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할아버지> 시모음
2018년 01월 27일 19시 16분  조회:2609  추천:0  작성자: 죽림

<할아버지에 관한 시 모음> 


+ 할아버지 연장통 

창고를 청소하다 
눈에 익은 연장통을 보았다. 
어릴 때 타던 세발자전거와 나란히 놓인 
할아버지 손때 묻은 연장통. 
- 세상에 쓸모 없는 물건이란 없는 거란다. 
할아버지께선 늘 말씀하셨지. 
연필깎이로 깎이지 않는 몽당연필도 
밑창이 떨어진 낡은 내 운동화도 
할아버지 손길만 거치면 
뭐든 제 몫을 해내었지. 
그래, 세상엔 
쓸모 없는 물건이란 없는 거야. 
환한 얼굴로 기뻐할 사촌동생을 떠올리며 
할아버지 연장으로 
세발자전거를 조이고 닦는다. 
창고 속 먼지 쌓인 할아버지 연장통이 
새삼 더 크게 보인다.  
(강지인·아동문학가) 


+ 할아버지와 시골집 

겨울 방학 때 시골 할아버지 집에 갔지요 
시골집도 할아버지를 닮아 나를 반겼어요 

흰 눈 덮인 지붕은 할아버지 머리 같았고요 
틈이 난 싸리문은 할아버지 이 같았지요 
금이 간 흙벽은 주름진 할아버지 얼굴 같았고요 
처마 끝의 고드름은 할아버지 수염 같았어요 

아침에 일어나자 
할아버지는 면도기로 수염을 쓱쓱 깎았고요 
시골집은 햇살로 고드름을 살살 깎았지요 
(김용삼·아동문학가) 


+ 우리 할아버지 시간 

약수터 갈 시간이 
노인정 갈 시간이 
진지 드실 시간이 
9시 뉴스 나올 시간이 

기다리시는 우리 할아버지에겐 
한 발 한 발 느리게 다가온다. 

뭐든지 미리 준비하시는 할아버지 
시간을 미리 끌어다 쌓아두셔서 
꺼내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다. 

오늘은 내가 
할아버지랑 장기도 두고 
모시고 나들이도 해야겠다 
시간을 먼저 써버려야 
쌓아두시지 못할 테니까. 
(배정순·아동문학가) 


+ 돋보기 

신문 속의 글자들 
할아버지 눈앞에서 장난친다. 

가물가물 
작아지고 흐려지고 

할아버지는 
가늘게, 크게 눈 뜨며 
겁주지만 
글자들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 영호야, 돋보기 좀 가져오렴. 

그제야 
꼼짝 못하고 
착해진 글자들. 
(정은미·아동문학가) 


+ 보청기 

할아버지 
큰 귓속에 
작은 귀 하나 

닫힌 문을 
삐그덕 열어 줄 
마음이 넓은 귀 

새들 노래, 바람 노래 
다 옮겨 놓는 
마음이 넉넉한 귀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우리들 사랑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또박또박 전해 주는 
마음이 착한 귀. 
(한상순·아동문학가) 


+ 발씻기 숙제 

가을걷이 끝난 뒤 
허리병이 도져 
병원에 입원한 
외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발을 
엄마가 닦아 드립니다 

콩 한 가마니 불끈 들어올릴 때 
단단한 버팀목이었을 장딴지가 
마른 삭정이 같습니다 
바람 불면 
쇄쇄 소리가 날 것 같은 

마른 삭정이에서 
뻗어 내린 잔가지 같은 
외할아버지의 발 

엄마는 조심조심 
외할아버지의 발을 닦습니다 

가끔 학교에서 내주는 
부모님 발 씻겨 드리기 숙제, 
엄마는 어렸을 때 미뤄 둔 그 숙제를 
이제 하나 봅니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할아버지 자전거 

뒤꼍에서 
녹슬고 있는 
할아버지 자전거 

가만히 바큇살 돌려봅니다 
그르르 그르르...... 
가래 끓는 소리가 납니다 

할아버지 몸을 닦아주시는 
엄마처럼 
자전거를 닦아 봅니다 
손잡이 발판 의자...... 
할아버지 손때가 꼬질꼬질 
남아있습니다 

자전거를 
할아버지 방문 앞에 올려놓습니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일어나실 것만 같습니다 
(김애란·아동문학가) 


+ 그늘 

감나무 그늘에 
멍석을 깔고 
할머니들 
재미난 이야기꽃 피우고. 

감나무 그늘에 
자리를 깔고 
할아버지들 
하루 종일 
장이야 멍이야. 
(최동안·강원도 강릉시 옥천 초등학교, 1970년 작품) 


+ 조문(弔文) 

뒷집 조성오 할아버지가 겨울에 돌아가셨다. 
감나무 두 그루 딸린 빈집만 남겨두고 돌아가셨다 

살아서 눈 어두운 동네 노인들 편지 읽어주고 
먼저 떠난 이들 묏자리도 더러 봐주고 
추석 가까워지면 동네 초입의 풀 환하게 베고 
물꼬싸움 나면 양쪽 불러다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심판 봐주던 

이 동네 길이었다, 할아버지는 
슬프도록 야문 길이었다 

돌아가셨을 때 문상도 못한 나는 마루 끝에 앉아, 
할아버지네 고추밭으로 올라가는 비탈, 
오래 보고 있다. 지게 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할아버지가 오르내릴  때 풀들은 
옆으로 슬쩍 비켜 앉아 지그재그로 길을 터주곤 했다 
비탈에 납작하게 달라붙어 있던 그 길은 
여름 내내 바지 걷어붙인 할아버지 정강이에 
볼록하게 돋던 핏줄같이 파르스름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비탈길을 힘겹게 밟고 올라가던 
느린 발소리와 끙, 하던 안간힘까지 돌아가시고 나자 그만 

길도 돌아가시고 말았다 

풀들이 우북하게 수의를 해 입힌 길, 
지금은 길이라고 할 수 없는 길 위로 
조의를 표하듯 산그늘이 엎드려 절하는 저녁이다. 
(안도현·시인)  

 


==========================(자료)...


 
▲ 중국 연변 왕청현에 있었던 독립군 사관 양성학교인 라자구 무관학교 인근 산 중턱 동굴 입구 바위에 그려진 태극기(40×30cm).
독립군의 피신처로 알려진 동굴 입구에는 대한독립군 4명의 이름도 쓰여 있다.
///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 제공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30 윤동주 서울 하숙집 가보다... 2017-03-17 0 2765
329 시쓰기는 보석쟁이가 값진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는것과 같다 2017-03-17 0 2719
328 윤동주의 시는 끝까지 한글 작품으로 남아있다... 2017-03-17 0 3310
327 윤동주의 친동생 윤일주도 시인이었다... 2017-03-16 0 4030
326 시비(詩碑)가 뭐길래 시비(是非)인거야... 2017-03-16 0 3080
325 한 편의 시에서 시의 1행이 주조행(主調行)이라 할수 있다... 2017-03-16 0 2839
324 윤동주 묘비에는 "詩人尹東柱之墓"라고 워낙 각인되여... 2017-03-16 0 3319
323 시인은 늘 령감의 메시지를 잡을줄 알아야... 2017-03-15 0 2941
322 시의 씨앗은 시인의 몸 안에서 "무자각적"으로 싹터 자란다... 2017-03-14 0 2836
32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이골이 나다"의 유래 2017-03-14 0 2470
320 일본 교토 윤동주 마지막 사진 찍은 자리에 詩碑 세우다... 2017-03-13 0 3030
319 시 한편이 태여나는것은 늘 울고 웃는 과정을 그려가는것... 2017-03-13 0 2599
318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을건 없다는 "화개장터" 2017-03-12 0 2855
317 우리 고향 연변에도 "詩碑자연공원"을 조성해야... 2017-03-12 0 3310
316 일본 문화예술인들 윤동주를 기리다... 2017-03-12 0 4404
315 일본 한 신문사 부장이 윤동주의 "빼앗긴 시혼(詩魂)"다루다... 2017-03-12 0 3121
314 일본 녀류시인 50세부터 한글 배워 시를 번역하다... 2017-03-12 0 3312
313 일본인 = "윤동주 선배가 나와 같은 의자에서 공부했다니"... 2017-03-12 0 2979
312 일본의 중견 시인이 윤동주 시를 일본어로 완역하다... 2017-03-12 0 3244
311 일본 녀류시인 이바라키 노리코가 윤동주 시에 해설을 달다... 2017-03-12 0 2924
310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 "실랑이" = "승강이" 2017-03-11 0 2710
309 조선어의 자멸의 길은 있다?... 없다!!!... 2017-03-11 0 3642
308 시는 짧음속에서 큰 이야기를 보여줘야... 2017-03-11 0 2216
307 독자들도 시를 보고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831
306 시인들이 시가 싫어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583
305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아름다운 순 우리말로 작문짓게 하기... 2017-03-08 1 2990
304 윤동주의 친구 문익환 목사도 시 "동주야"를 썼다... 2017-03-07 0 4760
303 청년문사 송몽규도 시를 썼다... 2017-03-07 0 3000
302 청년문사 송몽규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에 들다... 2017-03-07 0 4239
301 시인과 수석인은 이웃이다... 2017-03-07 0 2612
300 민족시인 윤동주를 연변 룡정 고향에서 모실수 있다는것은... 2017-03-07 0 2669
299 시는 생명의 황금빛이며 진솔한 삶의 몸부림이다... 2017-03-06 0 2776
298 시인은 죽기전 반항하면서 시를 써야... 2017-03-03 0 3427
297 시는 천년을 기다려서 터지는 샘물이여야... 2017-03-03 0 2539
296 시는 이미지 무덤이다... 2017-03-02 0 3003
295 시는 상식, 틀, 표준 등 따위가 깨질 때 탄생해야... 2017-03-01 0 2906
294 시 한수라도 마음속에 깊이 갈무리 해야 함은?!...ㅡ 2017-02-28 0 3663
293 작문써클선생님들께;우리와 다른 알고 넘어가야 할 "두음법칙" 2017-02-28 0 2947
292 시는 "빈 그릇"이다... 2017-02-28 0 2639
291 시문학도들이 알아야 할 시창작원리 12가락 2017-02-27 0 2824
‹처음  이전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