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푸른 빛 / 주자청
2018년 04월 16일 00시 51분  조회:2684  추천:0  작성자: 죽림
 

                 푸  른   빛

                    綠

 

 

                                                주 자 청

 

 

 

 두 번째로 선암仙岩에 갔을 때, 나는 매우담梅雨潭의 푸르름에 경탄 하였다. 매우담은 하나의 폭포였다. 선암에는 세 개의 폭포가 있는데, 그 가운데 매우담이 가장 낮은 곳에 있다. 산에 오르면 이내 콸콸거리는 물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면 양쪽의 축축한 어둠을 뚫고 흐르는 하얗게 빛나는 물줄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는 먼저 매우정에 올랐다. 매우정은 폭포와 마주보고 있어 정자에 앉으면 고개를 들 필요 없이 바로 폭포 전체가 보인다. 정자 아래로 매우 깊숙한 곳이 매우담이다. 이 정자는 밖으로 툭 튀어나온 편편한 바위덩이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 그 형상이 마치 날개를 활짝 편 한 마리의 매가 하늘에 떠있는 것 같다. 삼면이 모두 산으로 둥근 옥처럼 둘러싸여 있어 우리는 마치 우물 안에 와 있는 느낌이다. 세털 구름 몇 자락이 우리 머리 위로 떠있고, 바위와 풀숲은 축축한 습기가 감도는 푸르름 속에서 싱그러움만 더해 간다.

 

 폭포 소리 또한 매우 우렁차다. 그 폭포가 크고 작은 몇 갈래의 물줄기로 흩어지며 아래로 떨어지는 모양은 더 이상 한결같이 평평하게 미끄러지는 물이 아니었다. 폭포수는 뾰쪽한 바위 모서리와 부딪칠 때마다 세찬 충격으로 꽃이 흩날리듯 옥이 부서지듯 어지러이 뿌려 날린다. 사방으로 튕겨 오르는 물보라는 아득히 반짝이며 빛난다. 멀리서 보면 마치 하얀 매화꽃이 송이송이 가랑비처럼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 같다.

 매우담이 유명해진 까닭이 바로 이러한 장관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매화보다는 버들강아지가 더 적절하다고 본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버들강아지. 순간 우연히 날아온 버들강아지는 우리의 따뜻한 가슴속으로 파고들지만 다시 찾아 볼 수 없다.

 매우담의 번쩍번쩍 빛나는 푸르름이 우리를 부른다. 우리는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 눈부신 빛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풀숲을 헤치고 험난한 바위를 기어오르며 조심스럽게 살펴간다. 몸을 굽혀 석궁문石穹門을 지나 물이 깊고 푸른 연못가에 다다랐다. 폭포가 바로 눈앞에 있지만 내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연못의 푸르름이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다.

 아, 사람의 마음을 도취시키는 푸르름이여 ! 그것은 마치 커다란 연잎을 깔아놓은 듯 신비함이 가득한 푸르름이었다. 나는 두 팔을 크게 벌려 안아보고 싶지만 한낱 헛된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물가에 앉아 폭포 쪽을 바라보니 의외로 멀리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고르게 펼쳐 있으면서 겹겹이 쌓여있는 푸르름이 너무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 푸르름은 새색시의 치마가 살며시 끌리듯이 보일 듯 말 듯 주름 잡히고, 첫사랑에 가슴 두근거리는 처녀의 마음인 양 가만히 드러내 보인다. 또한 번지르르하게 윤기 흐르는 것이 기름을 발라 놓은 것 같다.

 그것은 달걀 흰자위처럼 부드럽고 연하여 예전에 만져보았던 곱고도 순한 피부를 연상케 한다. 티끌 한 점 없이 매끄러운 푸른 옥과도 같이 프르름 일색으로 깨끗하기만 하다. 그러나 당신은 그 아름다움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나는 북경北京에서 열 군데의 사찰을 둘러본 적이 있다. 그곳 잔디나 버드나무 빛깔은 너무 옅어 누런 거위빛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항주杭州 호포사 부근의 거대하면서도 깊고 빽빽한 ‘녹벽綠壁’을 본 적이 있다. 촘촘히 겹겹으로 끝없이 펼쳐진 새파란 풀과 푸른 잎은 또 너무 짙어 보였다. 그밖에 서호西湖의 물결은 너무 밝고, 진회하秦淮河는 또 너무 어두웠다.

 

 사랑스러움이여, 내 그대를 무엇으로 비유하리. 내 어찌 비유할 수 있으리요. 아마도 못이 깊고 그윽한 탓에 이렇듯 신비스런 푸르름을 간직할 수 있었으리라. 마치 짙은 남색 빛의 하늘 한 모퉁이를 떼어다 녹여 놓은 듯 선명하기 그지없구나.

 아 ! 사람을 도취시키는 푸르름이여 ! 내 그대를 청색 띠로 여겨 마를 수만 있다면, 나 살포시 춤추는 무녀에게 주리라. 그녀는 바람에 나부끼듯 하늘대며 춤을 추리. 내 그대를 번뜩이는 눈으로 여겨 담아갈 수 있다면, 나 노래를 잘 부르는 눈 먼 소녀에게 주리라. 그녀는 분명 밝은 눈동자로 환히 보이게 되리. 나 정말 떠나기 싫구나. 내 어찌 그대를 떠날 수 있으리.

 

 열두세 살 소녀에게 그러하듯 나 그대를 토닥거리고 어루만진다. 내 그대를 두 손으로 받들어 입에 넣으니 입맞춤하는 것이네. 그대에게 이름 하나 지어주니 ‘푸른 소녀’라고 부르면 어떨까 ?

 

 두 번째로 선암에 갔을 때, 나는 매우담의 푸르름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 1924년 2월 8일 )

 

                           주자청朱自淸 (1898~1948) 강소성江蘇省 동해현東海縣 출생으로

                                                       북경대학 철학과졸업, 청화대학 중국문학과 교수

                                                       중국현대문학의 저명작가이며 학자.

                                                       대표작 <아버지의 뒷모습> <여인> <봄>등이 있음.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30 윤동주 서울 하숙집 가보다... 2017-03-17 0 2768
329 시쓰기는 보석쟁이가 값진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는것과 같다 2017-03-17 0 2730
328 윤동주의 시는 끝까지 한글 작품으로 남아있다... 2017-03-17 0 3313
327 윤동주의 친동생 윤일주도 시인이었다... 2017-03-16 0 4030
326 시비(詩碑)가 뭐길래 시비(是非)인거야... 2017-03-16 0 3084
325 한 편의 시에서 시의 1행이 주조행(主調行)이라 할수 있다... 2017-03-16 0 2841
324 윤동주 묘비에는 "詩人尹東柱之墓"라고 워낙 각인되여... 2017-03-16 0 3321
323 시인은 늘 령감의 메시지를 잡을줄 알아야... 2017-03-15 0 2943
322 시의 씨앗은 시인의 몸 안에서 "무자각적"으로 싹터 자란다... 2017-03-14 0 2836
32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이골이 나다"의 유래 2017-03-14 0 2471
320 일본 교토 윤동주 마지막 사진 찍은 자리에 詩碑 세우다... 2017-03-13 0 3041
319 시 한편이 태여나는것은 늘 울고 웃는 과정을 그려가는것... 2017-03-13 0 2599
318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을건 없다는 "화개장터" 2017-03-12 0 2856
317 우리 고향 연변에도 "詩碑자연공원"을 조성해야... 2017-03-12 0 3327
316 일본 문화예술인들 윤동주를 기리다... 2017-03-12 0 4405
315 일본 한 신문사 부장이 윤동주의 "빼앗긴 시혼(詩魂)"다루다... 2017-03-12 0 3127
314 일본 녀류시인 50세부터 한글 배워 시를 번역하다... 2017-03-12 0 3318
313 일본인 = "윤동주 선배가 나와 같은 의자에서 공부했다니"... 2017-03-12 0 2983
312 일본의 중견 시인이 윤동주 시를 일본어로 완역하다... 2017-03-12 0 3257
311 일본 녀류시인 이바라키 노리코가 윤동주 시에 해설을 달다... 2017-03-12 0 2924
310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 "실랑이" = "승강이" 2017-03-11 0 2710
309 조선어의 자멸의 길은 있다?... 없다!!!... 2017-03-11 0 3645
308 시는 짧음속에서 큰 이야기를 보여줘야... 2017-03-11 0 2244
307 독자들도 시를 보고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838
306 시인들이 시가 싫어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592
305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아름다운 순 우리말로 작문짓게 하기... 2017-03-08 1 2990
304 윤동주의 친구 문익환 목사도 시 "동주야"를 썼다... 2017-03-07 0 4768
303 청년문사 송몽규도 시를 썼다... 2017-03-07 0 3000
302 청년문사 송몽규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에 들다... 2017-03-07 0 4246
301 시인과 수석인은 이웃이다... 2017-03-07 0 2619
300 민족시인 윤동주를 연변 룡정 고향에서 모실수 있다는것은... 2017-03-07 0 2678
299 시는 생명의 황금빛이며 진솔한 삶의 몸부림이다... 2017-03-06 0 2788
298 시인은 죽기전 반항하면서 시를 써야... 2017-03-03 0 3430
297 시는 천년을 기다려서 터지는 샘물이여야... 2017-03-03 0 2539
296 시는 이미지 무덤이다... 2017-03-02 0 3007
295 시는 상식, 틀, 표준 등 따위가 깨질 때 탄생해야... 2017-03-01 0 2909
294 시 한수라도 마음속에 깊이 갈무리 해야 함은?!...ㅡ 2017-02-28 0 3663
293 작문써클선생님들께;우리와 다른 알고 넘어가야 할 "두음법칙" 2017-02-28 0 2947
292 시는 "빈 그릇"이다... 2017-02-28 0 2639
291 시문학도들이 알아야 할 시창작원리 12가락 2017-02-27 0 2825
‹처음  이전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