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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반고흐도 그림 표절 혐의가 있다고?...
2017년 12월 17일 00시 03분  조회:2150  추천:0  작성자: 죽림

빈센트  고흐는 
우키요에를 표절했을까

 

1888년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빈센트 반 고흐는 프랑스 아를에 있었고 그곳에 머물렀던 열다섯 달 동안 무려 2백여 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중 한 작품에 대해 고흐는 아홉 살 어린 여동생 빌헬미엔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파란 밤, 카페 테라스의 커다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어. 그 위로는 흰 별이 빛나는 파란 하늘이 보여. 창백하리만치 옅은 흰 빛은 그저 그런 밤 풍경을 제거해버리는 유일한 방법이지. 검은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초록색만을 사용했어. 그리고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밝은 노란색으로 그렸단다. 특히 이 밤하늘에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

우리에게 〈밤의 카페 테라스〉로 유명한 이 그림의 정확한 제목은 〈Cafe Terrace, Place du Forum, Arles(아를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1888)〉입니다. 고흐의 그림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작품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고흐의 이 그림에는 표절 혐의가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아를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아를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를 그리기 1년 전, 고흐는 테오로부터 파리의 몽마르트에서 화방을 경영하고 있던 줄리앙 프랑수아 탕기를 소개받습니다. 당시에 화방은 화랑 역할도 겸했는데 탕기는 팔리지 않는 고흐의 그림을 받고 그에게 물감을 대주었습니다. 고흐가 얼마나 고마운 마음이었는지는 탕기를 그린 석 점의 초상화를 통해 전달됩니다. 그런데 〈탕기 영감의 초상〉의 배경을 보면 온통 왜색 짙은 우키요에로 도배돼 있습니다. 탕기가 자신의 화방 겸 화실에 우키요에를 다량 소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그 시절 파리에는 일본풍을 즐기고 선호하는 자포니즘 열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고흐는 탕기를 통해 우키요에를 접하고 단숨에 매료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작품을 좋아해서 그의 작품 여럿을 모사했고, 이런 연습을 거쳐 완성한 〈아를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는 히로시게의 〈사루와카 거리의 밤 풍경(1857)〉과 구도와 소재, 채색 등 많은 면에서 흡사합니다. 히로시게의 그림 속에서 거리를 거니는 많은 사람들, 짙은 남색으로 펼쳐진 밤하늘, 하얀 보름달, 창 너머로 비치는 노란 불빛 등은 고흐의 그림에서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 파란 밤, 하얀 별, 커다랗고 노란 가스등으로 매우 비슷하지요.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그림 <사루와카 거리의 밤 풍경>

요즘 같으면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을 소지가 다분합니다. 가장 큰 근거는 그때까지 서양회화에서 밤하늘을 이렇게나 강렬한 파랑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더구나 파랑에 노랑까지 이토록 강렬한 원색 대비를 이루는 경우 또한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참신하고 획기적인 발상을 어떻게 떠올렸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고흐는 차마 “어느 날 밤하늘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고흐뿐 아닙니다. 모네가 1899년부터 시작한 〈수련〉 연작에 등장하는 다리는 히로시게의 그림에 등장하는 일본식 다리와 비슷하고 마네와 로트렉, 보나르 등 19세기 후반에 활약한 인상파 화가들 대부분이 우키요에의 요소를 차용했습니다. 우키요에는 일본의 풍속화입니다. 당연히 서민들에게 친숙한 풍경과 주변의 사물, 인물과 이야기가 소재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화투에 나오는 우키요에는 단순한 구성에 대담한 구도, 입체감은 거의 없고, 검정색이 주를 이룹니다. 이에 비해 히로시게의 그림은 다양한 색감으로 화려할 뿐 아니라 원근법을 사용해 입체감을 살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히로시게뿐 아니라 동시대에 활약한 또 다른 걸출한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1760-1849)의 그림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그의 그림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한 우키요에 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는데요. 클로드 드뷔시가 이 그림에 영감을 얻어 〈바다-3개의 교향적 스케치〉를 작곡한 후에 악보 표지에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를 실었고, 카미유 클로델은 청동상 〈파도〉를 빚었습니다. 또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산〉이라는 시를 썼다고 하지요. 세 예술가가 같은 그림을 봤지만 남은 인상이 각각 바다, 파도, 산으로 달랐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가스시카 호쿠사이의 그림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이들에게 영감을 준 원작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에서 파도는 아무래도 쓰나미 같습니다. 그 기세가 어찌나 대단한지 저 멀리 파도 너머에 있는 후지산은 무기력해 보일 뿐입니다. 에도 시대 초기의 우키요에에 없는 원근법을 사용한 덕에 파도가 입체감 있게 살아나 더욱 위력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이처럼 원근법을 응용한 일본의 우키요에를 ‘우키에’라고 따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키에는 서양화, 구체적으로는 네덜란드의 그림을 차용함으로써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면 고흐가 차용한 것은 자기네 나라의 서양화를 차용한 우키에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우키에를, 고흐의 그림을 표절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둘 다 ‘A+B=AB’가 아니라 ‘A+B=C’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어떤 위대한 예술도 다른 예술의 영향을 받지 않고는 탄생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품었다 그대로 뱉어내고, 누군가는 자신의 세계관과 기법을 계발하는 자양분으로 삼습니다. 표절했다와 영향받았다, 백지 한 장 차이 같아도 정신이나 마음에 있어서만큼은 천지차이입니다. 어설프게 흉내 내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완벽한 내 것으로 승화하기, 예술가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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