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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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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날들이 언제까지라도 계속되길"...
2017년 08월 24일 23시 38분  조회:2401  추천:0  작성자: 죽림


   (...전번 계속)흔히 키치는 사랑이나 평화 같은 보편적 가치관을 명백하게 드러낸다. 그것을 통해서 스스로의 의미나 존재가치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키치적인 작품이 진지한 예술, 가치 있는 예술로 잘못 평가되는 경우도 주로 이런 경우이다. 하지만 키치적인 작품에서 그런 보편적인 가치는 현실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한다. 현실의 매개 없는 사회적 가치의 설파, 사회적 고민이나 갈등을 무화시키는 종교적 이념의 주입이 키치적인 작품의 주요 특징이다. 하지만 다음 작품은 보편적 가치를 말하지만 결코 관념적이거나 상투적이지 않다. 







마른 더덕처럼 늙은 여자 하나 골목길을 바쁘게 지나갑니다 

그녀의 몸안이 궁금하다는 듯 명아주와 강아지풀이 키를 높입니다 

여자의 머리는 하얗고 갈옷 젖은 데는 먹색입니다 

오래도록 땅의 문을 두르렸을 지팡이는 무릎 높이입니다 

통통통 지팡이가 땅 속 사정을 묻는 소리 

안에서는 아직 기척이 없나봅니다 




바닥을 밀쳐내는 여자의 발걸음이 비꽃보다 빠릅니다 

- 이대흠, 「비 그친 사이」(다층 가을호) 




  이 시는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살아 있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시인은 이제 살날이 얼마남지 않은 “늙은 여자”에게서 발견한다.  시에서 늙은 여자는 하얀 머리와 먹색의 갈옷으로 점점 흑백 사진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며 지나는 길에 있는 풀들마저 그녀의 생명의 한도를 알고 싶어 할 정도로 이제 꺼져 가는 생명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잠시 비가 개인 틈을 타 그녀는 빠른 발걸음으로 자신의 남은 생명력을 발산한다. 늙었다는 것은 낡아가는 것이고 그것은 삶의 영원한 어둠속으로 금방 꺼져 가는 경계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그것을 더 아름답게 볼 수가 있다. 늙은 생명이 그 생명의 마지막 힘을 보여줄 때 생명의 소중한 가치가 더욱 강조되고 그래서 더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한 폭의 그림으로 아주 선명하게 보여준다. 강요하거나 가르치지 않고 생명의 마지막 활기를 보여줌으로써 생명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을 선물처럼 우리 손에 쥐어주고 있다. 

  자연을 그리는 시 중에 키치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자연을 그려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위안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생태주의니 환경보존이니 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이상적 공간이 자연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의 현장인 현실에서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비현실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의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나 언어적 표현의 참신함이 없이 자연을 그리는 것은 이발소에 걸린 물레방아 그림만큼이나 키치적인 작품이 되기 십상이다. 

   

  서로의 등과 배를 맞댄 나뭇잎 

  뒤의 알 무언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느낌만으로 

  따스한 오후 




  불태운다 더 이상 푸를 수 없어 누렇게 말라 바스락대는 나뭇잎 고소하게 피어오르는 고통 희망 추억 바로 이 맛이야 잿불 속에 넣어 호호 불어가며 먹던 계란 껍질로 지은 밥 톡톡 부화하지 못한 정령들이 날아오른다 




  날비 자 나비 버르적 벌레들이 사라지면 인간은 행복할까 나비 날개로 벌레의 눈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위하여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슬어 




  이 아름다운 날들이 언제까지라도 계속되길…… 




  무심중간 만져지는 뾰루지 

  힘껏 짜낸다 하루가 찡긋, 

  저물어간다 

      - 고성만, 「슬어」(우리시 11월호) 




  하지만 결코 위의 시를 키치라고 할 수는 없다. 음풍농월적인 자연예찬을 하고 있거나 자연과의 합일을 비현실적이고 탈현실적인 방식으로 말하고 있지 않다.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시인은 “슬어”라는 단어로 아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곤충들이 작은 알들을 한꺼번에 낳은 모습을 ‘슬다’라고 한다. 그런데 넓게 보면 우리가 자연 속에 살고 있는 모습이 바로 이 모습이다. 시인은 자연의 모습에서 같이 살고 있음을 보고 있고 그것을 ‘슬다’라는 말로 새롭게 의미부여하고 있다. 

  최근 산문시의 경향이 커져가고 있다. 전통적인 문법을 파괴한 산문시가 새롭고 전위적이라는 인식이 암암리에 퍼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산문시는 키치적 경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산문시라고 키치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정제되지 못한 언어로 개인의 경험을 산만하게 나열하는 것이 최근 유행이 되고 있고 유행은 곧 키치를 낫는다. 진지한 형식적 고민과 탐구 없이 줄글을 쓴다고 그것이 새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시적 형식과 그 형식에 따른 운율에서는 결코 느껴질 수 없는 새로운 호흡과 언어적 질서를 만들어 낼 때 산문시는 그 의미가 살아나게 된다. 다음 시를 통해 우리는 산문시가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경지를 보게 된다. 




  죽은 자의 붉은 靈이 내 몸에 점점이 찍혀 이 밤은 습하다 




  밤이면 구름을 뚫고 가장 반짝이던 유성이 가장 먼저 물가로 내려온다 나는 당신의 천 년 전생을 이해하기 위해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물의 거울을 들여다본다 사랑했지만 단 한 번도 사랑을 말하지 못했던 불온한 한 生이 두 눈을 끔벅거리며 나를 본다 한 다리를 잃고 어깨에 피를 흘리던 젊은 병사가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나를 본다 하얀 수수꽃다리를 귀에 건 가는 팔의 누이가 한 모금의 물을 손바닥에 적시며 나를 본다 천 년 전이거나 혹은 천 년 후이거나 단단한 열매를 궁글리던 줄다람쥐 몇이 산과 들과 밭의 물가에서 풍덩, 작은 손을 맞대고 있다 한 치의 혀로 차마 발설하지 못할 것들이 밤이면 물 위에 어리어 있다 




  뭍의 짐승들은 나를 가끔 삵이 아니라 삶이라 부르기도 한다 

    - 김산, 「삵」 (우리시 11월호) 




  인디언들에게 있어 삵은 영적으로 ‘비밀의 지킴이’ 또는 ‘비밀을 아는 자’라는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지나가다 들여다보는 작은 연못, 목말라 잠시 목추기던 시냇물, 산과 들과 밭가에 흐르고 있는 물가에는 모두 거기에 비친 많은 삶들의 흔적이 있다. 잠시의 일별이지만 거기에는 존재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시인은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존재들의 모습이 뒤섞이는 공간이 바로 자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멸종위기의 보호동물 ‘삵’은 그것을 알고 있는 자연의 영혼이고 자연 그 자체이기도 하다. 시인은 그러한 존재들의 삶과 그 삶의 뒤엉킴을 표현하기 위해 긴 줄글을 썼다. 그것은 정리되거나 분절되거나 체계화될 수 없는 혼돈이며 시간적으로도 동시이지만 또한 무한히 다른 시간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산문의 리듬이 바로 이러한 시적 의미를 배가하고 있다. 

   모든 것이 상품이 되고 문학이나 예술도 또한 팔려야만 가치를 갖게 되는 시대에 대중성이라는 것은 바람직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바람직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이 팔리고 많이 읽혀야 의미를 가진다는 강박관념이, 새로움으로 우리의 상투화된 일상을 괴롭게 뒤흔드는 진지한 예술적 성찰을 약화시키고, 키치라는 가짜 예술을 양산하고 문화산업이라는 이름의 예술의 카타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은 키치에 대한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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