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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판 돈으로 술을 퍼마셔대다...
2017년 12월 17일 00시 39분  조회:4501  추천:0  작성자: 죽림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킨 
미인은 누구일까

 
 
스탕달 (Stendhal)
스탕달 (Stendhal)

아름다운 여인을 대표하는 3대 그림이라고 하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를 꼽습니다. 우연찮게도 그림 속  세 여인 모두 실존인물이고, 특히 〈베아트리체 첸치〉는 ‘스탕달 신드롬’을 거론할 때 언급되는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스탕달 신드롬은 ‘뛰어난 예술작품을 봤을 때 극도의 감동에 휩싸여 잠시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1979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정신과 의사 그라지엘라 마게리니가 명명했습니다. 마게리니 박사는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1817년에 피렌체를 방문했을 때 겪은 특이한 경험을 쓴 글을 읽고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는데 그 특이한 경험은 이러했습니다.

피렌체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황홀했다. 게다가 조금 전에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무덤가에 있지 않았던가! 숭고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그 아름다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니 손끝으로 만져보았다. 예술품과 열정적 감정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초자연적 느낌들이 충돌하는 감동의 물결이 나를 휘감았다. 산타크로체를 나올 때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온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간 듯했다. 나는 발을 내딛고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산타크로체는 피렌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성당으로 미켈란젤로와 로시니, 갈릴레이와 마키아벨리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이곳에서 무엇을 봤길래 황홀하다 못해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가는 듯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는지 스탕달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후세의 사람들은 귀도 레니가 그린 아름다운 소녀 〈베아트리체 첸치〉 때문이라고, 그 그림을 보고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켰다며 실제 있던 일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시에 그 그림은 산타크로체 성당이 아니라 로마국립미술관에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르네상스 때의 화가 조토 디 본도네가 성당 내부에 그린 프레스코화 〈성 프란체스코의 생애〉나 〈세례 요한과 사도 요한의 생애〉를 보고 그랬으리라는 의견도 내놓습니다. 하지만 스탕달이 방문했을 시기에 그 벽화는 회칠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스탕달로 하여금 극도의 감동에 휩싸이게 했던 작품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사자인 스탕달은 그 충격으로 한 달이나 치료를 받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고, 후세의 사람들은 추측만 할 뿐인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레니가 후대의 미술가들에게 얼마나 존경을 받았는지는 로마를 자신의 조각품과 건축물로 가득 채운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일화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루브르 궁을 설계해달라는 초청을 받고 파리에 갔을 때 이런 문제의 발언을 해서 자존심 센 프랑스인의 심기를 언짢게 만들었다고 하지요. “파리에 있는 모든 그림을 다 합쳐도 귀도 레니의 그림 한 점만 못하다.” 이 말 때문인지 몰라도 베르니니가 제출한 루브르 궁 설계도는 퇴짜를 맞았습니다.

이렇게나 후배에게 귀한 대접을 받은 화가 귀도 레니가 그린 〈베아트리체 첸치〉는 원래 로마국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탕달이 방문했을 때 산타크로체 성당에 대여 전시 중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스탕달이 피렌체를 여행하고 돌아와 착수한 작품이 《첸치 일가》였다는 사실이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는데요. 하지만 사람들이 스탕달 신드롬이 〈베아트리체 첸치〉에서 연유했다 믿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베아트리체 첸치가 16세기 중엽 피렌체뿐 아니라 이탈리아 전역에서 유명했던 절세의 미녀였으며 지독히도 비극적인 일생을 살다 참수형을 당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정도로 아름답고, 그 정도로 비극적이어야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킬 만하지 않느냐는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해석이라고나 할까요. 베아트리체 첸치는 어떤 삶을 살다 갔을까요.

‘천사의 성’이라는 뜻을 가진 로마의 산탄젤로(Sant’Angelo) 성은 로마제국의 전성기 시절에 지어졌습니다. 중세에는 교황이 이 안에 바티칸으로 통하는 비밀통로를 만들어 유사시에 대피할 수 있는 요새로 개조했는데요. 그 앞에 놓인 산탄젤로 다리는 베르니니의 조각품으로 장식돼서 오랜 역사와 함께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아직 베르니니가 조각한 천사상이 세워지기 전인 1599년 9월 11일, 산탄젤로 다리 앞 광장에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이 중에는 화가 귀도 레니뿐 아니라 카라바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군중이 모인 것은 절세 미녀로 소문 난 베아트리체 첸치의 공개 처형을 지켜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베아트리체뿐 아니라 그녀의 오빠와 새어머니도 함께 형장에 끌려나왔습니다. 죄목은 존속살해. 그러나 이들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자가 너무나 폭력적이고 부도덕했기에 많은 로마시민이 첸치 일가를 동정했고 교황에게 감형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교황 클레멘스 8세는 여론을 무시해버렸습니다. 교황이 죽은 프란체스코 첸치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서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결국 베아트리체는 스물두 살의 앳된 나이에 참수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순간을 전후로 두 점의 명작이 탄생합니다. 하나는 베아트리체 첸치가 처형을 당하기 직전 귀도 레니가 그린 그녀의 초상화이며, 다른 하나는 카라바조가 그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입니다. 이 그림은 참수 장면을 가장 참혹하고 무엇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럴 수 있었던 비결이 카라바조가 베아트리체의 참수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지요.

귀도 레니는 베아트리체 첸치가 처형당한 지 3년 후인 1632년에 <베아트리체 첸치>를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이로부터 30여 년 후인 1662년, 또 하나의 〈베아트리체 첸치〉가 세상에 나옵니다. 전작이 가엾은 소녀라면 후작은 처연한 숙녀입니다. 그리고 더 아름답습니다. 머리에 흰 터번을 두르고 비스듬히 앉아 얼굴을 뒤로 돌린 자세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분위기가 흡사한데, 페르메이르가 이 그림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1662년 작 <베아트리체 첸치>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이 그림이 완성된 연도가 1662년, 귀도 레니가 세상을 떠난 지 무려 20년이 지난 후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레니의 여제자인 엘리자베타 시라니가 스승의 완성작을 보고 모작했으리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다가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레니가 미완성으로 남긴 것을 시라니가 마저 완성했다고 합니다. 우리로서는 17세기 이탈리아에 여성 화가가 있었다는 사실도 흥미롭지요.

엘리자베타 시라니는 그림 속 베아트리체 첸치와 마찬가지로 불행한 일생을 살았습니다. 당시에 드물게도 미술계에서 인정을 받은 여성 화가였지만 아버지의 학대에 시달렸습니다. 아버지는 딸을 시집보내지 않고 데리고 살며 그림을 팔아 돈을 벌어오도록 강요했고, 그 돈으로 술을 퍼마셨습니다. 가혹한 아버지 때문에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베아트리체의 초상을 그리면서 엘리자베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베아트리체보다 그나마 자신의 처지가 낫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여자로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 아팠을까요. 엘리자베타는 그림을 완성하고 3년 후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 때 그녀의 나이, 스물일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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