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우린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자구"...
2018년 04월 16일 22시 41분  조회:2496  추천:0  작성자: 죽림

<병[病]에 관한 시 모음> 


+ 병에게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생(生)의 외경(畏敬)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직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마를 짚어 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생에의 집착과 미련은 없어도 이 생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지옥의 형벌이야 있다손 치더라도 
죽는 것 그다지 두렵지 않노라면 
자네는 몹시 화를 내었지. 

자네는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는 무슨 일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네는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쉬지 않고 나를 설복(說服)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에게 경도(傾倒)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 가게 이 친구 
생각 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 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린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조지훈·시인, 1920-1968) 


+ 병력(病歷) 

하루쯤 앓게 되면 
육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한 열흘쯤 앓게 되면 
목숨의 존귀함을 깨닫게 되고 

한 달포쯤 앓게 되면 
이 세상 삼라만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깨닫게 된다 

앓아 본 적이 없는 자여, 
어찌 삶의 깊은 맛을 짐작할 수 있으리 
(임보·시인, 1940-) 


+ 설사를 하며 

내 눈과 입이 모르고 섭취해 들인 것을 
내 몸의 레이더는 잘 감지해 처리한다 

독성을 지닌 음식물 
세균에 감염된 식품 

이들이 유입되면 몸의 레이더는 
경계경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수만 개의 장의 문들을 차단하고 
이들을 몸 밖으로 격렬히 추방한다 

몸 속에 저장된 수분들을 역으로 끌어내 
일시에 홍수를 만들어 이들을 퇴치한다 

이것이 설사 
내장의 청소다 

몸의 신비여 
배우지 않고도 이미 알고 있는 생명의 섭리 

까마득한 우주가 
내 몸 속에도 있다 
(임보·시인, 1940-) 


+ 병든 사람 

몸이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어려운 방정식을 푼다 
풀어야 한다 
혼자서 
하염없이 외롭게 
혼자서. 
(황인숙·시인, 1958-) 


+ 몸이 많이 아픈 밤 

하늘에 신세 많이 지고 살았습니다. 
푸른 바다는 상한 눈동자 쾌히 담가주었습니다 
산이 늘 정신을 기대주었습니다 
태양은 낙타가 되어 몸을 옮겨주었습니다 
흙은 갖은 음식을 차려주었습니다 
바람은 귓속 산에 나무를 심어주었습니다 
달은 늘 가슴에 어미 피를 순환시켜주었습니다 
(함민복·시인, 1962-) 
  

+ 독감 

누군가를 
더 사랑하라며 타오르는 
몸뚱이. 
누군가를 더 그리워하라며 
타오르는 불길! 

너처럼 눈물 흘리리라 
너처럼 뜨거우리라 
사랑하리라 
불덩이 
고열로 
투쟁하리라 
(최종수·신부) 


+ 감기 

여름 내내 헹구어 내지 못한 
그리움 있어서 
그리움처럼 감기를 앓는다. 

바이엘 아스피린 한 알로도 
달래지지 않는 그리움이 
두통을 몰고 
모닥불로 내 온몸을 끓여 간다. 

창밖엔 우수수 우수수 
바람이 나무의 옷을 벗기고 
가을은 저 혼자서 깊어 가는데 
나는 지독한 감기를 앓는다. 
독한 그리움을 앓는다. 
(박명근·장애우 시인) 


+ 요통 

물통을 들다가 중심이 무너졌다. 
허리는 구부정해지고 
모든 길들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구부정해진 허리를 세우려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부러진 곳은 없는지 x-ray를 찍었다. 
통증이 허리를 지배하는 동안 
조심스럽게 걷고 통증을 피해 누웠다. 
허리가 모든 것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요통이 나를 끌고 다니는 길에서 
문득 생각해 본다. 
통증도 없이 구부정해진 생각이 
나를 구부러진 길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의 척추를 세우는 일에 
너무 게을렀던 것은 아닐까? 
(박승우·시인, 1962-) 


+ 간(肝)의 반란(叛亂) 

60 먹은 노인과 마주 앉았다. 
걱정할 거 없네, 
그러면 어쩌지요? 
될대로 될 걸세...... 

보지도 못한 내 간(肝)이 
괘씸하게도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 쪼무래기가 뭘 할까만은 
아직도 살고픈 목숨 가까이 다가온다. 

나는 원래 쿠데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수습을 
늙은 의사에게 묻는데, 
대책이라고는 시간 따름인가! 
(천상병·시인, 1930-1993) 


+ 뼈아픈 직립 

허리뼈 하나가 하중을 비켜섰다 
계단을 뛰어내리다가 
후두둑 
직립이 무너졌다 

뼈를 맞췄다 
삶의 벽돌이야 한 장쯤 어긋나더라도 
금세 다시 끼워넣을 수 있는 것이었구나 
유충처럼 꿈틀대며 갔던 길을 
바로 서서 걸어돌아왔다 

온몸이 다 잠들지 못하고 밤을 새워 아프다 
생뼈를 억지로 끼워 넣었으니 
한 조각 뼈를 위하여 
이백여섯 뼈마디마디가 
기어코 몸살을 앓아야 했다. 
(윤성학·시인, 1971-) 


+ 손가락 한 마디 

간밤에 얼어서 
손가락이 한 마디 
머리를 긁다가 땅 위에 떨어진다. 

이 뼈 한 마디 살 한 점 
옷깃을 찢어서 아깝게 싼다 
하얀 붕대로 덧싸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날이 따스해지면 
남산 어느 양지 터를 가려서 
깊이 깊이 땅 파고 묻어야겠다. 
(한하운·시인, 1919-1975) 


+ 벌(罰)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없는 罰이올시다. 

아무 法文의 어느 조항에도 없는 
내 죄를 변호할 길이 없다. 

옛날부터 
사람이 지은 죄는 
사람으로 하여금 벌을 받게 했다. 

그러나 나를 
아무도 없는 이 하늘 밖에 내세워놓고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없는 罰이올시다. 
(한하운·시인, 1919-1975) 


+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마음보다 먼저 몸이 절벽이네 
몸에도 절벽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겠네 
절벽에 서니 
내 의지 오히려 약하지 않네 
병동은 드높고 흰옷들 눈부셔 
바람 없는 나의 생각들 나를 감당하네 
주유하는 주유소처럼 
링거를 꽂던 간호사들 
다른 병실로 옮겨가고 
나 아직 
뼈를 가는 어둠을 가졌으니 
두근거리며 오는 것은 두통이나 오한뿐 
병은 나를 지배하려 드네 
몸이 발전소는 아니었던 것이네 
침묵보다 병이 무거운 시간 
회의란 할수록 회의적이네 
무슨 문제가 내게 있었던 것일까 
문제라면 
몸에 병 없기를 바란 것이 문제라네 
병 없기를 바라 몸에 탐욕이 생긴 것이네 
그래서, 내가 나에게 말하기를 
병고(病苦)로써 나를 다스리라 하였네. 
(천양희·시인, 1942-) 


+ 몸살 

딱히 찾아올 사람도 없어 
이따금 외로움이 밀물지는 때 

불현듯 불청객처럼 
다가오는 너 

끈질기게 들러붙어 
몸이야 많이 괴롭더라도 

너와의 꿈결 같은 
몇 날의 동거(同居) 중에는 

파란 가을 하늘처럼 
맑아지는 정신 

왜 살아가느냐고 
무엇을 사랑하느냐고 

너는 말없이 
화두(話頭) 하나 던지고 가지 
(정연복, 1957-)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10 첫사랑아, 첫사랑아, 나에게 돌려다오... 2017-07-24 0 2487
609 시의 첫머리는 독자와 만나는 첫번째 고비이다... 2017-07-24 0 2127
608 장마야, 우리들은 널 싫어해... 2017-07-24 0 2287
607 "시인이 되면 돈푼깨나 들어오우"... 2017-07-24 0 2167
606 백합아, 나와 놀쟈... 2017-07-24 0 2355
605 "해안선을 잡아넣고" 매운탕 끓려라... 2017-07-24 0 2216
604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것은"... 2017-07-24 0 2003
603 시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창조성의 요인은 바로 상상력이다... 2017-07-24 0 2573
602 동물들아, "시의 정원"에서 너희들 맘대로 뛰여 놀아라... 2017-07-24 0 2974
601 시인은 불확실한 세계의 창을 치렬한 사유로 닦아야... 2017-07-24 0 2189
600 초여름아, 너도 더우면 그늘 찾아라... 2017-07-24 0 2329
599 "내가 죽으면 한개 바위가 되리라"... 2017-07-24 0 2917
598 련꽃아, 물과 물고기와 진흙과 함께 놀아보쟈... 2017-07-24 0 2595
597 현대시야, 정말로 정말로 같이 놀아나보쟈... 2017-07-24 0 2355
596 선물아, 네나 "선물꾸러미"를 받아라... 2017-07-24 0 2648
595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2017-07-24 0 2335
594 채송화야, 나와 놀쟈... 2017-07-24 0 3868
593 시의 초보자들은 문학적인것과 비문학적것을 혼동하지 말기... 2017-07-24 0 2362
592 찔레꽃아, 나와 놀쟈... 2017-07-24 0 2624
591 상상력의 무늬들은 새로운 세계와 세상의 풍경을 만든다... 2017-07-24 0 2252
590 커피야, 너를 마시면 이 시지기-죽림은 밤잠 못잔단다... 2017-07-24 0 2788
589 시는 언어로 그린 그림이다... 2017-07-24 0 2538
588 담쟁이야, 네 맘대로 담장을 넘어라... 2017-07-24 0 2534
587 시인은 사막에서 려행하는 한마리 락타를 닮은 탐험가이다... 2017-07-24 0 2321
586 꽃들에게 꽃대궐 차려주쟈... 2017-07-24 0 2549
585 무의식적 이미지는 눈부신 은유의 창고이다... 2017-07-24 0 2668
584 유채꽃아, 나와 놀쟈... 2017-07-24 0 2264
583 음유시는 문자와 멜로디와의 두개 세계를 아우르는 시이다... 2017-07-24 0 2380
582 풀꽃들아, 너희들도 너희들 세상을 찾아라... 2017-07-24 0 2313
581 시인은 은유적, 환유적 수사법으로 시적 세계를 보아야... 2017-07-24 0 2583
580 풀들아, 너희들 세상이야... 2017-07-24 0 2677
579 시인은 날(生)이미지를 자유롭게 다룰 줄 알아야... 2017-07-24 0 2259
578 봄아, 봄아, "봄꽃바구니" 한트럭 보내 줄게... 2017-07-24 0 2658
577 시인은 그림자의 소리를 들을줄 알아야... 2017-07-24 0 2375
576 금낭화야, 나와 놀쟈... 2017-07-24 0 2139
575 시인은 절대 관념이나 정서의 노예가 아니다... 2017-07-24 0 2470
574 춘향아, 도련님 오셨다... 2017-07-24 0 2701
573 좋은 시는 그 구조가 역시 탄탄하다... 2017-07-24 0 2209
572 아카시아야, 나와 놀쟈... 2017-07-24 0 2613
571 시를 쓰는것은 하나의 고행적인 수행이다... 2017-07-24 0 2380
‹처음  이전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