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오늘도 하늘에서 내려와 내 술잔에서 풀어지는 녀인이여!"
2017년 12월 28일 21시 17분  조회:5548  추천:0  작성자: 죽림
 

하,
수상한 세상,
술 마시는 사회

                                         김 우 영(대전중문학회 회장)

 

 요즘 세상이 하도 수상하니까 술을 마시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정의와 진리를 탐구하다는 비분강개파 문인(文人)들의 경우는 더욱 그런 자리가 많다.

 

 얼마 전 서울 종로거리 인사동으로 문인들을 만나러 갔다. 예전에 자주 다니던 단골집 ‘시인통신’이 그리워 인근 선술집에 가서 문인들과 함께 권커니 잣커니 추억을 마셨다.

 

 통키타까지 어께에 메고 갔으니 즉석 노래에 시낭송까지 그야말로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중심도시 인사동에서 문인들의 라이브 ‘푸드 콘서트(Food Concert)’가 신나게 열린 것이다.

 

 ‘有酒有藥, 無酒無藥’

 

 술이 있으면 즐거움이 있고, 술이 없으면 즐거움도 없다는 뜻의 이 말은  문학청년 시절 내가 자주 가던 종로 청진동의 명물 ‘시인통신’의 벽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낙서 중의 한 마디였다.

 

 광화문 교보빌딩 뒷골목으로 10여 미터 들어가노라면 막걸리집인 열차집이 보인다. 좌측으로 꺾어 들어가면 허름한 문간방이 나타난다. 두 어 평 됨직한 이곳이 8년여 동안 이어져온 카페 시인통신이다.
(한 때는 인근의 길목 좋은 터에 자리를 잡아 성업 중이었다.)

 

 본래 ㅂ시인이 운영하던 것을 중년의 한귀남 소설가가 인수하였다. 많은 시인 묵객들을 상대로 막걸리와 맥주를 내놓는 자칭 타칭 민족주의자들의 사랑방이었다.

 

 돈 없고, 백 없는 가난한 문인들이 몰려와 한 잔 술에 꺼이꺼이 울기도 한다. 밑동이 썩어들어 갈 듯한 허름한 한옥 집이 떠나갈 정도로 뜨거운 이념논쟁에 주먹다짐까지 해대며 떠들어대기도 한다. 주위에서는 이상한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랑대는 묘한 집으로 오인되었나보다. 한 때는 당국의 시찰업소 리스트에 올라 드나드는 사람들까지 감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고인이 되었거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분야가 다양했다. 무세중, 이외수, 중광, 황필호, 김흥성, 천상병, 이호철, 정건섭, 유안진, 허영자, 이생진, 오인문,  승호 등 문인, 화가, 교수, 스님, 언론인 등 각계각층을 총 망라 했다.

 

 술을 마시다가 취하면 탁자 위에서 그냥 머리를 박고 잠을 자기도 한다. 흥에 겨우면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른다. 돈 없으면 외상도 마음대로 한다. 그처럼 편할 데가 어디 있겠는가. 집에 갈 버스표도 하나쯤 손에 쥐어주는, 이들의 누님이자 연인인 한귀남씨가 가장 난처할 때가 있다. 어디서 고주망태가 되어 들어와서는 혼자 자는 방에 들어가 잔다고 우길 때라고 한다.

 

 테이블 4개의 비좁은 공간이건만 천장과 사방 벽은 온통 낙서판이다. 마치 대학가의 학사주점이나 선술집을 연상케 한다. 휘갈겨 쓴 낙서를 대충 훑어보면 이렇다.

 

 “죽으면 죽었지 지금 죽을 수는 없다.”
 “소주는 짧고 맥주는 길다.”
 “사람 중에 깨어있는 것은 입 밖에 없다.”
 “오늘도 하늘을 내려와 내 술잔에서 풀어지는 여인이여!”
 “허무, 그 단단한 놈!
 “대머리 한 씨의 계보를 찾아서… ”
 “물은 개나 마시고 술은 인간이 마신다.”

 

 단골 손님중 시인 한 사람이 쓴 낙서를 보면 또 이렇다.

 

 “오늘따라 누님이 너무 아름다워서 개수작 했습니다. 누님은 여전히 누님이고 강물은 저렇게 흘러갑니다!”

 

 허허허--- 그 날의 해프닝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한귀남 소설가는 이곳을 찾은 귀여운 악동(?)들에 얽힌 에피소드와 애환을 담은 시인통신이라는 수필집을 낸 바 있다. 또한 성금이 어느 정도 모아지면 시인통신 문학상 제도를 추진하여 힘없고 가난한 이 시대의 문인들을 위한 창작의 촉매제로 활용하였으면 한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한 때 문학 소녀였던 그녀의 7할의 바람인 것이다.

 

 텁텁한 막걸리 몇 잔에 요의를 느끼고 좁은 화장실에 들어서니 그곳에 살아 꿈틀대는 낙서 한 줄이 눈에 화악-- 들어온다.

 

 “잘 사는 놈이 법을 지킬 때 못 사는 놈은 기분이 좋다. 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037 [쉼터 - ]"국가"에 가사가 없는 나라는 없다?... 있다!... 2017-02-14 0 5654
1036 [이것이 알고싶다] - 독일 "국가"는 3절만 부른다의 유래 2017-02-14 0 6721
1035 고향 연변에 "해란강여울소리"라는 가사전문지가 있다... 2017-02-14 0 4219
1034 고향 연변 미니영화 "발자취" 끝끝내 1등 하다... 2017-02-14 0 4004
1033 [쉼터] - 페막 올림픽 경기장 "눈 딱 감고" 철거, 재활용하기(6) 2017-02-14 0 6347
1032 [이것이 알고싶다] - 올림픽의 력사 2017-02-14 0 5815
1031 [쉼터] - 빈민과 환경파괴, 그리고 올림픽 유치 포기하다(5)... 2017-02-14 0 4182
1030 [쉼터] - 폐허 올림픽경기장들, 선례 실수를 더는 하지 말기(4) 2017-02-14 0 5616
1029 [쉼터] - 사진속의 폐허 올림픽경기장들, 남의 일 아니다(3) 2017-02-14 0 4222
1028 [쉼터] - 폐허가 되여가는 올림픽경기장들, 남의 일 아니다(2) 2017-02-14 0 4160
1027 [쉼터] - 폐허가 되여가는 올림픽경기장들, 남의 일 아니다... 2017-02-14 0 4307
1026 [쉼터] - "풀이 죽어 있다"와 "곧추 서 있다"와 헤르메스 기둥 2017-02-14 0 4499
1025 [쉼터] - 북경시 지도 한글판 보기 2017-02-14 0 6492
102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인젠 "리우올림픽"은 더는 없다!!!... 2017-02-14 0 7102
102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유적지 훼손행위는 전쟁범죄이다" 2017-02-14 0 4067
1022 금기(禁忌)가 건강생활관리에 나쁘다?... 좋다!... 2017-02-13 0 3720
1021 [이것이 알고싶다] - "은어"란?... 2017-02-12 0 6999
1020 [쉼터] - 야구를 할 때 "싸인"이라는것이 있다하는데?... 2017-02-12 0 5899
1019 [쉼터] - "사인사냥꾼" = "싸인장사꾼" 2017-02-12 0 5364
1018 [쉼터] - 혈압과 심박수의 관계를 알아보기 2017-02-12 0 4318
1017 [쉼터] - 음식찰떡궁합표와 음식상극궁합표 2017-02-12 0 7074
1016 [쉼터] - 오장육부에 색갈 음식 =적(赤), 황(黃), 백(白), 흑(黑), 록(綠) 2017-02-11 0 5989
1015 [쉼터] - 그릇과 음식과의 궁합이 없다?... 있다... 2017-02-11 0 4349
1014 [쉼터] - 음식에도 궁합(宮合)이 없다?... 있다!... 2017-02-11 0 4279
1013 [쉼터] - 올림픽 개막식의 "최고"와 "최악" 2017-02-11 0 4444
1012 [쉼터] - 축구공, 꿈과 희망과 함께 지구궤도를 돌다... 2017-02-11 0 4378
1011 [자료] - 엘리자베스 2세는 누구인가(5)... 2017-02-11 0 5969
1010 [자료] - 엘리자베스 2세는 누구인가(4)... 2017-02-11 0 6250
1009 [자료] - 엘리자베스 2세는 누구인가(3)... 2017-02-11 0 6034
1008 [자료] - 엘리자베스 2세는 누구인가(2)... 2017-02-11 0 5620
1007 [자료] - 엘리자베스 2세는 누구인가... 2017-02-11 0 7835
1006 [쉼터] - 엘리자베스 2세의 新기록 알아보다... 2017-02-11 0 5277
1005 [쉼터] - 한글이 상형문자?... 한글은 표음문자!!!... 2017-02-11 0 4549
1004 [이것이 알고싶다] - 알파벳문자 누가 만들었나?... 2017-02-11 0 5386
1003 [이것이 알고싶다] - 흥미로운 수학력사 나누기 기호의 유래 2017-02-11 0 6663
1002 [시문학소사전] - "상형(象形)문자"란?... 2017-02-11 1 10787
1001 [이런저런] - "상형문자시대"가 다시 돌아온다?... 오고있다!... 2017-02-11 0 3906
1000 [쉼터] - 지구상 최후의 그림문자 - 동파(東巴)문자 2017-02-11 0 5215
999 [이것이 알고싶다] - 그림이 문자로 바뀌다... 2017-02-11 0 4215
998 [쉼터] - 술, 숙취, 그리고 그 해소법 2017-02-11 0 6133
‹처음  이전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