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시인은 참다운 시인이다...
2017년 08월 17일 02시 39분  조회:2310  추천:0  작성자: 죽림

넷째, 자기 또래 수준의 시를 많이 읽어보십시오. 
나보다 잘 쓴 시를 보면 주눅이 들기도 하겠지요만 겸손하게 배울 것이며 
나도 이렇게 한번 써 보리라는 오기를 가져야 합니다. 
또 나보다 못 쓴 글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서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글만 쓰고 남의 글을 읽지 않으면 발전을 기약할 수 없지요. 

다섯째, 글쓰기의 시작은 데생, 즉 묘사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제 어린 시절에 그림을 꽤 잘 그린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미술 선생님이 교탁 위에 세워놓은 석고상을 그리는데, 
나는 두 시간 걸려서 그리는 걸 다른 친구들은 이삼십 분에 다 그렸다면서 내가 그리는 것을 구경합니다. 
눈썹 하나를 세 번 관찰하고 나서 선 하나 긋고, 
여러 번 보고 한 번 그리고 이런 식인데… 딴 애들은 한 번 보고 단숨에 눈·코·입을 그리는 거예요. 
그러니 자연 우스운 꼴의 그림이 되지 뭡니까. 
글쓰기도 이모저모 대상을 살펴본 연후 꼭 거기에 맞을 표현을 찾아야 합니다. 
글쓰기의 데생 방법으로는 감각적인 표현·변용(變容)하는 표현·비유적인 표현 세 가지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히 말해야겠군요. 

감각적인 표현이라 하면 시각, 청각, 미각, 촉각, 공감각의 표현들입니다. 
"잎 지고 잎 피는/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반짝 건너가는 햇살" ―시각, 
"나직이 물 끓는 소리가/ 마냥 귀를 적신다" ― 청각, 
"희끗희끗 내리는 일악장의 무반주 첼로 연주곡" ― 공감각 같은 것 말입니다. 

변용하는 표현은 대상을 비틀거나, 현실의 소재를 약간 달리 손질함을 뜻합니다. 
내 이야기를 쓰면서 슬쩍 남의 얘기를 가져와서 보태기도 하고, 비유적인 표현의 방법은 직유, 은유, 의인 등 아주 많지요. 
예를 들어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 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 집」 


여기서 "…밤들아, …안개들아, …촛불들아"는 의인화한 표현, "장님처럼"은 직유입니다. 
바람 부는 여름날에 청모시 적삼을 입고 나룻배로 강을 건너가는 여인을 박목월 시인은 
"모란 여정(牧丹餘情)"이란 시에서 "강을 건너는/ 청모시 옷고름"이라고 썼습니다. 
은유의 표현입니다. "석탄"을 "검은 침묵에 생성하는 꽃"이라 표현하는 건 공감각과 은유를 곁들인 것입니다. 
구체어+추상어, 비생명+생명의 방법으로 은유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현대시의 생명은 은유에 있다고 말한 시인도 있답니다. 

여섯째, 상상력을 확대하기입니다. 
문학은 상상력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는 예술입니다. 시는 더욱 그렇습니다. 
상상력이란 과거에 체험한 어떤 이미지를 되살려내는 능력이지요. 
하나의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로 바뀌고 또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일, 이것이 상상입니다. 
나사 하나가 우연히 주방에서 발견됐다고 합시다. 
이로부터 상상력을 발동하기로 합니다. 
싱크대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는데 그 나사가 빠진 구멍이 보이지 않습니다. 
매우 중요한 모임이 있는데 나는 그것을 잊고 있습니다. 
그 모임이라는 나사 구멍에서 빠져 있는 것입니다. 
집에서 나왔는데 어디선가 집으로 내게 중요한 전화가 걸려옵니다. 
나는 그것을 모르는 채 딴 일에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그리고 기억의 한 귀퉁이에서 나사 하나가 슬그머니 빠져 나옵니다. 
연상과 유추의 거듭되는 이러한 상상력이 한 편의 시로 쓰여질 수 있습니다. 


어디서 빠져나왔을까 
아침에 방을 쓸다가 빗자루에 걸려 
뒹구는 나사 하나 

주방에서 발견된 쇠붙이 
팥알만큼 작지만 
아무래도 위험한 누락 

전기밥솥의 수상한 밑창에도 
싱크대의 경첩에도 
빠진 구멍이 없는데 

누가 나를 찾았을까 
내가 외출하고 없는 동안 
빈 아파트에서 울렸을 전화벨 소리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시간에 
나는 빠져나왔을까 

시내버스에 앉아서 
휴대폰을 귀에 대고 껄껄거리는 
낯선 사내의 뒤꼭지를 보다가 

문득 퓨즈가 나가버린 
내 기억의 나사 하나를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엘리엘리 나의 하느님. 
― 졸시 「누락」 


일곱째, 시 쓰기는 할 말을 감추는 일입니다. 
꼭 하고 싶은 말을 시에다 직접적으로 쏟아내지 말아야 합니다. 
두 남녀가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눈이 맑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그대로 "너는 눈이 참 맑고 아름답구나." 이러면 코미디가 됩니다. 
"네 눈 속에 내가 빠지고 싶다."고 하는 게 시적 표현입니다. 
시는 할 말을 숨기고 감추는 데 묘미가 있습니다. 
그것을 독자가 생각하면서 찾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 감정을 꾹꾹 누르고 참아서 간접적으로 돌려 함축적으로 표현할 때 시를 읽는 이가 공감하는 법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지용 시인의 "유리창"을 예로 들어봅니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이 "유리창"은 어린 자식을 잃고 밤에 창밖을 내다보며 슬퍼하는 애절한 아버지의 심경을 쓴 시입니다.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내 아들은 저승으로 갔구나. 
너는 폐를 앓다가 끝내 내 곁을 새처럼 날아가 버리고, 
여기 남은 아비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인생이 이렇듯 허무한 것이냐. 
밤 유리창에 비치는 흐린 그림자에서 너를 떠올리니 더욱 가슴 아프구나." 이러면 시가 안 됩니다. 
시를 쓰는 이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완곡하게 표현해야 읽는 사람이 제대로 느끼게 됩니다. 

끝으로 한 말씀만 덧붙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모름지기 인생이나 현실에 대하여 자기 주관이 확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만의 안목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사물의 의미를 해석하는 일, 
그것이 그 사람의 글에 나타날 때 "개성"이 됩니다. 
호박 같은 세상을 호박같이 둥글둥글 살아간다, 
이런 것도 개성이라 할 수 있겠지요. 
자기보다 나이도 한참 아래인 **령을 위해 생신 축하의 시를 써주고 세계 일주 여행의 선물을 받은 어떤 저명한 시인도 있습니다만, 
저는 결단코 그런 개성을 추구하는 시인은 참다운 시인으로 생각지 않습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730 윤동주묘 발견 당시 "묘비는 제대로 서있었다"... 2017-09-15 0 2266
729 시의 재료는 바로 시인 자신이다... 2017-09-15 0 2159
728 미국 시적 스타일 실험영화 감독, 시인 - 제임스 브로톤 2017-09-15 0 3340
727 미국 실험영화 감독, 시인 - 크리스토퍼 맥클레인 2017-09-15 0 2932
726 미국 비트시인 - 코소 2017-09-15 0 3237
725 미국 시인 비트운동의 지도자 - 케루악 2017-09-15 0 3113
724 [시문학소사전] - "비트"문학이란?... 2017-09-15 0 3528
723 만약 당신과 함께 지구별 한 골목에서 세탁소를 연다면... 2017-09-14 0 3341
722 "새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2017-09-14 0 2326
721 시인은 시에서 때론 목소리를 낮출줄도 알아야 한다... 2017-09-14 0 1997
720 이상시인 문학의 매력은 "모호함"... 2017-09-14 0 2215
719 "윤동주 전문가" - 마광수님 2017-09-14 0 2161
718 마광수님은 "값비싼 대가"로 통시적 진실를 치렀다... 2017-09-14 0 2104
717 시쓰기는 남자가 녀자를, 녀자가 남자를 꼬시는것과 같다... 2017-09-13 0 2376
716 시를 쓰는것은 집을 짓는것과 같다... 2017-09-13 0 2071
715 "윤동주는 기적, 우리 문학 축복"="윤동주처럼 멋진 시인이 꿈" 2017-09-12 0 2259
714 윤동주 "별 헤는 밤"에서의 "패, 경, 옥"은 "페이, 징, 위"로... 2017-09-12 0 2488
713 "600년보다 더 길고 긴 60년"... 2017-09-11 0 1960
712 "평생을 같은 수컷의 씨를 품는 암늑대란 없다"... 2017-09-09 0 2107
711 마광수님과 "대추 한알" 2017-09-09 0 2723
710 마광수님의 자유로운 령혼과 죽음앞에서... 2017-09-09 0 2302
709 "시대의 狂人" - 마광수님은 시인이였다... 2017-09-09 0 2305
708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글은 쉽게 써내는것 명문장이야... 2017-09-09 0 2256
707 {쟁명} - 동시도 "하이퍼동시"로 쓸수 없다?... 있다!... 2017-09-08 0 1967
706 "세상에서 가장 긴 강은 '엄마의 젖강'인것을"... 2017-09-08 0 2005
705 "시인"을 마음대로 사고 파는것은 절대 용납할수 없다... 2017-09-08 0 2058
704 진정한 프로시인은 내용과 형식을 절제, 일치하게 쓰는 시인... 2017-09-07 0 2307
703 시는 운률도 적절히 살리고 여백의 미도 적당히 활용할줄도... 2017-09-07 0 2345
702 "문단의 이단아" 마광수님은 항상 "자유인"이 되고싶어 했다... 2017-09-07 0 2255
701 "별것도 아닌 인생"길에서 미술도 열심히 좋아했던 마광수님 2017-09-07 0 2300
700 마광수,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2017-09-07 0 3848
699 마광수-국문학 력사상 처음으로 윤동주시인의 모든 시를 분석 2017-09-07 0 3910
698 구수한 "배추국"과 마광수님의 "배출구"는 어디?!... 2017-09-07 0 2309
697 "솔직한 시인" 윤동주와 "부끄러움" 찾아낸 마광수 2017-09-07 0 2431
696 시교육은 권위주의적인 주입식 일방적 통로와 결별해야... 2017-09-04 0 2435
695 독일 시인 - 베르톨트 브레히트 2017-09-03 0 3916
694 시인들이여, "낯설게 하기"는 어디에서 어떻게 왔을가... 2017-09-03 0 3905
693 "가져오기주의"와 "받아먹기주의"와 그리고 "민족적인것주의" 2017-09-02 0 2099
692 동시의 예술은 오로지 이미지변형, 그 표준;- 하하하 없단다... 2017-09-02 0 2209
691 시에서 낯설음의 이미지용법은 곧 시적 해방이며 자유이다... 2017-09-02 0 2359
‹처음  이전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