 실험영화 감독, 시인 - 제임스 브로톤 2017-09-15 0 3343
727 미국 실험영화 감독, 시인 - 크리스토퍼 맥클레인 2017-09-15 0 2939
726 미국 비트시인 - 코소 2017-09-15 0 3241
725 미국 시인 비트운동의 지도자 - 케루악 2017-09-15 0 3139
724 [시문학소사전] - "비트"문학이란?... 2017-09-15 0 3537
723 만약 당신과 함께 지구별 한 골목에서 세탁소를 연다면... 2017-09-14 0 3352
722 "새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2017-09-14 0 2334
721 시인은 시에서 때론 목소리를 낮출줄도 알아야 한다... 2017-09-14 0 2002
720 이상시인 문학의 매력은 "모호함"... 2017-09-14 0 2224
719 "윤동주 전문가" - 마광수님 2017-09-14 0 2167
718 마광수님은 "값비싼 대가"로 통시적 진실를 치렀다... 2017-09-14 0 2106
717 시쓰기는 남자가 녀자를, 녀자가 남자를 꼬시는것과 같다... 2017-09-13 0 2384
716 시를 쓰는것은 집을 짓는것과 같다... 2017-09-13 0 2084
715 "윤동주는 기적, 우리 문학 축복"="윤동주처럼 멋진 시인이 꿈" 2017-09-12 0 2261
714 윤동주 "별 헤는 밤"에서의 "패, 경, 옥"은 "페이, 징, 위"로... 2017-09-12 0 2500
713 "600년보다 더 길고 긴 60년"... 2017-09-11 0 1969
712 "평생을 같은 수컷의 씨를 품는 암늑대란 없다"... 2017-09-09 0 2118
711 마광수님과 "대추 한알" 2017-09-09 0 2727
710 마광수님의 자유로운 령혼과 죽음앞에서... 2017-09-09 0 2308
709 "시대의 狂人" - 마광수님은 시인이였다... 2017-09-09 0 2309
70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글은 쉽게 써내는것 명문장이야... 2017-09-09 0 2268
707 {쟁명} - 동시도 "하이퍼동시"로 쓸수 없다?... 있다!... 2017-09-08 0 1969
706 "세상에서 가장 긴 강은 '엄마의 젖강'인것을"... 2017-09-08 0 2018
705 "시인"을 마음대로 사고 파는것은 절대 용납할수 없다... 2017-09-08 0 2065
704 진정한 프로시인은 내용과 형식을 절제, 일치하게 쓰는 시인... 2017-09-07 0 2318
703 시는 운률도 적절히 살리고 여백의 미도 적당히 활용할줄도... 2017-09-07 0 2347
702 "문단의 이단아" 마광수님은 항상 "자유인"이 되고싶어 했다... 2017-09-07 0 2267
701 "별것도 아닌 인생"길에서 미술도 열심히 좋아했던 마광수님 2017-09-07 0 2332
700 마광수,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2017-09-07 0 3851
699 마광수-국문학 력사상 처음으로 윤동주시인의 모든 시를 분석 2017-09-07 0 3911
698 구수한 "배추국"과 마광수님의 "배출구"는 어디?!... 2017-09-07 0 2323
697 "솔직한 시인" 윤동주와 "부끄러움" 찾아낸 마광수 2017-09-07 0 2439
696 시교육은 권위주의적인 주입식 일방적 통로와 결별해야... 2017-09-04 0 2440
695 독일 시인 - 베르톨트 브레히트 2017-09-03 0 3927
694 시인들이여, "낯설게 하기"는 어디에서 어떻게 왔을가... 2017-09-03 0 3915
693 "가져오기주의"와 "받아먹기주의"와 그리고 "민족적인것주의" 2017-09-02 0 2102
692 동시의 예술은 오로지 이미지변형, 그 표준;- 하하하 없단다... 2017-09-02 0 2258
691 시에서 낯설음의 이미지용법은 곧 시적 해방이며 자유이다... 2017-09-02 0 2360
‹처음  이전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