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달밤
흐르는 달의 흰 물결을 밀쳐
여윈 나무 그림자를 밟으며
북망산을 향한 발걸음은 무거웁고
고독을 반려한 마음은 슬프기도 하다.
누가 있어야만 싶은 묘지엔 아무도 없고,
정숙만이 군데 군데 흰 물결에 폭 젖었다.
이 시는 무겁고 슬픈 마음으로 고독하게 달밤의 묘지에 갔으나 아무도 없어 슬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쪽으로 흘러가는 달빛을 밀쳐 낸 듯한 여윈 나무의 그림자를 밟으며 북망산을 향해 가는데
발걸음은 무겁고 고독한 마음은 슬프다. 누군가 있을 것만 같은 북망산에 도착했으나
묘지에는 아무도 없고 달빛만 고요하게 내린다.
이 시를 구절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달밤>은 화자의 슬픈 마음을 심화시키는 시간적인 배경이다.
그러면서 ‘밤’은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상황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시간이다.
그러므로 일제강점기에 화자의 마음은 슬프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다.
‘흐르는 달의 흰 물결을 밀쳐 / 여윈 나무 그림자를 밟으며 / 북망산을 향한 발걸음은 무거웁고 /
고독을 반려한 마음은 슬프기도 하다.’ 는 화자가 달밤에 나무 사이로 홀로 고독하게 북망산을 향해가는 데에
발걸음은 무겁고 슬프다는 말이다. ‘흐르는 달의 흰 물결’은 달빛을 물결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으로
달이 서쪽으로 움직이면서 빛을 내고 있는 것을 말한다. ‘밀쳐’는 ‘여윈 나무 그림자’의 모습을 달빛을 밀어내었다고
관점을 다르게 하여 표현한 것이다. ‘여윈 나무’는 계절이 여름이나 초가을이 아님을 알려준다.
‘영윈 나무’는 겨울이나 초봄에 잎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여윈 나무 그림자를 밟으며’는
화자가 나무 숲 사이를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북망산’은 ‘죽음’을 의미하는 곳이다.
‘북망산을 향한 발걸음은’ 북망산이 화자의 목적지라는 것을 말한다.
‘북망산’은 ‘사람이 죽어서 묻히는 곳을 이르는 말’로 화자가 죽음을 향하여 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화자는 죽음이 목적이 아니라 아래 구절에서 화자가 도착한 곳이 ‘누가 있어야만 싶은 묘지’라 하여
‘북망산’에 도착하면 ‘누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그를 만나려는 마음으로 ‘북망산’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북망산’의 담고 있는 의미를 ‘사람이 죽어서 묻히는 곳을 이르는 말’로 해석할 수는 없다.
이 시 안에서는 다른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윤동주의 다른 시인 <삶과 죽음>을 보면
‘삶은 오늘도 죽음의 서곡을 노래하였다. / 이 노래가 언제 끝나랴 // 중략// 이 노래를 그친 자가 누구뇨 //
죽고 뼈만 남아 / 죽음에 승리자 위인(偉人)들!’이라 하여 ‘죽고 뼈만 남’은 것이
‘죽음에 승리자 위인(偉人)들!’이라 하고 있다.
즉 ‘북망산’의 ‘묘지’에서 ‘죽음에 승리자 위인(偉人)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무거웁고’는 죽음을 생각하며 죽음을 향해서 사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고독을 반려한’은 화자가 홀로 ‘북망산’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화자와 지향점이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의미이고 ‘고독’한 상태로 오랫동안 살아왔다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화자의 ‘마음은 슬프기도’ 한 것이다.
‘누가 있어야만 싶은 묘지엔 아무도 없고, / 정숙만이 군데군데 흰 물결에 폭 젖었다.’는
화자의 목적지인 ‘북망산’에 있는 묘지에 도착했어도 화자가 기대했던 ‘누구’는 없고
고요한 가운데 달빛만 환하게 비친다는 말이다.
화자의 기대는 좌절되고 고독감은 심화되어 마음은 더 슬퍼지는 것이다.///전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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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의 시상이 무거워 놓칠 것 같은 분위가 염습함처럼
작가의 깊은 상처의 흔적이 묻어 있는 듯 참담함이 밀린다.
모든 움직임의 마지막 종점 죽음 앞에 선 작가의 마음에 흐르는
심안의 곡절은 말하지 않아도 파란의 심상이 보일 듯하다
그러나 작가는 죽음을 통하여 모든 것을 이룸에 귀결시키려 노력한 흔적이 엿 보인다
전문을 살펴보면 달빛 고운 밤의 옅은 그림자 밟으면 아마 이파리 진 나목의 가녀린
가지에서 아마 그림자조차도 제대로 맺지 못하는 아스라한 마음 길인지도 모르랴
죽음을 예시한 북망산을 오름도 납덩이처럼 무거운 죽음조차 미화한
삶의 슬픈 곡절은 무엇을 말하려 함이라
고독조차도 반려하는 이미 비운 마음 어찌 묘지에 인적이 있으랴
고요한 밤의 달빛어린 정적엔 즐비한 표지석의 하얀빛이 달빛 젖어
더욱 애달픈 마음 자아내어 박명(薄明)조차도 가슴 품어 안을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는 시인의 심상 아 애처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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