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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독자 비행기 조종사가 유명한 작가 비행기 조종사를 죽이다...
2017년 12월 17일 00시 18분  조회:3826  추천:0  작성자: 죽림

누가 생텍쥐페리를
격추시켰을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Jean-Baptiste Roger de Saint-Exupéry)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Jean-Baptiste Roger de Saint-Exupéry)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세상에 나온 것은 1943년, 프랑스가 아니라 미국에서 먼저 영어로 출간됐습니다. 프랑스어판으로 출간된 것은 1946년, 그러나 생텍쥐페리는 모국어로 나온 자신의 책을 볼 수 없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7월 31일 정찰비행을 나갔다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렇게 53년이 흐른 1998년 9월 7일, 마르세유 근해에서 생텍쥐페리의 은팔찌가 한 어부의 그물에 걸려 올라왔고, 이를 단서로 프랑스 고고학계가 바다 밑을 샅샅이 뒤져 그가 탔던 정찰기의 잔해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르 피가로〉가 생텍쥐페리의 최후를 시간대별로 재구성했습니다.

1944년 7월 31일 오전 8시 45분, 그는 고도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P38 정찰기를 몰고 코르시카 섬의 바스티아 보르고 기지를 이륙했습니다. 오전 9시 10분 남프랑스 해안을 넘었습니다. 오전 10시 45분에서 11시 10분 사이, 사부아 지역과 론 계곡의 상공을 정찰비행한 후 남하했고, 오전 11시 40분 3,000미터 고도에서 급강하, 마르세유 근해로 추락했습니다. 독일 공군에게 격추당했으리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사고로 추락했을 가능성 역시 높았습니다. 그러다 2009년 3월, 놀라운 증언이 나왔습니다. 전 독일 공군 조종사 호르스트 리페르트가 자신이 바로 생텍쥐페리가 탄 정찰기를 격추시킨 장본인이라고 고백한 것입니다.

당시 리페르트가 몰았던 전투기는 독일 전투기의 상징 메서슈미트 ME-109기. 리페르트는 남프랑스 마라냔 기지를 이륙해 비행하다 약 3킬로미터 아래에서 마르세유 방향으로 향하는 P38기를 발견했고 접근해 기총소사를 가했습니다. P38기는 여러 발을 맞고 거꾸로 해상에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러나 기체 안에서 누구도 탈출하지 않았으며 조종사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여기까지가 리페르트가 고백한 생텍쥐페리의 최후입니다.

독일 공군 리페르트가 비슷한 방식으로 전시 중 격추시킨 연합군의 전투기는 모두 스물여덟 대, 생텍쥐페리가 탄 정찰기는 그중 한 대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날의 사건은 리페르트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안겼습니다. 리페르트가 바로 생텍쥐페리의 팬이었기 때문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책을 읽으며 자랐고, 특히 《어린왕자》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리페르트가 P38기를 격추시키고 기지로 돌아오자 생텍쥐페리가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이 독일군 진영에도 전해졌습니다. 리페르트는 자신이 격추시킨 P38기에 제발 생텍쥐페리가 탑승하지 않았기를 기도했다고 합니다. 여든여덟의 리페르트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습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였습니다. 생텍쥐페리가 조종하는 비행기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흔넷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오로지 평화를 향한 열망으로 공군에 자원했다가 세상을 떠난 생텍쥐페리였습니다. 이런 그의 죽음도 안타깝지만, 65년이 지나서야 자신이 생텍쥐페리가 탄 정찰기를 격추시켰다고 고백한 리페르트의 사연도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작가의 생명을 본인이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앗아갔으니까요. 그날 이후 리페르트는 평생을 자책하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자신이 격추시킨 다른 스물일곱 대의 연합군 전투기에 타고 있던 생명 또한 얼마나 소중한지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덤으로 더...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는 게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다.” 사랑이나 결혼과 관련해서 종종 인용하는 글입니다. 앙투안드 생텍쥐페리가 쓴 책 《바람, 모래, 그리고 별들》에 나옵니다. 그러나 이 문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생텍쥐페리가 이성간의 사랑과 관련해 쓴 글이 아닙니다.

생텍쥐페리의 참전경험은 2차 세계대전뿐만이 아닙니다. 스페인 내전 초기, 마드리드 전선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는데 프랑코 측에 포로로 잡혀 처형 직전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번번이 전선에 뛰어든 생텍쥐페리였지만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신념은 ‘전쟁이란 아무 의미도 없으며 인간이 이런 식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바람, 모래, 그리고 별들》에서 전장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꺼냈습니다.

어느 날 인근 마을 가옥 스무 채를 폭격할 것이니 공격태세를 갖추라는 명령을 받고 대기하던 중 공격이 취소됐습니다. 생텍쥐페리는 그 명령을 선물로 받아들였지만 다른 군인들은 심하게 불평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당신들을 흔들어놓는 소명이 모든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당신들이 속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공격이 취소돼서 더 오래 살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하라고. 그러나 그것만으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올 수는 없습니다. 생텍쥐페리가 믿었던 평화의 방식이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는 게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라고 인생은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동일의 숭고한 노력 속에 화합을 이루지 않고서는 동료의식을 누릴 수 없다. 우리의 목적이 인류와 인류의 염원을 이해하고 인류의 근본적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라면 결코 한 인간의 진리와 다른 인간의 진리를 적대관계에 놓아서는 안 된다. 모든 신념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 생텍쥐페리, 《바람, 모래, 그리고 별들》 중에서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는 게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다.’ 이 말은 생텍쥐페리가 몸소 전쟁을 치르면서 깨달은, 인류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숭고한 노력이 필요하고, 상대방이 믿는 신념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가 들어 있습니다. 그의 말은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나,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나, 마찬가지로 적용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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