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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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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시모음
2018년 01월 23일 17시 10분  조회:2671  추천:0  작성자: 죽림

<개에 관한 시 모음>   

+ 다롱이의 꿈 

산골 폐교 미술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던 다람쥐를 보고 온 날, 
한 달 동안 가둬 기른 우리 집 다롱이를 
베란다에 풀어주었습니다. 
베란다는 금세 다롱이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침 햇살 한 움큼씩 쥐어 주던 해님도 
거실을 기웃거리며 웃었습니다. 
외할머니가 오신 어느 날 
산짐승은 산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씀에 
다롱이를 뒷산으로 돌려보내기로 했습니다. 
저 들꽃처럼 바람처럼 너울너울 살라며 
기도하고 풀어줬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람쥐꼬리 닮은 억새들이 손짓하며 달려들었지만 
단숨에 뿌리치고 뛰었습니다. 
다롱이가 떠난 며칠 후 
베란다 화분마다 해바라기 씨앗이 
소복하게 싹을 틔웠습니다. 
먹이를 줄 때마다 조금씩 묻어 둔 
다롱이의 겨우살이 식량이었나 봅니다. 
다롱이가 떠난 그 자리에 
다롱이의 꿈들이 고물고물 흙을 뚫고 나와 
하나씩 음표를 세우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옥근·아동문학가) 


+ 밥그릇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 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 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 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정호승·시인, 1950-) 


+ 강아지 

학교 가는 길에 
비쩍 마른 풀처럼 
버려져 있는 강아지 

내가 밥 주고 싶다 
(민다혜·초등학교 3학년) 


+ 젖을 향하여 

빨갛게 드러난 젖들이 걸음을 옮길 적마다 
산처럼, 바다처럼 출렁거린다 
차라리 젖으로 길 걷고 있는 어미 개여...... 
열 두 목숨 건사하는 꼿꼿함이 
느린 발자국마다 서려있다 

열두 개쯤 되어 보이는 
마음껏 불어난 탱탱한 젖통을 
땅바닥에 가깝게 늘어뜨리고 
집을 향해 돌아가는 
늙은 개 한 마리를 본다 

이때쯤이면 한낮의 햇빛들도 
젖을 향하여, 제 빛을 모은다. 
(정윤천·시인, 1960-) 


+ 흰둥이 생각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 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 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날 아침 멀리멀리 달아났으리라 믿었던 흰둥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서 
그날 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을 
바닥까지 달디달게 핥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어린 나는 그예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흰둥이는 그런 나를 
다만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 
쓰윽, 쓱 혀보다 더 축축이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고만 있는 것이었다. 
(손택수·시인, 1970-) 


+ 반성 704 

밍키가 아프다 
네 마리 새끼가 하도 젖을 파먹어서 그런지 
눈엔 눈물이 흐르고 
까만 코가 푸석푸석 하얗게 말라붙어 있다 
닭집에 가서 닭 내장을 얻어다 
끓여도 주어보고 
생선가게 아줌마한테 생선 대가리를 얻어다 끓여 줘 봐도 
며칠째 잘 안 먹는다 
부엌 바닥을 기어다니며 
여기저기 똥을 싸 놓은 강아지들을 보면 
낑낑낑 밍키를 보며 칭얼대는 
네 마리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나는 꼭 밍키의 남편 같다. 
(김영승·시인, 1959-) 


+ 묶인 개가 짖을 때 

묶인 개가 짖는 것은 외롭기 때문이다 
그대, 은현리를 지날 때 
컹! 컹! 컹! 묶인 개가 짖는다면 
움찔거리지도, 두려워 물러서지도 마라 
묶여서 짖는 개를 바라보아라, 개는 
그대 발자국 소리가 반가워 짖는 것이다 
목줄에 묶여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세상의 작은 인기척에도 
얼마나 뜨거워지는지 모른다 
그 소리 구원의 손길 같아서 
깜깜한 우물 끝으로 내려오는 두레박줄 같아서 
온몸으로 자신의 신호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묶인 개는 짖는 것이다 
젊은 한때 나도 묶여 산 적이 있다 
그때 뚜벅뚜벅 찾아오는 구둣발 소리에 
내가 질렀던 고함들은 적의가 아니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불빛 같은 신호였다 
컹! 컹! 컹! 묶인 개가 짖는다면 
쓸쓸하여 굳어버린 그 눈 바라보아라 
묶인 개의 눈알에 비치는 
깊고 깜깜한 사람 사는 세상 보아라 
(정일근·시인, 1958-) 


+ 개 

도로 위에 납작하게 누워 있는 개 한 마리. 
터진 배를 펼쳐놓고도 개의 머리는 건너려고 했던 길의 저편을 
향하고 있다. 붉게 걸린 신호등이 개의 눈동자에 담기는 평화로 
운 오후. 부풀어오른 개의 동공 위로 물결나비 한 마리 날아든다. 
나비를 담은 개의 눈동자는 이승의 마지막 모퉁이를 더듬고 있다. 
개의 눈 속으로, 건너려고 했던 저편, 막다른 골목의 끝이 담긴다. 
개는 마지막 힘을 다해 눈을 감는다. 골목의 끝이, 개의 눈 속으로 
사라진다. 물결나비 한 마리 
출렁이는 어둠 속으로 날아간다. 
납작하게 사라지는 개의 죽음 속으로 
(조동범·시인, 1970-) 


+ 개처럼 

우리 집 애완견은 말티즈, 이름은 코코. 
식구가 아무도 없을 땐 혼자 외롭게 집을 지킨다. 

코코와 놀아주어 제일 좋아하는 막내가 외출할 때면 옹알댄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막내 침대를 오락가락한다. 
출입문을 응시하며 시간을 죽이는 게 일상이다. 

개는 자기가 좋아하는 주인을 기다릴 줄 안다. 
집에 들어오면 환영할 줄도 안다. 
만져달라고 손을 핥으며 끙끙대기도 한다. 

내 귀엔 들리지 않은 발자국 소리를 먼저 듣고 
작은 체구로 우주가 무너진 듯 컹컹거리며 짖어대고 
온몸을 요동치고, 꼬리를 흔들고 
만남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날뛰듯 집안을 왔다갔다 하며 
기뻐서 어찌할 줄 모르며 오줌을 질질 싸기도 한다. 

그대가 사람이라면, 그 개를 개새끼라고 욕하지 말라. 

그리움을 잊어버리고 목석처럼 사느니 
차라리 개처럼 사는 게 낫지. 

하루 종일 주인 기다림에 목을 빼는 
개처럼 살고 싶지는 않지만, 
개가 아닌 사람이 그리움에 목말라하며 개처럼 사는 게 어때 

누군가를 향해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개가 아닌 사람으로. 
(문일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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