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태초부터 시인이 있었었다"...
2018년 03월 29일 00시 21분  조회:2628  추천:0  작성자: 죽림

 

추억론

                   /구석본

 

수목원을 거닐다 나무에 걸려 있는 명패를 보았다굵은 고딕체로 개옻나무라 쓰여 있고 그 밑 작은 글씨로 추억은 약이 되나 독성이 있다고 쓰여 있다. ‘추억이 약이 된다’ 멋진 나무야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수액은 약이 되나 독성이 있다였다.

그러나 그날 이후 나는 그 명패를 추억은 약이 되나 독성이 있다로 읽기로 했다.

 

햇살이 영혼을 쪼아대던 봄날신경의 올마다 통증이 꽃처럼 피어오르면 약 대신 추억의 봉지를 뜯었다밀봉된 봉지에서 처음 나온 것은 시간의 몸시신時身이었다시신은 백지처럼 건조했다피와 살의 냄새조차 증발해버렸다그 안에 사랑과 꿈과 그리움들이 바싹 말라 부스러져 있었다그들의 근친상간으로 잉태한 언어들이 발화하지 못한 채 흑백사진으로 인화되어 있다.

약이 되는 것은 스스로 죽은 것들이다죽어서 바싹 마른 것들이다살아있는 것에서 독성을 느끼는 봄날이다.

 

약을 마신다정성껏 달인 추억을 마시면 온몸으로 번지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는다나의 영혼이 조금씩 말라간다언젠가 완벽하게 증발하면 나 또한 누군가의 추억이 될 것이다.

 

봄날추억처럼 어두워져 가는 산길을 홀로 접어들어 가고 있는 나를 본다.

----구석본 시집, {추억론}(도서출판 지혜, 2015)에서

 

구석본 시인의 [추억론]은 그의 역사 철학적인 성찰의 소산이며한국문학사상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명시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그는 수목원을 거닐다가 나무에 걸려 있는 명패를 보았고그 명패에는 개옻나무라고 쓰여 있었다그리고 그 밑에는 작은 글씨로 수액은 약이 되나 독성이 있다라고 쓰여 있었지만그러나 그는 일시적인 착시현상으로 추억은 약이 되나 독성이 있다라고 잘못 읽게 된다따라서 그는 곧 수액은 약이 되나 독성이 있다라고 제대로 읽게 되었지만그러나 그날 이후부터, “추억은 약이 되나 독성이 있다라는 명제는 그의 역사 철학적인 화두(주제)가 되었던 것이다. “추억은 약이 되나 독성이 있다라는 주제는 그를 높이 높이 끌어 올리고그는 그 황금옥좌에 앉아서 그 모든 것을 굽어 보듯이그 주제를 통한 최고급의 인식의 제전을 펼쳐 보인다.

햇살이 영혼을 쪼아대던 봄날신경의 올마다 통증이 꽃처럼 피어오르면” 그는 약 대신에 추억의 봉지를 뜯었고”, 그 추억의 봉지에서 처음 나온 것은 시간의 몸”, , “시신時身이었던 것이다. “시신은 백지처럼 건조했고, “피와 살의 냄새조차도 증발해” 버리고 없었다. “그 안에 사랑과 꿈과 그리움들이 바싹 말라 부스러져 있었고”, “그들의 근친상간으로 잉태한 언어들이 발화되지 못한 채 흑백사진으로 인화되어” 있었다약이 되는 것은 스스로 죽은 것(추억)들이며죽어서 바싹 마른 것들이고살아있는 것에서 독성을 느끼는 그런 봄날이었던 것이다.

약을 마신다정성껏 달인 추억을 마시면 온몸으로 번지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추억은 고통이며 통증일 수밖에 없는데왜냐하면 이 세상의 삶 자체가 만고풍상의 그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우리 인간들의 추억은 고통일 수밖에 없으며이 고통들이 오랜 세월 동안 마르고 마르면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고통들을 퇴치할 수 있는 특효약이 되어 준다요컨대 만고풍상이 쟁여진 추억이 고통이여올테면 오라나는 그 어떠한 고통도 두렵지 않다라는 만병통치약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의 삶이 그러했듯이내가 죽어서 완벽하게 증발하면 나 또한 누군가의 추억이 될 것이다”.

구석본 시인의 [추억론]은 최고급의 역사 철학적인 인식의 소산이며그 격세유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추억은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이 추억들을 역사 철학적인 봄볕 속으로 불러내어최고급의 특효약으로 탄생시킨 것이다시는 만병통치약이면서도 독성이 있다.

이름이 실력보다 앞서면 그는 사인史人이 되고실력이 이름보다 앞서면 그는 야인野人이 된다대부분의 진정한 시인은 이 야인野人의 텃밭에서 태어나고그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그 모든 역사의 진실들을 제대로 밝혀주게 된다그렇다추억은 약이 되지만그 인간----그 추억을 만들어 내는 인간----의 삶은 독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추억의 본질을 새롭게 명명하고 그 실체를 밝혀낸 최고급의 인식의 힘이 구석본 시인의 [추억론]에는 수천 년의 세월을 찍어누른 듯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손택수,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손 택 수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내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 진한 만큼

아득한 거리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지

얼마나 아득했으면

이토록 진한 향기를 가졌겠는가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것은

살을 부비면서도

건너갈 수 없는 거리가

어디나 있다는 거지

허나 네가 갸륵한 것은

연애 적부터 궁지에 몰리면 하던 버릇

내 숱한 거짓말에 짐짓 손가락을 걸며

겨울을 건너가는 아내 때문이지

등을 맞댄 천리 너머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엿듣는 밤

너 서럽고 갸륵한 천리향아

----손택수 시집 {목련전차}에서

 

태초에 시인이 있었고
시인은 그의 언어로 이 세계를 창출해냈다
시인은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되었고,
만물의 창조주가 되었다
모든 신화와 종교를 창출해낸 것도 시인이었고
하늘과 땅과 바다와 모든 동식물들에게 이름을 부여해준 것도 시인이었다
시인은 예술가 중의 최고의 예술가이며
끊임없이 이 세상의 삶을 찬양하고 미화시킨 삶의 본능의 옹호자라고 할 수가 있다
요컨대태초에 시인이 없었다면
이 세계는 다만 어둠 컴컴한 암흑의 세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


손택수 시인의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이라는 시는 영원불멸의 사랑의 노래이며이 세상의 삶의 찬가라고 할 수가 있다.“한 지붕 한 이불 덮고 사는아내와 나 사이에도천리는있을 수밖에 없는데왜냐하면아내와 나 사이에는 등을 돌리고 잠든거리만큼그 어렵고 힘든 삶이라는 장애물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와 아내는 서러운 것저마다 어렵고 힘든 일에 발목이 잡혀 있고그 장애물과의 싸움에 집중을 하고 있는 한그들의 부부관계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서러운 것은 어렵고 힘든 일에 대한 정서적 등가물이며그 어렵고 힘든 일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속일 수밖에 없는 그런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과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내가 서러운 것은진하디 진한 만큼아득한 거리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지라는 시구가 그것을 말해주고또한,“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것은살을 부비면서도건너갈 수 없는 거리가어디나 있다는 거지와 연애 적부터 궁지에 몰리면 하던 버릇내 숱한 거짓말에 짐짓 손가락을 걸며겨울을 건너가는 아내 때문이지라는 시구가 그것을 말해준다아내와 나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속일 수밖에 없는 그런 관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그러나 이 부부 관계가 파탄을 맞이하지 않았던 것은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천리향이 있었기 때문이다아내와 나는 함께 있으면서도 천리만큼 떨어져 있고아내와 나는 천리만큼 떨어져 있으면서도 함께 붙어 있다이 함께 있음과 떨어져 있음혹은 이 떨어져 있음과 함께 있음의 형용모순을 가능케 한 것이 천리향의 역설이기도 한 것이다천리향의 역설은 논리의 비약이 되고모든 기적의 산실이 된다천리향은 자기 짝을 부르는 식물의 소리이며다른 말로 말하자면발정난 동물이 산골짜기가 떠나갈 듯이 울부짖는 교성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본능이 이성을 굴복시키고 이성은 본능의 충실한 노예가 된다.

허나 네가 갸륵한 것은연애 적부터 궁지에 몰리면 하던 버릇내 숱한 거짓말에 짐짓 손가락을 걸며/겨울을 건너가는 아내 때문이지등을 맞댄 천리 너머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엿듣는 밤너 서럽고 갸륵한 천리향아라는 시구에서처럼천리향이 있는 한 일시적인 장애물이나 거짓말도 다 녹아들고이 천리향의 사랑 속에 젊은 부부의 꽃망울들은 툭툭 터지게 된다천리향의 아름다움천리향의 암내로 모든 종들의 건강이 확보되고자연과 우주는 그 역사의 힘찬 발걸음을 멈추지 않게 된다요컨대,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이 손택수 시인의 아내라는 이름의 천리향이기도 한 것이다.

아내라는 이름의 천리향이 있는 한손택수 시인은 모든 고통을 다 받아들이고이 세상의 삶을 끊임없이 미화하고 찬양하게 된다아내라는 이름의 천리향이 있는 한모든 것이 가능하고모든 것이 가능한 이 세계가 가장 아름답고 멋진 신세계가 된다.

태초에 시인이 있었고그 말씀으로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이라는 꽃을 피운 시인이 있었다사랑은 영원하고그 사랑의 향기는 온 우주에 가득 퍼진다.

지금이 순간에도영원히...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30 윤동주 서울 하숙집 가보다... 2017-03-17 0 2769
329 시쓰기는 보석쟁이가 값진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는것과 같다 2017-03-17 0 2731
328 윤동주의 시는 끝까지 한글 작품으로 남아있다... 2017-03-17 0 3315
327 윤동주의 친동생 윤일주도 시인이었다... 2017-03-16 0 4032
326 시비(詩碑)가 뭐길래 시비(是非)인거야... 2017-03-16 0 3091
325 한 편의 시에서 시의 1행이 주조행(主調行)이라 할수 있다... 2017-03-16 0 2845
324 윤동주 묘비에는 "詩人尹東柱之墓"라고 워낙 각인되여... 2017-03-16 0 3329
323 시인은 늘 령감의 메시지를 잡을줄 알아야... 2017-03-15 0 2943
322 시의 씨앗은 시인의 몸 안에서 "무자각적"으로 싹터 자란다... 2017-03-14 0 2837
32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이골이 나다"의 유래 2017-03-14 0 2475
320 일본 교토 윤동주 마지막 사진 찍은 자리에 詩碑 세우다... 2017-03-13 0 3061
319 시 한편이 태여나는것은 늘 울고 웃는 과정을 그려가는것... 2017-03-13 0 2604
318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을건 없다는 "화개장터" 2017-03-12 0 2870
317 우리 고향 연변에도 "詩碑자연공원"을 조성해야... 2017-03-12 0 3331
316 일본 문화예술인들 윤동주를 기리다... 2017-03-12 0 4414
315 일본 한 신문사 부장이 윤동주의 "빼앗긴 시혼(詩魂)"다루다... 2017-03-12 0 3135
314 일본 녀류시인 50세부터 한글 배워 시를 번역하다... 2017-03-12 0 3324
313 일본인 = "윤동주 선배가 나와 같은 의자에서 공부했다니"... 2017-03-12 0 2990
312 일본의 중견 시인이 윤동주 시를 일본어로 완역하다... 2017-03-12 0 3259
311 일본 녀류시인 이바라키 노리코가 윤동주 시에 해설을 달다... 2017-03-12 0 2927
310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 "실랑이" = "승강이" 2017-03-11 0 2710
309 조선어의 자멸의 길은 있다?... 없다!!!... 2017-03-11 0 3657
308 시는 짧음속에서 큰 이야기를 보여줘야... 2017-03-11 0 2248
307 독자들도 시를 보고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845
306 시인들이 시가 싫어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600
305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아름다운 순 우리말로 작문짓게 하기... 2017-03-08 1 2993
304 윤동주의 친구 문익환 목사도 시 "동주야"를 썼다... 2017-03-07 0 4798
303 청년문사 송몽규도 시를 썼다... 2017-03-07 0 3000
302 청년문사 송몽규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에 들다... 2017-03-07 0 4251
301 시인과 수석인은 이웃이다... 2017-03-07 0 2628
300 민족시인 윤동주를 연변 룡정 고향에서 모실수 있다는것은... 2017-03-07 0 2680
299 시는 생명의 황금빛이며 진솔한 삶의 몸부림이다... 2017-03-06 0 2789
298 시인은 죽기전 반항하면서 시를 써야... 2017-03-03 0 3435
297 시는 천년을 기다려서 터지는 샘물이여야... 2017-03-03 0 2539
296 시는 이미지 무덤이다... 2017-03-02 0 3009
295 시는 상식, 틀, 표준 등 따위가 깨질 때 탄생해야... 2017-03-01 0 2910
294 시 한수라도 마음속에 깊이 갈무리 해야 함은?!...ㅡ 2017-02-28 0 3665
293 작문써클선생님들께;우리와 다른 알고 넘어가야 할 "두음법칙" 2017-02-28 0 2951
292 시는 "빈 그릇"이다... 2017-02-28 0 2640
291 시문학도들이 알아야 할 시창작원리 12가락 2017-02-27 0 2826
‹처음  이전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